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락가락 날씨에 조울병 주의보

기분이 붕 떴다 푹 가라앉는 증세 심해지기 쉬워

온라인 중소기업 A사의 정모(43) 사장은 요즘 마른장마와 장마가 되풀이되면서

조울병이 악화돼 죽을 맛이다. 양극성 장애(Bipolar Disorder)라고도 불리는 조울병은

기분이 붕 뜨는 조증(躁症)이 지속되다가 푹 가라앉는 울증(鬱症) 상태로 바뀌기를

되풀이하면서 괴로운 병이다. 옛날에는 조울증이라 불렀지만 요즘에는 증세가 아니라

병이라는 것을 강조하기 위해 이름이 바뀌었다.

정 사장은 올 초 1주일 정도 밤샘 작업을 하고 아침에 퇴근하던 때 기분이 가라앉는

것을 처음 경험했다. 3월부터는 사소한 일에도 민감하게 반응하고 순간적으로 치미는

화를 참지 못해 폭발하는 일이 이어졌다. 특히 가끔씩 몸이 붕 뜨는 느낌이 들며

기분이 말로는 도저히 표현할 수 없는 불편한 상태가 돼 ‘빨리 이 상태가 끝났으면…’

하며 극단적인 경우를 생각했다가 섬뜩 놀랐다.

친구인 정신과 의사를 찾아간 그는 조울병 진단을 받았다. 의사는 “조울병은

자기가 맡은 일에 빈틈이 없는 ‘일 중독자’에게 많다”며 “특히 밤새워 일하는

벤처기업 사장이나 전문직 종사자가 어느 순간 자신이 이 병의 환자임을 깨닫곤 한다”고

말했다. 그는 조울병은 일반적으로는 이혼자, 독신자, 사회경제적 수준이 높은 사람에게서

많이 나타난다고 덧붙였다.

요즘 조울병 급증 추세에 날개가 달렸다. 조울병은 스트레스와 불규칙한 낮,밤

근무 등이 도화선이 되곤 하는데 경제 침체가 이런 가능성을 부채질하는 것이다.

게다가 요즘같이 비가 내리다가 멈추고 마른장마가 며칠 계속되는 날씨가 되풀이되면

조울병이 악화될 위험은 더 커진다. 장마철에는 보통 사람들도 구름이 걷히고 해가

뜨면 기분이 상쾌해졌다가 빗방울이 뚝뚝 듣기 시작하면 기분이 가라앉기 십상이기

때문이다.  

우울증보다 자살률 높아

특히 조울병 환자는 기분이 극단적으로 바뀌기 쉬워 보호자는 각별히 신경 써야

한다.

무엇보다 마른장마처럼 날씨가 맑으면 조증이 심각해진다. 조증 상태에서는 잠을

덜 자도 피곤하지 않고 사소한 일에도 민감하게 반응해 쉽게 흥분한다. 지나치게

자신감이 넘쳐 ‘나는 어떤 상황에서도 성공하는 사람’이라는 확신으로 사업을 확장하거나

돈을 펑펑 쓴다. 조울병 환자는 1주일 정도 조증 상태에 있다가 갑자기 풀이 꺾이며

매사에 비관적으로 생각하는 우울증에 빠지곤 한다. 또 본인이 조증인지 모르고 과대망상에

사로잡혀 금전적·법적으로 사고를 친 다음 주위 사람들에 의해 병원으로 오는

경우도 많다.

조울병은 의외로 흔하고 파괴력도 ‘A급 태풍’이다. 보건복지가족부의 2006년도

정신질환 역학조사 결과 우울증의 평생 유병률은 5.6%였고, 분당서울대병원이 서울·경기

지역의 우울증 환자를 조사한 바에 따르면 30%가 조울병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를

계산하면 조울병은 100명 중 거의 2명꼴로 발생하는 셈이다. 환자가 자살할 확률은

우울증보다 2배 이상 높다.

한때 ‘팝의 요정’으로 군림하다 갑작스러운 결혼과 이혼, 마약 복용, 폭식증에

이어 자살 소동까지 벌여 세계의 이목을 끌었던 브리트니 스피어스도 조울병 때문에

정신과 치료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할리우드 스타 중엔 비비언 리가 평생의 연인이자

남편이었던 로렌스 올리비에와 조울병 때문에 파경을 맞는 아픔을 겪었고, 마냥 즐거워

보이는 성격파 코미디 배우 짐 캐리 역시 조울병으로 인해 오랫동안 약물치료를 받았다고

밝힌 바 있다. 지난 5월 배우 멜 깁슨도 조울병을 앓고 있다고 고백해 화제가 됐다.

이 밖에 화가 빈센트 반 고흐, 정치인 윈스틴 처칠, 작곡가 슈만과 헨델, 시인 바이런,

소설가 헤밍웨이 등이 대표적인 조울병 환자다.  

규칙적 생활과 운동으로 예방

조울병은 뇌에서 세로토닌·노르에피네프린·아세틸콜린·도파민

등 신경전달물질의 분비 시스템이 깨져서 생긴다. 이 시스템이 무너지면 당뇨병 환자가

혈당 조절이 안 돼 고혈당과 저혈당을 오르내리는 것처럼 조증과 울증이 오락가락하게

된다. 왜 균형이 깨지는지는 정확하지 않지만 유전적 이유, 뇌의 변화, 스트레스

등이 원인으로 추정되고 있다.

조울병이다 싶으면 병원에 가는 것이 최상이다. 의사는 기본적으로 기분을 조절하는

약물을 처방한다. 최근에는 조울병 환자에게 항우울제만 쓰면 역효과라는 논문이

잇따라 발표되고 있다.

조울병을 예방하려면 아침에 일찍 일어나고 햇빛을 많이 쬐며 규칙적인 운동을

해야 한다. 규칙적 식생활도 기본이다. 술은 기분을 예민하게 만들어 조울증을 악화시키므로

조울병 비슷한 증세만 있어도 피해야 한다. 대신 스트레스는 취미생활로 풀도록 한다.

유머를 즐기며 매사를 긍정적으로 보는 태도도 필요하다.

 ※이 칼럼은 중앙SUNDAY 7월 6일자에 게재됐던 것입니다.

 

    이성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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