따뜻한 리더십 세상 품는다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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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물 없이 다가서는 친밀함, 인간미

로이스터 롯데 감독은 선수들에게 늘 ‘우리는 한 가족’임을 강조한다. 그는 선수들 이름뿐만 아니라 선수 가족들의 이름까지 일일이 외운다. 지난 4월 27일 삼성과의 홈경기가 끝난 뒤엔 덕 아웃에 선수들 가족을 초청해 일일이 인사를 나눴을 정도다.

김인식 한화 감독은 ‘너무나 인간적’이다. 도무지 감추는 게 하나도 없다. 자신의 모든 것을 다 드러내 보여준다. 부끄러운 약점도 감추지 않는다. 작전에 실패했을 땐 “허 그것 참,내가 잘못 판단했어”라며 솔직히 인정한다. 선수들이 어떻게 생각하든 그런 것에 개의치 않는다. 일부러 제스처를 쓰는 것은 딱 질색이다. 그는 말한다. “뭐든 계산적이면 안 된다. 솔직한 게 최고다.”

전창진 동부감독은 ‘세계적인 주무’로 유명하다. 삼성전자 농구단 시절 무려 8년 동안이나 주무생활을 했다. 선수단 스케줄 관리부터 후배들 심부름까지 자질구레한 일을 지극 정성으로 챙겼다. 감독인 지금도 구단 직원들의 가정 대소사까지 일일이 빠뜨림 없이 챙긴다. 식당 아주머니든 버스 기사든 누구에게나 마음을 쏟는다. 자신과 한번 인연을 맺은 사람에게는 절대 잊지 않고 도움을 주려고 애쓴다. 그래서 전 감독 주변에는 유난히 형님 아우들이 많다. 그 커다란 덩치에 맞지 않게 눈물도 많다.

“4월 18일 삼성과의 챔피언 결정전 5차전에서 2분 정도 남겨놓고 20점 가까이 점수차를 벌렸을 때, 시쳇말로 쪽팔렸지만 눈물을 참느라 혼났다. 우승까지 힘들었던 과정에서 엄청나게 고생했던 선수들을 생각하니 감정이 복받쳐왔다. 바로 옆에 방송사 ENG카메라 3대가 바짝 붙어 촬영하고 있고 사나이가 눈물을 보이면 창피하다는 생각도 들고…. 처음 엉엉 울었다. 전에 두 번의 우승도 물론 감격스러웠지만 눈물을 비치진 않았다. 잘 참았다고나 할까. 그런데 이번엔 정말 주체하기가 힘들었다.”

김정태 하나은행장은 사원들과 허물없이 지내는 걸로 유명하다. 사내 체육대회에서 “임원들부터 망가져라”며 자신은 각설이 옷을 입고 나타나 사원들의 배꼽을 뺐다. 그는 노래방에서 노래 부를 때도 늘 신세대 노래만 부른다. 어느 임원이 ‘두만강 푸른 물에~’를 부르다 혼쭐이 났다.

프로농구 삼성 안준호 감독은 상황에 따라 선수들을 어르고 달래는 데 도사다. 때로는 어수룩한 것 같다가도, 때로는 엄하게 선수들을 휘어잡는다. 작전 타임 때 안 감독이 작전을 설명하는 도중, 선수인 이상민이 말을 끊는 경우도 많다. “감독님 그렇게 하는 것보다 이렇게 하는 게 훨씬 낫습니다”라고 말한다. 그래도 안 감독은 “좋다”며 흔쾌히 고개를 끄덕인다. 팬들은 이 모습을 보고 ‘이상민 감독 나왔다’며 박장대소한다. 안 감독은 “그게 뭐 대수냐”며 씩 웃고 만다. 그럴 땐 꼭 물렁한 고문관 같다. 하지만 선수들은 그런 안 감독을 형님처럼 잘 따른다.   

“400-500번쯤 져봐야 순리가 보인다”

네덜란드 축구선수들은 토론을 즐겨한다. 사소한 부상을 입어도 더 이상 못 뛰겠다고 벤치에 사인을 보낸다. 스무 살도 안 된 풋내기 선수도 자신이 감독만큼 축구를 많이 알고 있다고 생각한다. 전술을 놓고 감독과 다투는 선수는 네덜란드, 이탈리아 선수들밖에 없다. 감독은 작전을 세운 뒤 우선 선수들부터 설득해야 한다. 그들이 모두 고개를 끄덕인 뒤, 그들 스스로 생각하면서 공을 차게 하면 그들은 환상적인 축구를 한다. 그러나 그렇지 못할 땐 엉망이 된다.

아드보카트 감독과 관련해 재미있는 사례가 있다. 아드보카트 감독은 유로2004에서 독일과의 경기(1-1 무승부)를 앞두고 반 니스텔루이, 필립 코쿠, 프랑크 데부르, 에드가 다비즈 등 4명의 고참선수들을 불러 전술적인 문제에 대해 긴급회의를 열었다. 그리고 그들이 원한다는 이유로 독일전에서 4-3-3 포메이션을 사용하기로 결정했다. 과연 잉글랜드 같으면 이런 경우를 상상이나 할 수 있을까.

