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이긴 선수, 왜 가슴 펴고 두 팔 벌려 환호하나

캐나다 연구팀 “진화 과정서 배운 생존기술의 표현”

올림픽 경기에서 승리하거나 금메달을 딴 선수가 고개를 뒤로 젖히고 가슴을 펴며

두 팔을 쫙 벌리는 모습을 흔히 볼 수 있다. 이런 행동은 본능적으로 타고난 생존기술이

표현된 것이라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캐나다 브리티시컬럼비아대 제시카 트레이시 박사팀은 2004년 아테네 올림픽 직후

같은 장소에서 열린 장애인올림픽인 패럴림픽 기간 중에 있었던 유도 경기의 사진들을

분석한 결과, 경기에 이긴 선수들과 진 선수들이 각각 유사한 행동을 보였다고 밝혔다.

연구진은 태어날 때부터 시각장애가 있는 선수들이 경기에서 승패가 갈린 직후

어떻게 행동하는지 사진들을 모아서 경기 후 분석했다. 이들은 태어날 때부터 눈이

안보여서 다른 선수들이 어떻게 하는지 본 일이 없기 때문에 연구에 적합했다.

그 결과 경기에서 이겼을 때 대부분의 선수들은 가슴을 쫙 펴고 두 팔을 벌리는

것과 같이 몸을 확장시켰고, 경기에 졌을 때는 움츠리는 행동을 보였다.

트레이시 박사는 이를 ‘생존기술’이라고 불렀다. 그는 “사람은 본능적으로

자랑스러운 상태가 되면 ‘나는 강하고 우성이다’라고 다른 사람에게 표현하려고

자신을 더 크게 보이게 만들고 싶어한다”면서 “인류가 진화하는 과정에서 전해져

내려온 표현방법으로 우월하다는 점을 나타낸 것”이라고 말했다.

진 선수 움츠리는 행동은 복종의 의미

연구진은 경기에 졌을 때 움츠리는 행동도 생존기술의 형태로 설명했다. 동물은

자연 상태에서 자신보다 우월한 적이 나타나면 그것을 인정하고 ‘나는 당신을 섬기니

나를 해치지 마세요’라는 식으로 행동하는데 그 행동이 사람에게는 부끄러워하고

움추리는 형태로 표현된다는 것.

연구진은 경기에 졌을 때 동양인들이 서양인에 비해 좀 더 움츠리는 행동의 표현을

더 강하게 했다고 밝혔다. 이는 동양이 서양보다 더 집단중심의 문화를 가졌기 때문에

‘져서 미안하다’는 행동을 적절히 자기가 소속된 집단 구성원들에게 보여줄 필요가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이 연구는 ‘미국 국립과학원 저널(Proceedings of the National Academy of Sciences)’

최신호에 게재됐으며, 미국 방송 msnbc 온라인판 등이 11일 보도했다.

 

    권병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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