밑 빠진 독에 사랑 붓기

“옛날

옛적에 콩쥐라는 착한 아이가 살았는데…” 로 시작하는 이 옛날 이야기를 다 아시리라.

못된 팥쥐 엄마가 잔치에 가면서 콩쥐에게 일 시키며 준 ‘밑 빠진 독’도 우리 1

세대 한인들에게는 어린 시절의 기억과 더불어 마치 만져질 듯 그릴 수 있는 친근한

추억의 한 조각이다.

옛 이야기를 몹시 좋아했던 나도 예외가 아니어서 살아가면서 힘겨운 일을 만날

때마다, 아무리 진심과 애정을 가지고 부어도 부어도 보람 없는 허탈한 지경에 빠질

때마다, 그 심술꾸러기 팥쥐 엄마의 ‘밑 빠진 독’을 생각한다.

개인적으로는 매일매일 사랑과 정성을 쏟아 붓는 가족들에게도 때때로 정성의

물 따위는 흔적 없이 사라져 버린 ‘밑 빠진 독’을 발견하곤 한다. 어찌하여 우리

막내는 그렇게도 철저하게 멋대로인지…. 도대체 언제까지 매일 재우고 깨우는 일을

해야 되는 것인지…. 이런 사소하고 작은 ‘밑 빠진 독’에서부터 지역사회 일을

하면서 때때로 엄습하는 막막함도 부어도 부어도 채워지지 않는 팥쥐 엄마의 ‘밑

빠진 독’을 연상하게 한다.

어떤 선의도, 오랜 동안의 노력도 결코 쌓아지지 않는 ‘밑 빠진 독’의 물처럼

새로운 일을 시작할 때마다 막막하여 시지프스의 천형처럼 내게는 늘 이렇게 ‘밑

빠진 독’에 물을 부어야 하는 운명이 주어진 것이 아닌가? 하고 고민한 적도 있다.

희망가이드/희망도우미 프로그램을 시작하면서 지난 몇 일간 수 많은 뜻 있는

분들이 보여준 뜨거운 성원과 격려는 내게 새로운 힘을 불어 넣어주었을 뿐 아니라

‘밑 빠진 독’에 붓는 물로도 소롯이 자라나 있는 콩나물 같은 희망을 돋아나게

하였다.

현재 투병 중인 아내를 돌보고 계시면서도 더 힘든 이웃들에 힘이 되어 주시겠다는

C선생님, 힘든 식당 일을 하고 계시지만 아픈 이들에게 드릴 수 있는 맛 있는 음식만은

자신 있다는 L선생님, 희망과 사랑이 담긴 카드를 써 주겠다는 J씨…. 처음 가진

타운 미팅에 오셔서 힘겨웠던 투병 이야기를 나누어 주셨던 용기 있는 분들….

 그렇다! ‘밑 빠진 독’에 붓는 물로 자라는 것은 콩나물뿐이 아니다. 나보다

힘든 사람에게 힘이 되어 주고 싶다는 사랑의 씨앗도 어찌 보면 보람이라고는 도통

없어 보이는 ‘밑 빠진 독’에 붓는 물로 싹이 트고 자라는 것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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