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화 시설… 전문의 왕진… 산후조리원도 명품시대?

몇년새 조리원 난립… 강남 분당 일대 서비스 경쟁으로 살아남기

경기도 수원시 팔달구 아이모 산후조리원 1층. 지난달 26일 독특한 아랍 음악

소리가 나는 곳을 들여다보니 배가 볼록한 임부들이 화려한 스팽글이 달린 짧은 스커트

차림으로 벨리댄스를 추고 있다. 임부는 발걸음도 조심스러워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이 일반적인데 춤을 추고 있으니 의외였다.

양 손을 소독하는 살균 기계를 통과해 방문객 전용 엘리베이터를 타고 2층으로

올라가니 소금방과 황토방으로 나뉜 찜질방에서 산모들이 땀을 빼고 있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2층에는 찜질방 외에도 온도와 습도가 24시간 일정하게 유지되는

신생아실, 가슴 마사지실 등이 있다.

3층부터 7층까지는 입원실과 아기자기하게 휴게실이 마련돼 있다. 이곳은 산모를

위한 서비스뿐만 아니라 남편을 위한 아침식사와 와이셔츠 세탁 서비스까지 제공한다.

한 달에 2번 씩 산모와 남편을 초대해 부부 음악회를 마련, 감동을 선사한다. 입원비는

250만~390만 원.

이날 만난 한 임부의 시어머니는 “며느리가 산후조리를 집에서 안 하고 조리원에서

한다길래 어떤 곳인지 직접 와봤다”며 “옛날에는 생각도 못 했던 시설이 이렇게

잘 갖춰진 것을 보니 신기하고 마음이 놓인다”고 놀라워했다.

아이모 산후조리원의 전혜영 본부장은 “수원 내 최고의 서비스와 시설을 갖추고

있다고 자부한다”며 “이곳은 산모들이 몸조리만 하는 곳이 아니라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산후 우울증을 예방하고 남편과 자녀 사랑을 돈독히 해 새로운 인생을 시작할 용기를

얻는 곳”이라고 말했다.

2주 입원비 500만 원에 남편 와이셔츠 다림질까지

경기 성남시 분당구의 라벨뽀즈 산후조리원은 들어가자마자 고급스럽게 꾸며놓은

정원이 산모를 반긴다. 일반실, 특실로 나눠져 있는 데 방마다 욕실이 있고 대형

TV, 노트북, 리모콘으로 조절할 수 있는 조명, 산소발생기 등이 갖춰져 있다. 비용은

일반실 380만 원, 특실은 500만 원이다. 정원은 10명 정도로 한 번에 그 이상의

산모를 받지 않는다.

‘명품 산후조리원’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수원의 한 산후조리원은 산모가 조리원에서 병원으로 진료를 받으러 갈 때 간호사와

함께 BMW 승용차로 이동하는 서비스를 제공한다. 불과 100m밖에 되지 않는 거리지만

거동이 불편하고 보온에 신경써야 하는 산모를 위한 세심한 배려다. 분당의 다른

산후조리원은 식사를 호텔식 뷔페로 운영하고 소아과 전문의가 주기적으로 방문해

신생아를 검진한다.  

위생적이고 전문적인 산후조리를 원하는 산모들의 욕구에 따라 요즘 산후조리원은

벨리댄스, 요가를 비롯한 다양한 산후체조, 산후우울증을 예방하기 위한 웃음치료와

음악치료, 남편 사랑을 확인시켜주는 마사지 시간과 부부음악회 등 차별화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명품화를 추구하는 산후조리원은 직원들도 모두 자격증이 있는 전문 인력으로

구성하고 간호사 1인 당 산모를 3~5명 정도만 담당하게 한다. 산모들의 편의를 위해

조리원 내 병원이 따로 마련돼 있는 경우도 있다.

벨리댄스, 웃음치료 등 서비스 소문나면 산모 몰려

한국산후조리원협회에 따르면 협회에 등록된 산후조리원은 100여 곳, 등록되지

않은 곳까지 합하면 전국에 400여 곳이 있을 것으로 추산된다. 산후조리원에 입원하는

비용은 2주 기준으로 최저 100만 원이다.

일반적으로 입원비는 150만~300만 원 사이지만 최근 서울 강남과 성남 분당 등을

중심으로 가격이 껑충 뛰고 있다. 산후조리원협회 김정욱 사무장은 “협회에 가입된

곳은 적어도 150만 원 이상이고 보통 300만 원을 넘는다”며 “시설과 인력기준이

강화된 법규로 인한 투자비 상승, 다른 조리원과 차별화해 경쟁력을 높이려는 노력,

쾌적하고 전문적인 서비스를 원하는 산모들의 욕구 등이 입원비 상승의 원인으로 생각된다”고

말했다.

가격이 비싸도 시설과 서비스가 좋다고 입소문이 나면 금방 산모가 몰린다. 인기있는

산후조리원들은 적어도 출산 예정일 2, 3개월 전에 예약하고 입원비 전액을 내야만

입원할 수 있다. 전국에서 가장 비싸다고 알려진 강남의 한 산후조리원 입원비는

1000만 원으로 대기업 며느리, 연예인 등이 주로 이용한다.

산후조리원이 고급화되고 비용이 오르는 것은 몇 년 새 산후조리원이 우후죽순으로

들어서면서 서비스 경쟁이 치열해졌기 때문이다.

산모와 가족들의 가치관이 변화한 것도 산후조리원이 고급화하는 이유 중의 하나다.

평생 한 번일지도 모르는 출산에 대한 의미 부여와 산후조리를 돕는 친정어머니의

고생을 덜고 싶은 마음, 위생적이고 전문적인 관리 등의 가치를 비용보다 중요하게

여기는 것이다. 예전에 산후조리를 친정에서 하던 관습에 따라 입원비를 친정어머니가

주는 경우도 있다.

신세대엄마 최고 선호심리 이용 “과소비 조장” 지적도

산모 임은수(37.수원시 팔달구)

씨는 “첫째아이를 외국에서 낳았는데 출산 후

간호사가 찬물로 샤워시켜주고 커피와 빵을 주더라”며 “이번에 둘째아이를 한국에서

낳고 마지막으로 호강 한 번 해보자는 마음에 산후조리원에 입원했는데 직원들도

친절하고 시설도 좋아 편하게 지내고 있다”고 만족해했다.

그러나 2주 산후조리를 하는 데 몇 백 만원씩이나 지출하는 것이 과소비라는 지적도

있다.

지난주 아들을 출산하고 친정에서 몸조리를 하고 있는 김선애(32.성남시 분당구)

씨는

“임신 중에 집 근처 산후조리원을 몇 군데 알아봤는데 어떤 곳은 500만 원이고

조만간 80만 원 더 올릴 계획이니까 예약하려면 빨리 하라고 다그치더라”며 “산후조리원이

아이에게 최고만을 해주고 싶은 모성애와 신세대 엄마의 유행을 좇는 심리를 이용해 지나치게

입원비를 올리고 있는 것 같다”고 씁쓸해했다.

    소수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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