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들의 솔직한 이야기

의사들의 수다 ‘닥블’

6월7일 오후 7시경 서울 마포구 서교동 제너럴닥터. 의사가 진료를 보면서 카페를

운영하는 ‘이색 의원’으로 몇몇 언론에 소개됐던 곳이다.

평소처럼 2, 3 테이블에서 고객이 차를 마시고 있었으며 한쪽 구석의 테이블에서는

10여 명이 얘기를 나누고 있었다. 광우병, 블로고스피어, 한의학, 소셜 미디어 등의

얼핏 서로 이질적으로 느껴지는 단어가 톡톡 부딪히고 있었다.

자리는 메타블로그의 모델로 꼽히는 ‘닥블’의 첫 오프라인 모임이다. 닥블은 닥터블로그의

준말. 요즘 인터넷에서 ‘닥블’을 ‘뭐? 닭발?’로 알아들으면 ‘알바’ 또는 ‘외국인’

취급을 받을 정도로 유명세를 타고 있는 블로그다. 의사, 치과의사, 약사 등 전문가

20여명이 제각각 운영하는 블로그에서 건강 의료에 대한 글을 올리면 RSS(Really

Simple Syndicate) 기능에 따라 이 닥블에 자동적으로 글이 등록된다.

이날 모임은 미국 뉴욕 몬테피오레 메디컬센터에서 근무하는 의사 고수민 씨가

귀국한 것을 계기로 마련됐다. 닥블의 ‘좌장’ 양광모 씨가 회원들에게 오프라인

모임을 제안했고 회원 인 김승범 제너럴닥터 원장이 자리를 선뜻 제공했다. 이 자리에는

권복규 이화여대 의료사회학교실 교수, 고준성 다음뉴스블로그 실장 등이 초대됐다.

마침 EBS에서 카페형 의원을 취재하느라 카메라기자가 분주히 움직이고 있었다. 회원들은

최근 제너럴닥터에 영입된 미모의 비뇨기과 의사 정혜진 원장이 끓여준 커피를 마시며

주제를 옮겨 다녔다.

“미국에 의사로 취업한 다음 미국의사고시를 준비하는 의사들에게 정보를 제공하려고

블로그를 만들었습니다. 한국 의료나 건강문제에 관한 글들을 올렸다가 네티즌의

뜨거운 반응을 받았습니다. 다음(Daum)으로부터 베스트글로 선정돼 원고료가 나오더군요.

용돈 버는 재미에….”(고수민)

이 자리의 회원 중에서는 자신의 글이 베스트글로 선정돼 원고료를 받은 사람이

적지 않았다. 특히 고 씨와 양기화, 한정호 씨 등의 블로그는 다음이 선정한 블로그뉴스

베스트기자다. 그렇다고 전문가의 글이라고 찬사만 받는 것은 아니다.

 “광우병에 관한 객관적 사실을 계속 올렸다가 네티즌의 공적이 됐습니다.

그러나 과학적 진실은 뻔하지 않습니까? 자칭 전문가라는 사람이 이 말 저 말 하고

있어 문제이지요. 특히 2007년 한 월간지 한우도 안전하지 않다고 썼던 사람이….”(양기화)

닥블 회원들은 의료산업, 한의학, 인터넷을 통한 마케팅 등에 대해서는 의견이

조금씩 달랐고 자칭 진보에서부터 보수까지 정치적 스펙트럼은 다양했지만 미국산

쇠고기의 위험이 과장됐다는 데에는 의견을 같이 했다.

다음(Daum)의 고 실장은 “아고라와 블로그뉴스에서 선동에 따른 우민정치를 지양하지만

쉽지만은 않다”며 “전문 블로거의 영역이 넓어지면 그것이 가능해지리라고 본다”고

말했다.  이들은 자리를 옮겨 토론을 했고 일부는 자정을 넘기면서 의견을 나눴다.

닥블은 2007년 3월 경남 창녕에서 공중보건의로 근무하는 양광모씨(비뇨기과 전문의)가

만든 개인블로그에서 출발했다. 양 씨는 “인터넷에서 사람을 해칠 수도 있는 정보를

접하고 웹 2.0의 유용성에 공감해 블로그를 만들었다”고 말했다. 그는 온라인에서는

‘양깡’이라는 닉네임으로 통하는 유명인사다.

양깡은 소셜미디어의 위력을 실감하고 함께 블로그 활동을 할 ‘동지들’을 규합했다.

친구들을 어르고 달래 꼬드기고, 인터넷을 주유(周遊)하며 블로그 세상의 고수(高手)를

찾아 삼고초려(三顧草廬)를 거듭했다. 그래서 닥블을 만들었다. 각자 블로그를 운영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해 회원들이 함께 꾸려나가는 팀블로그 ‘헬스로그’도 만들었다.

양씨는 “팀블로그는 한 주제에 대해 여러 전문가의 의견이 모이기 때문에 공정하고

정확하다는 장점이 있다”고 말했다.

닥블과 헬스로그는 외형상 블로그이지만 막강한 언론 역할을 하고 있다. 반응도

상당하다. 기사가 다음뉴스블로그 등을 통해 소개되면 10만 명 이상이 읽곤 한다.

웬만한 신문의 유료 구독자 수준이다. 양깡이 쓴 ‘여성들은 왜 핑크를 좋아할까’라는

글에는 댓글만 800건이 달렸다.      

이들은 활동 영역을 넓히고 있다.

11일에는 ‘국내 인터넷 의학정보의 한계와 대안’을 주제로 웨비나를 개최하기도

했다. 웨비나(Webinar)는 웹과 세미나의 합성어로 최근 미국 메리엄웹스터 사전에

‘소주’와 함께 등재된 신조어다.

양씨는 향후 간호사, 물리치료사 등 다양한 사람이 참여하는 메타블로그를 만들

계획이다. 이와 함께 미국 의사들이 운영하는 ‘Clinical Cases and Images’에 필적하는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려는 꿈을 갖고 있다.

“보건복지가족부와 의사협회는 막대한 예산을 낭비하면서 홍보에 실패하고는

국민 탓만 하죠. 시대를 못 따라가고 있다고나 할까요? 소셜미디어를 활용해 전문가와

대중의 소통을 도우면 얼마나 좋을까요? 우리라도 그 역할에 보다 충실해야겠습니다.

국민을 조금이라도 더 건강하게 만드는 것, 그렇게 어려운 일만은 아닙니다.”(양광모)

    이성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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