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심코 권한 음복주, 누군가 삶 망친다”

알코올중독자-임산부-미성년자 등에겐 한 잔도 ‘독’

“이 서방 왜 그러나? 음복주는 예절이야.”
“이 친구 변했군. 내 잔을 거절하다니…”

오랜만에 가족과 친구들이 만나는 명절에는 누군가 남에게 술을 권하는 사람이

있게 마련이다. 그러나 아무 생각 없이 권하는 술 한 잔이 사랑하는 가족이나 친구를

파멸로 몰아넣을 수도 있다.

한국음주문화연구센터 제갈정 예방연구본부장은 “특히 술 때문에 치료를 받고

있는 알코올 중독 환자는 한 잔의 술도 독약”이라며 잘못된 음복주 문화에 대해

경고했다.

실제로 알코올 중독자가 명절 첫날 한 잔의 술을 마시게 되면 연휴가 끝날 때까지

술에 절어서 살게 되고 후유증이 계속되곤 한다. 알코올 중독자의 친척은 중독자에게

“음복주는 마셔야 한다”며 권하는 것이 그 사람을 파멸시키는 길임을 알아야 한다.

또 임신부나 임신 했을 가능성이 있는 여성에게 권하는 술 한 잔도 독배가 될

수 있다. 뱃속 아기에게 태아알코올증후군을 유발해 나중에 기형,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ADHD),

유아급사증후군(SIDS) 등을 일으킬 수 있는 것. 수유 중인 여성도 한 잔의 술이 자녀에게

영향을 미칠 수 있으므로 가급적 피하는 것이 좋다.

제갈 본부장은 “어떤 여성은 술을 기호품이라고 여기지만, 술은 엄연한 약물이며

임산부는 약을 조심하듯 술을 조심해야 한다”고 말했다.

미성년인 자녀에게 “음복주는 괜찮다”고 술을 권하는 부모도 있는데 이는 미래의

주정뱅이를 키우는 것일 수도 있다.

제갈 본부장은 “조상의 향음주례(鄕飮酒禮)도 건강한 성인이 주법의 대상이었을

뿐 병에 걸린 사람이나 미성년자는 술을 마시면 안됐다”고 말했다.

술을 처음 마신 나이가 어리면 어릴수록 나중에 술에 의존하게 될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연구결과도 있기 때문에 자녀에게 주도(酒道)를 가르치는 것도 고교 3년생 이후가

적당하다.

어린이나 청소년이 술을 마실 때 일방적인 훈계는 오히려 역효과를 초래할 수

있기 때문에 술에 대해 정확한 정보를 제공해야 한다. 또 부모가 자녀 앞에서 술

취한 모습을 보이지 않도록 해야 하며 자녀들과 대화를 많이 나누는 것도 필요하다.

    권병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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