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살은 사회문제…’심리학적 부검’이 필요하다?

젊은 노동인구 감소하면 국가적 손실, 예방대책 마련해야

우리나라 자살 사망자수는 교통사고 사망자수보다 많지만 아직 ‘심리학적 부검(Psychological

Autopsy)’이 활발히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자살을 개인 문제가 아닌 사회 문제로

보아 자살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심리학적 부검이 꼭 필요하다고 관련학자들은 지적한다.

심리학적 부검은 자살 이유를 찾기 위해 자살한 사람의 성장 과정, 의학적 병력,

사회적 과거력, 최근 상황 등을 중심으로 자살자의 심리에 대해 자세한 조사와 검토를

하는 것을 말한다. 심리학적 부검을 통해 자살의 원인을 제대로 찾아내야 다른 사람의

자살을 예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심리학적 부검을 하려면 유가족의 도움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유가족은 자살을

인정하고 싶지 않다는 이유나 자살자 가족이라는 사회적 낙인 때문에 때때로 자살자의

중요한 정보들을 숨기거나 말하지 않으려는 경향이 있다. 유가족의 적극적인 도움이

없으면 완전한 심리학적 부검은 불가능하다.

자살 동기 제대로 밝혀야 다른 자살 예방

국립과학수사연구소의 한 관계자는 “자살의 심리적 동기를 알면 다른 자살도

예방할 수 있고, 자살을 사회적으로 해결해야 할 문제로 끌어 들일 수 있다. 아직까지

우리 나라는 제도적으로, 사회적으로 자살자를 품어 안으려는 노력이 부족하다”고

말했다. 그는 “자살을 장기적인 관점에서 바라봐야 해결책이 나올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서울대병원 신경정신과 조맹제 교수는 “외국의 자료를 분석해 보면 자살의 원인

중 80~90%는 실직 실연 이혼 등으로 인한 우울, 알코올 중독 등 정신과적인 문제이며

충동적인 자살은 10%정도”라고 말했다. 실연, 이혼 했다고 모두 자살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심리학적 부검으로 자살에 대한 고위험군을 분리해 내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2006년 자살률은 인구 10만 명당 23명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1위다. 자살 사망자수는 이미 교통사고 사망자수를 넘어섰다. 1996년 교통사고

사망자는 10만 명당 38.3명에서 2006년 16명으로 줄었다. 같은 기간 자살은 14.1명에서

23명으로 늘었다.

조맹제 교수는 “자살은 사회적으로 왕성하게 활동해야 할 젊은 노동 인구의 감소를

의미하기 때문에 국가적으로 큰 손실이라는 인식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교통사고를

줄이기 위해 사회 관심이 필요하듯 자살을 줄이기 위해 사회 관심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선진국은 자살에 대한 사회적인 관심과 자살을 줄이기 위한 노력으로 자살자 수가

점점 줄어들고 있다. 우리나라는 자살의 문제를 거의 대부분 실직이나 이혼, 실연,

학교성적 비관, 왕따 등 개인적인 문제로 치부하기 때문에 사회적으로 관심을 끌지

못하고 있다. 자살 예방을 위한 사회적인 노력도 거의 없다.

자살률 한국은 증가하고 미 일은 감소

90년대 한국 자살률은 인구 10만 명당 13~14명이었다. 같은 시기 일본이 20명,

미국이 19명 수준이었다. 일본과 미국은 자살에 대한 사회적인 관심을 높이고 여러

가지 자살 예방 정책을 실시한 결과 미국 14~15명, 일본 18명 수준으로 낮췄다. 한국

자살률이 증가한 것과는 대조된다.

한국자살예방협회의 홍강희 협회장(서울대의대 명예교수)은 “자살을 줄이려면

자살의 원인을 더 이상 개인 문제라고 방치하지 말고 사회 문제로 인식해 함께 노력해야

한다”며 “심리학적 부검이 철저히 이루어져 자살 예방 대책이 사회나 국가차원에서

마련되고 실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10일은 세계자살예방의 날이다. 보건복지가족부와 한국자살예방협회는 이날 오후

1시 한국프레스센터 20층 국제 회의장에서 제2회 서울 국제자살예방학술대회를 개최한다.

학술대회에서는 한국 호주 일본 홍콩의 관련전문가들이 자살 예방을 위한 국가 전략,

‘심리학적 부검’, 자살자 가족을 돕는 방법 등에 대해 토론할 계획이다.

복지부는 자살의 주요 원인이 경제적 빈곤과 질병으로 인한 고통, 고령 등이라는

점을 고려해 저소득층과 노인 등 취약, 소외 계층에 대한 사회, 경제적 안전망 강화

등을 골자로 한 제 2차 국가 5개년 자살예방대책을 이날 학술대회장에서 발표할 예정이다.

▽자살 예방 수칙

자살하는 사람들은 보통 2달 전부터 의욕이 없고, 불안, 집중력 부재, 수면 부족

등 정신과적 질환을 겪기 때문에 이때 치료하면 자살을 예방할 수 있다.

미국 응급의학회는 자살을 예방하기 위한 수칙을 다음과 같이 제시하고 있다.

△혼자 두지 마라. 주변에 총, 칼, 약처럼 자살에 사용될 수 있는 물건들이 방치돼

있을 땐 더욱 위험하다

△위급한 상황이 발생했을 때 혼자 해결하려 하지 마라. 911(한국은 국번 없이

119)이나, 지역응급센터, 의사, 경찰, 다른 사람에게 전화해 도움을 요청한다

△도움을 요청하고 기다리는 동안에는 차분하게 대화를 하라. 시선을 마주하고

손을 잡고 대화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자살방법 등 자살계획을 면밀하게 세워뒀는지 대화를 통해 알아둬라

△주변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사람이 많다는 사실을 상기시켜라

△자살을 시도했을 땐, 즉시 앰뷸런스를 부르고 응급처치를 시도한다

강경훈 기자 kwkang@kor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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