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혈액에도 수혈 가능한 인공 혈액 개발

‘황박사 앙숙’, 배아줄기세포에서 대량 분화 성공

조만간 헌혈이 역사책에 등장할 날이 올지도 모르겠다.

바이러스나 세균 감염 걱정 없이 어떤 혈액형에도 수혈할 수 있는 ‘청정 만능

혈액’의 대량생산이 성큼 다가왔기 때문이다.

9일 미국의 LA타임즈, 영국의 텔레그래프 온라인판 등의 보도에 따르면 미국의

생명공학 기업 어드밴스트 셀 테크놀로지(ACT)사의 로버트 란자 박사(사진)는 메이요

클리닉, 일리노이대 연구팀과 함께 배아줄기세포를 적혈구로 분화시켜 대량생산하는

데 성공했다.

지금까지는 혈액세포에 핵이 있어 혈액형이 다른 사람에게는 수혈을 할 수가 없었다.

란자 박사 팀은 조혈모세포(혈액줄기세포)에서 인위적으로 핵을 빼내 적혈구를 대량으로

생산함으로써 혈액형이 다른 사람에게 수혈할 수 있는 길을 닦았다. 이 혈액의 개발은

또 에이즈와 같은 질병 감염에서 자유롭게 수혈할 길을 마련했다는 의미도 있다.

적혈구에 핵이 없다는 것은 분열이 불가능해 종양이 형성될 염려 또한 사라진다.

연구진은 인간배아줄기세포를 배양해서 조혈모세포(혈액줄기세포)로 6웰 배양판(six-well

plate)마다 최고 1000억 개의 적혈구를 생산해냈다. 일반적으로 줄기세포 실험에서는

줄기세포의 생존율을 높이기 위해 지름이 작은 24웰 배양판을 사용하며 6웰 배양판을

이용하면 한꺼번에 많은 줄기세포를 배양할 수 있다.

란자 박사는 “수혈은 피가 모자란 환자에게 생명을 위협할 수 있는 ‘감염’이라는

잠재적인 문제들이 있었다”며 “배아줄기세포를 이용한 이번 기술은 세균이나 바이러스

 감염의 우려가 없는 적혈구를 무한정 생산할 수 있다는 것을 뜻 한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서울대병원 혈액종양내과 박선양 교수는 “적혈구 헌혈에서 일어날

수 있는 감염문제를 해결하고 이론적으로 대량생산이 가능할 수 있다”며 “기본적인

기술이 개발됐기 때문에 혈소판이나 다른 혈액 성분을 만드는 것에도 이용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했다.

지금까지는 혈액형 A형 혈액은 A형과 AB형에게만 수혈할 수 있었다. 이 기술을

이용하면 누구한테나 수혈이 가능한 O형 혈액을 대량생산 할 수 있다는 의미이다.

헌혈 자체가 필요 없어지는 것이다.

란자 박사는 배아복제줄기세포 연구의 일인자로 12세 때 집 지하실에서

한 생물실험 결과를 18세 때 ‘네이처’에 발표한 천재다. 그는 13세 때 하버드 대학에

궁금증에 대해 질문하러 갔다가 신경생물학의 거장 스티블 커플러 교수를 만났고

오나스 솔크, 버러스 스키너 등 대가들에게 사사했다.

그는 세계 처음으로 심장 이식

수술에 성공한 남아프리카공화국의 크리스티앙 버나드의 팀에도 속했다. 란자 박사는

이식 수술에서 면역거부 문제로 고민하다 치료용 복제의 길에 뛰어들었으며 세계

최고의 기술력을 자랑했다. 그는 2004년 황우석 박사가 배아복제줄기세포를 만들었다는

논문을 발표하자 논문 조작 의혹을 꾸준히 제기했었다. 그는 당시 “황 박사가 논문을

발표하자 투자가들이 떠나 큰 애로를 겪었다”고 말했다.

이 연구결과는 과학전문지 ‘혈액(Blood)’ 온라인판에 발표됐다.

    강경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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