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원 L씨가 겪은 ‘악몽의 치질 수술’ 체험담

“양한방 협진으로 치질 수술 당일에 퇴원한다고?”

사실 그 날만 그랬던 것은 아니었다. 워낙 과로하거나, 과음을 한 다음 날엔 약간의

이물감이 있었고 만져보면 콩알만한 무언가가 느껴지곤 했다. 아내와 함께 백화점에서

쇼핑을 하는데, 역시 전날 과음한 탓인지 뭔가 꺼림칙한 게 느껴졌다. 서둘러 귀가해서

샤워를 하며 만져보니, 콩알보다는 약간 커진 무언가가 있었다. 언제나 그렇듯이

하루 자고 나면 없어질 것이라고 생각했다. 

다음날 아침 샤워를 하다가 깜짝 놀랐다. 외려 더 커진 것이 아닌가. 남편의 외마딧

소리에 놀란 아내가 살펴본 바에 따르면 ‘미더덕’만한 것이 엉덩이 사이로 삐죽 보였던

것이다. 거참 고약했다. 걸음을 내디딜 때마다 마치 변을 제대로 못 가린 것처럼

엉덩이 사이에 뭔가가 끼어있는 느낌. 걷기를 좀 많이 했다 싶으면 엉덩이 살에 쓸려서

쓰라리기까지 했다. 

드디어 올 것이 온 것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인터넷에 들어가 ‘치질’이라는

검색어를 넣었을 때 한반도에 그리 많은 치질 환우들이 있다는 걸 보고 놀랐다.

인터넷에 있는 정보를 종합하면 이랬다. 콩알보다 커진 치핵이 가라앉지 않을

경우, 수술이 불가피하다. 척추마취를 하고 수술한 뒤 1박2일 입원하면 사흘째부터는

정상생활이 가능하다는 것이었다. 생각보단 간단해보였다. 불행 중 다행이군. 병원을

검색했다. 그러던 중 눈에 띈 것이 양한방 협진으로 치질을 고쳐준다는 병원이었다.

더욱 마음에 드는 것은 국소마취만 하면 되는데다가 입원할 필요도 없다는 것이었다.

척추 마취하다가 하반신이 마비됐네, 어쩌네 하는 괴담이 마음에 걸렸기 때문이었다. 

회사를 조퇴하고 그 병원을 찾았다. ‘소장수’같이 생긴 의사가 후배위를 요구했다.

치질 검사를 받아본 사람들은 알 것이다. 담당의사의 검지손가락 굵기를. 이리 저리

한참을 찔러보더니 내뱉듯이 말을 했다. "수술하고 가시죠."

"네?

지금요?"  

"지금 마침 수술 스케줄이 비었네요. 나중에 오시려면 1주후에 예약하셔야

되는데…."

‘1주일이라….’ 고민하는 나를 바라보던 의사가 결정적 한마디를 던졌다.

"20분이면 끝나요."

"그럼 그렇게 하지요."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환부를 거칠게 소독하더니, 마취 주사를 놓기 시작했다.

그렇다. 그곳에 놓는 것이다. 한방, 두방, 세방째까지 눈앞에서 벼락이 치는 것 같은

고통을 참았다. 또 찔렀다.

"아니, 이거 몇대나 맞아야 해요?"

"다 됐습니다"라는 말 이후로도 서너 방은 더 맞은 것 같았다. 

잠시후 수술이 시작됐다. 항문 외부의 치핵을 제거할 때까지는 아프더라도 마취주사

맞은 효과가 있다고 생각했다. 그러더니 내부에 처치할 것이 있다며, 연탄집게 만한

핀셋 등을 마구 찔러댔다. 허걱! 후배위 자세가 엎드려 뻗쳐 자세가 됐다. 의사가

다시 자세를 바로 잡으며 조금만 참으라고 했다.중간 중간 인두같은 것으로 출혈부위를

지졌다. 나중엔 수술실인지, 삼겹살집인지 모르게 살타는 냄새가 자욱할 정도였다.

똥끝이 탄다는 느낌을 실감했다. 

30분 정도 회복실에서 링거를 맞은 뒤 간호사로부터 무언가를 한 짐 받아서 병원문을

나섰다. 그녀는 마취기운이 남아있을 때 얼른 집에 가서 ‘엎드려 있으라’는 말을

뒤통수에 던졌다. 

