첨단과학 치료법의 허와 실

루브

골드버그(Reuben Goldberg)는 온갖 기계장치에 짓눌리는 현대인의 일상을 풍자한

것으로 유명한 만화가이다. 미국의 퍼듀(Purdue) 대학에서는 매년 ‘루브 골드버그

콘테스트’가 열린다. 여기서는 창문을 닫는 일, 신발 신는 일, 밥 먹을 때 입 닦는

일 등 우리가 일상에서 손쉽게 할 수 있는 동작들을 가장 어렵고, 복잡하게 만드는

첨단과학의 기계장치들이 경연을 벌인다. 쉬운 동작을 가장 어렵게 만들수록 1등이

된다.

사람들은 일반적으로 로봇 수술, 레이저 수술, 컴퓨터 수술과 같이 첨단과학을

앞세우는 치료법에 대해서는 뭔지 잘 모르지만 월등히 좋은 것으로 쉽게 믿어버리는

경향이 있다. 과연 그럴까? 척추 분야에도 여러 가지 첨단 수술법들이 도입되고 있다.

내비게이션(Navigation) 수술법도 한 예이다. 이 방법은 최근 척추수술에서 가장

많이 사용되는 기구인 나사못 장치를 컴퓨터 3차원 시뮬레이션을 이용해 척추뼈에

쉽게 삽입하는 기법이다. 소개 당시에는 나사못 삽입에 따르는 기존의 여러 문제점들이

다 해결된 것 같았지만 10년 정도 지난 현재도 지지부진한 상태를 면치 못하고 있다.

능숙한 척추외과 의사가 나사못 한 개를 삽입하는 데 1분이 채 걸리지 않는 반면

내비게이션을 이용해 삽입하는 경우 15~20분의 시간이 소요돼 수술 시간이 엄청 길어지며,

정확성에도 문제가 있기 때문이다.

로봇 수술도 마찬가지이다. 로봇이 아무리 뛰어나도 수술 때 요구되는 인간 두뇌의

종합적인 인지능력, 오감(五感) 및 섬세한 손놀림을 대신할 수는 없다. 현재 수술에서

사용되고 있는 로봇들은 가장 단순한 동작, 예를 들면 내시경을 지지하고 있다든가,

내시경의 높낮이를 조정하는 등 초보적인 일을 할 뿐이다.

로봇이 인간을 대신해 수술하는 것은 의료의 어느 분야에서건 정말 요원한 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치 로봇이 수술하는 것처럼 과장하는 기사나 광고를 흔히 접하게

된다. 첨단과학을 연상시키는 치료법들이 항상 좋은 것이 아니다. 루브 골드버그

장치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어떤 병원에서 첨단과학 치료법을 앞세운다면

의도적인 홍보, 즉 상술(商術)일 가능성이 높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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