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를 둥지로”… 거칠고 산만한 아이 지도대책 급하다

ADHD학생 방치 수준… 공교육 차원서 이해 관심 늘려야

“우리 아이의 학교생활은 희망이 없었어요. 학교는 아이나 나에게 상처를 안겨줬습니다.

반에서 무슨 일이 생기면 무조건 우리 애 탓으로 몰았어요. ADHD는 피해를 주는 병이기도

하지만 왕따나 교사의 몰지각으로 아이가 피해를 보기도 하는 병입니다.”

특수교사 출신인 주부 김모(41.서울 강남구 역삼동) 씨는 학교에서 자녀가 더

큰 병을 얻었다며 눈시울을 적셨다.

ADHD 어린이에게는 개인정보 보호는 남의 얘기다. 내 아이가 이러이러한 질환을

갖고 있음을 알려주고 담임이나 학교, 또래의 이해와 도움을 받는 것이 아이의 학교생활

적응에 도움이 된다는 얘기는 수도 없이 들었지만, 현실은 다르다.

김 씨는 “학년이 올라가면 우리 애가 ADHD라는 사실을 이미 다른 반 선생님들까지

다 알고 있다. 선생님들 사이에서 알음알음 알려지면서 내 아이의 담임교사 되기를

서로 꺼려한다. 내 아이에게 낙인이 찍히는 셈이다”고 말했다.

담임도 ‘쩔쩔’… ADHD어린이도 친구 왕따로 피해

학교 입장에서도 평소 모터가 달린 것처럼 계속 움직이고, 남의 얘기를 귀담아

듣지 않고, 다른 사람의 일을 방해하거나, 불쑥 끼어들기 일쑤인 ADHD 어린이를 어떻게

지도해야 할 지 난감하다. 이런 학생을 가르치는 교사를 대상으로 하는 ADHD 연수

프로그램도 없다. 대부분의 교사들에게 ADHD는 ‘산만한 것?’ ‘요즘 많아지고 있긴

한데…’ 수준의 질병이다.

전북 정읍시 수성동 모 초등학교 장모 교사는 “ADHD에 대해 전혀 몰랐던 상황에서

학부모가 ADHD라고 밝힌 학생의 담임을 맡게 됐는데, 정말 어떻게 해야 할지 막막해서

그때부터 이것저것 찾아보면서 공부를 시작했다”고 말했다.

장 교사는 “학년이 올라가 학급편성을 할 때 자기 자녀가 ADHD 학생과 같은 반이

되면 학부모로부터 곧바로 항의 전화가 온다”면서 “ADHD 학생에 대한 정보를 선생님보다도

학부모들이 더 잘 알고 있어서 놀랄 때가 있었다”고 말했다.

울산대 의대 서울아산병원 소아청소년정신과 유한익 교수는 “현재 학교 선생님들의

ADHD에 대한 인식도는 매우 낮다”면서 “단순히 ADHD 아동을 머리가 모자라거나

반항심이 강한 거친 아이로 평가하고 지나치는 수가 많다”고 말했다. 그는 “이런

거친 행동들이 ADHD의 질환 증상이라는 사실을 알고, 치료적인 접근을 하지 못하고

있다”며 “ADHD 어린이를 단지 교육적으로만 다루려 하면 선생님들에게도 골칫거리가

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상담교사 배치-대안학교 전담교육 등 방안 필요

학급에 ADHD 학생이 있으면 다른 학생들이 피해를 볼 수 있다. 담임교사 입장에서는

ADHD 학생을 통제하는 것에 어려움을 느낀다. 이 때문에 ADHD 학생에 대한 학교 차원의

대책 마련이 시급한 것이다.

익명을 요구한 서울 J초등학교 교감은 “교사 입장에서도 여러 가지로 해야 할

일들이 있기 때문에 ADHD 아동에 대한 실질적인 지도가 힘든다”면서 “가장 좋은

방법은 학교에 상담교사를 전일제로 배치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그럴 수

없다면 상담교사 자격증이 있는 일반 교사들을 활용해야 한다”며 “상담교사가 학교에

상주하면 ADHD 어린이에 대해 지속적인 보호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서울대 교육학과 김동일 교수는 “교사가 ADHD에 대해 제대로 알면 과잉행동을

줄여주는 보호를 할 수 있지만, 실제로는 이 아이 하나에만 관심을 둘 수가 없다.

학부모들은 그렇게 해주기를 바라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고 말했다.

그는 “정책적으로 우리나라도 미국처럼 ADHD 아동도 특수교육 대상자로 지정해야

한다”며 “공교육의 틀에서 학력이 인정되는 대안학교를 세우는 것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김 교수는 “선생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한 학기 이상 계속 ADHD가 의심되는 주요

증상이 반복되면서 문제를 일으키고 증상이 변하지 않을 땐 ADHD를 의심할 수 있다”고

말했다.

▽ADHD란?

또래집단에 비해 산만하고 충동적이며 과잉행동을 하는 사람들의 상태를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라

한다. 이러한 행동은 생각 없이 행하게 되고, 어릴 때 발병하여 성인까지 지속될

수 있다. ADHD를 치료하지 않으면 가정, 학교, 직장, 대인관계에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부모, 교사가 점검해볼 ADHD 평가리스트

    조경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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