척추기형 수술과 ‘깨우기 검사’

전신마취

상태에서 수술을 한창 진행하고 있는데 환자가 마취에서 깨어나는 황당한 상황이

실제로 벌어질 수 있을까? 이런 믿어지지 않는 상황을 소재로 영화가 만들어지기도

했다. 국소마취로 치과 치료를 하다가 마취가 풀려 추가로 마취를 더 하는 일은 종종

있다. 하지만 전신마취 상태에서 수술 도중 환자가 깨어나는 것은 생각도 하기 싫은

끔찍한 상황이다. 그러나 일부 척추수술에서는 이런 상황을 일부러 만들어 유용하게

이용하기도 한다.

척추수술 가운데 가장 부담스럽고 위험이 따르는 수술은 측만증 등의 척추기형

수술이다. 자칫 하반신 마비와 같은 신경 합병증이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이를

예방하기 위해 최근 척추기형 수술에서는 ‘수술 도중 척추신경의 상태를 감시하는

모니터링(monitoring) 기계’가 개발돼 널리 사용되고 있다.

이런 기계가 없었던 시절에는 수술 후 예상치 못했던 하반신 마비를 발견하고

의료진이 당황해하는 일이 종종 있었다. 이를 예방하기 위해 수술 도중 환자를 깨워

척추신경의 기능을 점검할 수밖에 없었다. 마취의 심도를 낮춤으로써 전신마취 상태에서

살짝 벗어나 정신이 오락가락하는 환자의 귀에 대고 “발가락을 움직여봐요”라고

소리를 지른다. 환자가 발가락을 움직이면 신경기능이 정상이라고 판단하고 다시

마취 심도를 깊게 한 후 수술을 진행한다.

만약 발가락을 움직이지 못 한다면 척추신경이 손상됐다고 판단하고 대책을 강구하게

된다. 이와 같이 수술 도중 환자를 깨워 신경기능을 체크하는 검사를 ‘깨우기 검사

(wake-up 검사)’라고 부른다. 프랑스의 저명한 척추외과 의사인 스타그라나(Stagnara)가

고안해 한 동안 유용하게 사용됐던 방법이다.

최근 척추신경을 정확하게 모니터링하는 기계가 널리 사용되고 있어 수술 도중

환자를 깨우는 깨우기 검사의 필요성은 많이 줄어들었다. 하지만 아직도 최신기계보다

깨우기 검사를 더 신뢰하고 선호하는 의사들도 있다.

이상하게도 우리나라는 척추신경을 모니터링하는 분야에서 다른 의료선진국보다

유독 뒤쳐진 감이 있었다. 하지만 근래 여러 병원에서 최신 모니터링 기계를 도입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척추 수술이 조금씩 더 안전해지고 있다는 증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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