어쨌든 ‘미더덕’을 떼어냈으니 후련했다. 회사에는 전화를 걸어 내일 하루 휴가를

내겠다고 했다. 그래 내일 하루 운기조식하고 나면 나는 이제 치질 없는 인생을 사는

거야. 

수술 이튿날 그럴 줄 알았으면 난 수술을 받지 않았을 거다.병원에서 시키는 대로,

양배추며, 미역 등 배변에 도움이 되는 섬유질을 엄청나게 먹고 잔 덕에 새벽부터

만만치 않은 변의가 느껴졌다. 변기에 가서 앉았는데, 강력한 변의가 무색하게 나와야

할 것이 나오지 않았다. 가만히 들여다보니 수술한 곳에 무언가가 꽂혀있었다. 병원에

전화를 했다. 꽂혀있는 무언가 때문에 변이 나오질 않는다고 했다. 병원에서는 그

무언가를 ‘심지’라 칭했다. 그 심지에 피가 응고돼 그럴테니 따뜻한 물에 불린 뒤

일을 보라고 했다. 시키는 대로 했다. 그래도 아프기만 할 뿐 나오지 않았다. 다시

전화를 했다.

"너무 아파요. 불려도 안 나와요"

"많이 아프시면, 동봉한 마취연고를 주변에 바르세요"

어제받은 ‘봉다리’를 뒤져보니, 조그만 연고가 나왔다. 간호사 말대로 그걸

항문에 펴 발랐다. 10초쯤 지났을까. 앞이 하얘지며 식은땀이 나고 구역질까지 치밀었다.

거울을 보니 얼굴이 백짓장이 돼 있었다. 다시 전화를 했다.

"그거 바르니까 토할 것 같고, 죽겠어요"

"어머 마취연고 부작용이네요. 얼른 닦아내시구요. 잘 불려서 그냥 힘좀

써보세욧!"

닦아내고 힘을 주는데 너무 아팠다. 몇 년을 끊었던 담배를 사서 피워 물고 다시

힘을 줬다. 밤송이를 싼 느낌이라고 하면 공감들 하실런지? 담배필터가 동강이 날

정도로 이를 악 물어 드디어 밀어냈다. 

선혈이 낭자한 변기를 들여다봤다. 소위 심지가 둥둥 떠 있는데 여기 저기 살점이

묻어있었다. 

그 심지란 것은 거즈를 돌돌 말아 담배같이 만들어 간장 같은 약재에 절인 것인데,

이 물컹한 헝겊덩어리를 그곳에 밀어 넣는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까웠다. 병원에서는

항문이 막히지 않으려면 하루도 빼놓지 말고 이 심지를 집에서 넣어야 한다고 했다.

생각 끝에 낸 아이디어가 심지를 냉동실에 얼려 딱딱하게 만들어서 밀어 넣는 방식이었다.

나는 눈물이 없는 편인데, 아침마다 피 만큼이나 많은 눈물을 쏟아냈다. 어떨

때에는 도와주는 아내의 손을 잡고 ‘피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입원이 필요 없는

간단한 수술이라는 꾐에 빠져 소중한 내 몸에 대해 성급히 결정을 내린 나에 대해

자책한 것이 한 두 번이 아니다.

수술을 결정할 때에는 하루 휴가만 족할 줄 알았지만 착각이었다. 다음날 아침

화장실에서 핏빛 절규를 토해낼 때만 해도 사흘 정도만 쉬면 회사에 출근할 수 있을

줄 알았다. 천만의 말씀이었다.

아침마다 고기가 한 근 씩 묻어나오는 심지를 밀어내고, 꽁꽁 언 얼음송곳을 다시

밀어 넣기를 열흘을 더 한 뒤에야 나는 회사에 나갈 수 있었다. 그해 나는 휴가를

‘치질 수술’로 다 써버려 정기휴가도 가지 못했다.

나는 그 이후 한 동안 치아, 치밀, 음치, 김치, 명치 등 ‘치’ 자가 들어가는

말만 들어도 부르르~ ‘치’가 떨리거나 경기를 일으키는 경험을 해야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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