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 금메달 목에 걸고 울음 펑펑, 왜 그럴까?”

울음은 감정의 극단적 표현… 눈물 참으면 소화기질환 등 유발

베이징 올림픽 첫날인 지난 9일 유도 60kg급의 최민호 선수는 다섯번을 연거푸

한판으로 이겨 금메달을 확인한 순간 울음을 터트렸다. 최 선수는 이날 결승에서

‘딱지치기’ 기술로 상대를 들어 메친 뒤부터 시상대에 올라서까지 흐르는 눈물을

주체하지 못한 울보였다. 11일 저녁 유도 73Kg급의 왕기춘 선수도 결승전에서 그동안

벼른 실력을 꺼내보지도 못한 채 순식간에 한판으로 패하자 눈물을 쏟고야 말았다

올림픽 같은 스포츠 경기, 연말 방송국 시상식, 미스코리아 선발대회장 같은 데서

이기거나 상을 받은 사람들이 감격의 눈물을 흘리는 것을 흔히 볼 수 있다.

슬프면 운다지만 기쁜데도 왜 우는 것일까? 격한 감정에 흘리는 눈물은 평상시

눈에 고인 눈물과 어떤 차이가 있을까? 기쁠 때 흘리는 눈물은 슬플 때 흘리는 눈물과

차이가 있을까?

분당서울대병원 신경정신과 하태현 교수는 "눈물은 감정이 일정 수준 이상

올라가면 나타나는 신체 반응"이라고 설명했다. 슬프거나 기쁘다고 해서 항상

눈물이 나는 것이 아니라 감정의 극단적인 표현이라는 것이다.

눈물을 흘리는 것은 슬픔과 기쁨 등 감정의 종류가 결정하는 게 아니라 어느 정도의

감정을 느끼는가와 관련이 있다.

감정 격해져 흐르는 눈물, 스트레스 호르몬 배출

슬픔, 기쁨, 좌절, 후회, 두려움, 웃음과 유머 등 울음을 일으키는 감정들은 수없이

많다. 뇌에서 이 같은 감정의 자극을 담당하는 곳은 변연계이다. 변연계에 들어온

자극에 대해 몸이 반응하게 하는 부분은 시상하부이다. 즉, 기쁘거나 슬프거나에

상관없이 감정적인 자극이 변연계에 들어오면 이 신호가 시상하부에 도달해 몸이

감정에 따라 반응하도록 한다는 것이다.

화가 나면 혈압이 올라가거나 근육이 경직되는 것도, 너무 슬퍼서 자리에 주저앉는

것도, 기뻐서 눈물을 흘리는 것도 모두 시상하부에서 온몸으로 보내는 신호 때문이다.

눈물은 시상하부의 신호가 부교감신경으로 전해져 눈물샘을 자극해 흐르게 된다.

눈물은 눈에 영양분을 공급하고 이물질을 씻어내는 기능 이외에 감정을 표현하는

수단이기도 하다. 눈물은 98%의 물과 2% 정도의 단백질, 전해질, 당분으로 구성된다.

평상시에는 눈을 깜박일 때마다 눈물샘에서 나온 눈물이 안구 표면을 씻어낸 뒤 콧속으로

들어가 사라진다.

최선 다했다면 승자… 눈물날 땐 쏟아버려야 건강

경희의료원 안과 박인기 교수는 "눈에는 항상 눈물이 있고, 이 눈물에는

지방질이나 점액 성분이 섞여 있어서 윤활작용과 눈 보호역할을 한다"면서 "감정적

자극에 의해 흘리는 눈물에는 눈을 보호하는 이런 성분이 많지 않다"고 말했다.

감정이 격해져 흘리는 눈물은 평상시 눈을 보호하기 위해 흐르는 눈물과 성분이 다르다는

것이다.

감정 때문에 흐르는 눈물에는 ‘카테콜라민’이라는 스트레스 호르몬이 많이 들어

있다. 눈물을 흘리면 신경이 안정되고 ‘카타르시스’라는 심리적 정화 작용이 일어나는

이유이다. 미국의 생화학자 윌리엄 프레이 박사에 따르면, 이 호르몬이 체내에 쌓이면

소화기 질환을 유발하는 것은 물론 혈중 콜레스테롤 수치를 높이고 심근경색과 동맥경화

등을 일으킨다.

경희의료원 신경정신과 백종우 교수는 “울고 싶을 때 실컷 울고 나면 마음이

안정되는 ‘카타르시스’라는 심리적인 정화작용이 일어나게 되는데 카테콜라민이

배출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올림픽 경기에서 이기고 지는 선수들의 눈물은 그 이유가 복잡하고 미묘한 감정만큼이나

다양할 것이다. 뼈를 깎는 훈련을 이겨낸 성취감에 울음을 터트렸건, 오랜 열망이

무너진 아쉬움과 억울함 때문에 눈물을 쏟거나 혹은 소리 없는 울음을 속으로 삼켰건

올림픽에 출전한 선수들은 모두가 승자였고, 최선을 다한 이상 자기를 이겨낸 영원한

승자다. 경기에서 이기든 지든 흐르는 눈물을 참을 필요는 없다.

    강경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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