하기야 영국축구에서 선수가 감독과 언쟁을 벌인다면 그 선수는 조만간 보따리 쌀 각오를 해야 한다. 영국에서 축구선수는 감독이 지시하는 대로 하는 장기판의 말과 같다. 그래서 선수들은 감독을 보스(BOSS)라고 부른다. 행여 형편없는 경기라도 하는 날이면 감독은 경기가 끝난 후 모든 선수들을 집합시켜 놓고 한바탕 욕설을 바가지로 퍼붓는다. 그래도 영국선수들은 군말 없이 이를 받아들인다.

영국선수들은 상급자에게 절대 복종한다. 그들은 군인과 다름없다. 경기 중 머리가 깨져도 붕대로 싸맨 뒤 계속해 공을 찬다. 이른바 잉글랜드식 ‘붕대 투혼’이다. 잉글랜드 대표 선발 땐 이런 근성과 투지가 선발기준의 중요한 요소의 하나다. 물론 요즘은 그렇지 않은 감독들도 많다. 잉글랜드 프리미어 리그에는 아스날의 프랑스출신 웽거 감독 같은 외국인 출신들이 특히 그렇다. 그들은 선수들의 정당한 의견은 잘 들어주는 편이다.

어느 팀이나 빼어난 한 두 명의 스타는 있기 마련이다. 그러나 팀은 그들 한 두 명의 스타로만 이뤄지는 것이 아니다. 묵묵히 자기 맡은 일을 하는 수많은 선수들의 숨은 희생이 없다면 팀은 모래성처럼 와르르 허물어진다. 밤하늘에 보름달만 있으면 밤하늘이 아니다. 은 싸라기를 뿌려놓은 듯한 은하수와 수많은 크고 작은 별들이 있어야 비로소 반짝이는 밤하늘이 된다.

팀워크를 망치는 것은 불과 몇 사람들이다. ‘작은 히딩크’ 박항서 프로축구 전남감독은 이들을 꼭 집어 ‘관리 대상자’라고 부른다. 축구의 경우 엔트리에 드는 20명 이후부터 10명 정도가 이 범주에 든다는 것. 30등 밖에 있는 선수들은 스스로 ‘실력 부족’을 인정한다. 김정남 울산 현대 감독은 그라운드에서 뛸 수 있는 13명(교체 2명)을 제외한 나머지 7, 8명 정도를 그 대상자로 본다.    
     
김인식 감독의 생각도 비슷하다. 프로야구의 경우 엔트리 30명중 중간층인 13, 14, 15번째 선수가 문제라는 것. 이들은 “주전에 비해 내가 못하는 게 뭐 있느냐”며 쉽게 납득하지 않는다. 이들로 하여금 ‘언젠가 감독이 나를 써 줄 것’이라는 믿음을 심어줘야 한다.

“한 400~500번쯤 져봐야 선수들 보는 눈이 좀 생긴다. 그래서 전력이 약한 팀은 경험 많은 감독이 좋다.”

엄숙주의 벗어나면 발랄, 유쾌, 상쾌함 솟구쳐

요즘 광장마다 ‘젊은 외계인’들로 차고 넘쳐난다. 누가 뭐라 하지 않았는데도 촛불을 들고 모여든다. 야구장이나 축구장에도 외계인들로 가득하다. 그들은 왜 몰려드는가. 이들에게 엄숙한 것은 딱 질색이다. 시위도 놀이요 축제다. 광장에는 즐기러 간다. 답답한 가슴을 뻥 뚫러 간다.

야구장이나 축구장에서 내가 응원하는 팀이 이기는 것도 좋지만, 설령 지더라도 소리 지르고 춤추며 한바탕 신나게 노는 것만으로도 행복하다. 나와 생각이 같은 사람들과 가슴 따뜻한 연대를 확인하는 기쁨은 이루 뭐라 말할 수 없다. 아무리 옳은 것이라도 재미없으면 안 한다. 국가대표 운동선수도 자신이 재미없으면 미련 없이 그만 둬버린다. 손호철 서강대 교수는 말한다. “촛불시위는 엄숙주의를 벗어난 발랄하고 즐거운 혁명이었다. 정치권과 시민사회운동의 운동 권력이 사라졌다.”

외계인들은 모두 알고 있다. 지난여름에 한 일 뿐만 아니라, 이 세상 과거 현재 미래까지 죄다 알고 있다. 기성세대들에게 ‘검색은 권력’일지 모르지만, 이들에겐 밥 먹는 거만큼이나 평범한 일이다. 광우병 사태에서 보는 것처럼, 누구나 장관 대통령보다 많이 알고 있다. 이실직고해야 한다. 연출이나 꼼수는 통하지 않는다. 솔직하지 않으면 이들과 함께 갈 수 없다.

하지만 외계인들은 외롭다. 시멘트 방(병원 산부인과)에서 태어나, 시멘트 집(아파트)에서 살았다. ‘사각의 DNA’에 묻혀있다. ‘인간적인 너무나 인간적인’ 것을 원한다. 부당하다고 생각되거나 비인간적인 것은 못 참는다. 따뜻하게 말 한마디 걸어주는 사람에게 감동 먹는다. 부드럽고 따뜻한 리더에 마음을 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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