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지던 홍역이 살아나는 까닭은?

미 언론들 “선정적 보도-인터넷 탓”…한국도 상황은 비슷

미국에서 홍역이 급증하고 있다.

미국 뉴욕타임스, 워싱턴포스트 등의 유력지는 한때 ‘사라진 병’으로 여겨졌던

홍역이 다시 유행하는 것은 이 병의 예방백신이 자폐증을 유발할 수도 있다는 ‘오보성

기사’가 언론에 소개된 뒤 인터넷을 통해 확산됐기 때문이라고 앞 다퉈 보도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2000년 백신 접종 사고가 자극적으로 보도되면서 부모들이 자녀의

홍역백신을 기피한 이후 7세까지의 백신 접종률이 낮아져 홍역 발병률이 증가하고

있다는 점에서 ‘동병상련’이라고 할 수 있다.

미국 질병관리본부(CDC)는 미국 내 홍역 발생 건수가 1996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고

21일 밝혔다. CDC에 따르면 올 7월까지 미국 내에서 131명이 홍역에 걸렸고 이 중에

15명은 병원치료를 받아야 할 정도였다.

미국 보건당국은 2000년에 홍역이 완전히 없어졌다고 선언까지 했다가 다시 확산되자

이처럼 비상사태에 들어갔다.

홍역은 고열과 함께 기침이 심하게 나며 온 몸에 붉은 색 점이 생기는 급성 전염병이다.

홍역이 무서운 것은 질병 자체보다 붉은 반점이 생길 때 면역력이 약해져서 폐렴

등의 합병증이 생기기 쉽다는 것이다.

미국의 일간지 뉴욕타임스, 워싱턴포스트 온라인판 등의 최근 보도에 따르면 미국에서

홍역이 다시 증가하게 된 가장 큰 이유는 부모들이 홍역 백신이 안전하다고 믿지

않기 때문이다.

1998년 영국의 앤드류 웨이크필드 박사가 홍역, 볼거리, 풍진의 영문 첫머리를

딴 MMR 백신이 자폐증을 일으킬 수 있다고 과학학술지 ‘란셋’에 보도한 이후 각

언론사들은 이 연구를 기사화했고 그 영향으로 부모들은 아직까지 대부분 이를 진실로

믿고 있다.

웨이크필드 박사는 6년이 지난 다음 자신이 쓴 논문의 내용에 대한 오류를 시인했고

논문도 철회됐다. 또 2008년 영국 맨체스터대 길리언 바이어드 교수팀이 MMR 백신과

자폐증은 무관하다고 ‘아동질환기록(Archives of Disease in Childhood)’에 발표할

정도로 1998년 이후 자폐증과 백신은 무관하다는 수많은 연구결과들이 나왔지만 한

번 보도된 의학 기사는 부모들의 생각을 그대로 굳게 만들었다.

미국 뉴욕 어린이병원 소아과의 앤드류 라신 박사는 “소아과 의사들이 부모들에게

백신이 왜 안전한지 설명하는데 많은 시간을 쓴다”고 말했다.

우리나라 역시 사정이 다르지 않다.

홍역백신 때문에 2000년에 아이들이 사망했다는 문제가 제기된 후 우리나라 부모들

역시 백신 접종을 기피했다.

게다가 우리나라는 어렸을 때 예방접종이 의무화되어 있고 초등학교 1학년의 홍역

백신 접종률이 95%에 이르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8살이 기준일 뿐이다. 8세까지 백신을

맞으면 되므로 7세까지 백신을 맞지 않아도 상관없다. 질병관리본부가 밝힌 2007년

홍역발생건수는 194건이며 서울, 인천 지역의 홍역 2차 접종률은 51%에 불과했다.

2000년 무렵 백신을 맞지 않았던 아이들이 초등학교 입학 전까지 접종을 미뤄

이 아이들에게서 홍역이 발병하고 있는 것.

    권병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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