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한 그루 사과나무를 심는 당신

살아가면서

그 뜻이 점점 다르게 다가오는 문구들이 있다. 어릴 적 “내일 지구에 종말이 오더라도

나는 오늘 한 그루 사과나무를 심겠다”는 어떤 위인의 말에 커다란 감동을 받은

기억이 있다.

그때 깨닫지 못한 것들이 있었다면, 지구의 종말이 한날 한시에 와서 모두 같이

끝을 맺는 위기는 없더라도, 우리 개개인에게는 각각 다르지만 끝이 있으며, 그 끝은

몇 십년 후가 될 수도 있지만  혹은 내일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그 끝을

대하는 씁쓸하기도 하며 조금은 두렵기도 한 개개인의 마음가짐은 의연하게 사과나무를

심는 지혜의 거름이 될 수도 있으며, 주어진 삶에 대해 더 욕심을 갖고 진중하게

대하는 원천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청명한 가을의 문턱에서 왠 청승이냐고 혹자가 반문한다면, 중년에 접어들면서

뒤늦게 철이 들기 시작했기 때문이라고 이유를 찾을 수도 있겠지만, 그것보다는 최근에

접한 가까운 지인 두 분의 와병소식 때문이리라. 두 분 모두 마음 깊숙히 믿고 의지하는

분들이기에, 병환의 경중을 떠나서 마음 한구석이 아프고 참으로 당황스러웠다.

그러나 한편으로 놀라왔던 것은 어깨를 떨구고 상심해서 실속없이 허둥지둥하고

있는 나 자신에 비해서 그 두 분은 너무도 밝고 의연하게 자신의 냉정한 현실을 있는

그대로 수용하며 투병생활을 하신다는 것이었다. 옆에 있는 친지를 챙기시기도 하고,

가까운 이들의 크고 작은 문제에 충언을 주시면서 아프시기 전에 시작하셨던 일들을

힘든 투병 중에도 계속 지속하고 계신다. 그 중 한 분은 비교적 최근에 이환사실을

아셨는데, 변함없는 성숙한 사랑을 통하여 주위사람들에게 많은 가르침과 감동을

주고 계신다.

주변 친지들의 병환소식을 접하면서 가장 어려운 것은, 당사자 및 그 가족들의

마음을 다치지 않게 격려와 사랑을 전하는 것이다. 즐거운 일을 나눌 때 처럼, 유머를

잃지 않으면서 희망을 향해 함께 나아가는 발걸음을 멈추지 말고 가능하면 지나간

일에 대한 부질없는 회환으로 귀중한 삶의 시간을 낭비하지 않는 것이 중요하리라.

가볍지 않은 병환을 지혜롭게 대처해나가면서 오늘도 의연하게 묵묵히 사랑의

사과나무를 심는 P선생님과, L선생님 및 어딘가에서 같은 일을 겪고 계시는 분들께

따뜻한 마음 한자락을 바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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