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침술 국제표준 됐다? 한의협 묵묵부답

중국 측 비난-한의협 보도자료 내용 달라

중의학계가 “한국 침술이 국제표준으로 채택됐다는 한의학계의 발표는 사실을

왜곡하는 것이자 또다른 문화침탈을 자행하는 것”이라고 주장하고 나왔으나 코메디닷컴의

취재결과 이같은 주장은 사실과 다른 것으로 드러났다.

대한한의사협회의 홈페이지에 실린 보도자료를 검토한 결과 한의협이 보도자료

제목에서 과장된 표현을 썼으나 공식적으로 중의학계가 주장한 내용을 발표한 일은

없다. 중의학계는 한국의 한 일간지 보도를 근거로 한의학계를 비난하고 나선 것이다.

의협 “한의협 과오 인정하고 사실 밝혀야”

대한의사협회 산하 의료일원화특별위원회의 유용상 위원장은 “일원화 특위는

한의협의 보도자료가 나왔을 때부터 국제적 문제로 비화될 수 있는 사안이므로 과장된

부분을 스스로 교정하라고 비판했었다”며 “중의학계의 반박은 이미 예상된 일로

한의학계가 사태를 수습하기 위해서는 과오를 솔직하게 인정하고 정확한 사실을 밝혀야

한다”고 주장했다.

유 위원장은 “이번 일은 중의학과 한의학은 뿌리가 원래 같은데, 다름을 주장하는

민족주의적 시각과 한의학계의 사회적 위치와 자존심 때문에 한의협이 무리수를 둔

결과 일어난 것으로 보인다”고 비판했다.

 한의협은 묵묵부답

중의학계의 비난과 의협의 비판에 대해 한의협은 사실을 밝힐 필요가 있음에도

침묵으로 일관하며 의혹의 불씨를 키우고 있다.

3일 오전 중국의 보도가 나간 후 4일 오전 현재까지 한의협은 이번 논란과 관련한

어떤 해명자료도 발표하지 않고 있다. 홍보팀과 대변인, 임원 등은 코메디닷컴의

확인 전화에 공식적인 입장을 밝히지 않고 연락 전화를 차단하거나 답변을 서로에게

미뤘다.

중국언론 보도

연합뉴스의 3일 보도에 따르면 홍콩 일간지 원후이바오(文匯報)는 이날 WHO(세계보건기구)의

침술 국제 표준은 361개 혈자리 가운데 359개가 중국의 방안을 채용한 것인데도 한국측이

근거없이 사실을 왜곡, 한국 침술이 국제표준이 된 것처럼 선전해 또다른 문화침탈을

자행하고 있다는 중의학계의 주장을 보도했다.

이에 앞서 지난달 24일 뉴시스는 “환치우스바오(環球時報) 등 중국 언론들이

실제 국제 표준안에는 한중일 3개 국 의견이 고르게 반영됐으나 한의학계는 전체

혈위의 99%가 한의학 혈위를 기준으로 했다고 강조하고 있는 것을 비난했다”고 보도했다.

한의협 공식 보도자료

한의협은 보도자료를 통해 내용을 다소 과장해 발표한 부분은 있으나 중국 언론이

주장한 것처럼 사실을 왜곡한 부분은 눈에 띄지 않았다. 중국 언론들은 한국의 한

일간지 보도를 인용해 한의학계를 비난한 것으로 드러났다.

한의협은 지난달 18일 ‘한의학 침 시술법 WHO 표준 채택, 중국 침술 제치고 국제적

인증 쾌거’라는 제목의 보도자료를 보건복지부 출입기자 등에게 배포했다. 제목만

보면 마치 한국의 침구경혈부위가 국제표준에 채택된 것처럼 과장돼있지만 실제 내용에서는

“침구경혈부위 국제 표준에 한의학 용어와 기준이 반영됐다”고만 표현했다.

한의협은 WHO가 ‘94개의 혈위를 정하는 기준’을 결정하는 데 있어서 중국이 제시한

전통적 방법보다 한국 측의 주장인 해부학적인 관점을 주로 반영했다는 점을 설명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실제

표준안에는 3개국 의견이 거의 고르게 반영된 것으로 전해졌다.

다음날인 19일 한 일간지는 “이번에 확정된 361개 국제표준 가운데

99%에 가까운 357개가 한국 한의학의 혈위를 따랐다. 사실상 한국 한의학의 침 시술법이

세계의 표준이 된 것이라고 한의협이 밝혔다”고 보도했다. 한의협 보도자료에 없는 이런 내용이

한의협이나 한의협 간부가 밝힌 내용인지 여부는 확인되지 않았다.

이런 보도가 나간 뒤 의협 의료일원화 특위와 청년의사회 등에서 비판이 나오자

한의협 이상봉 대변인은 “국제 표준안을 채택하는 기준에 있어서 WHO가 한국 측

주장을 중국의 주장보다 더 반영했다는 의미지 한국의 침구 경혈 부위가 국제 표준이

됐다는 뜻이 아니다”며 보도자료 제목이 과장됐음을 일부 시인했다.

WHO가 실상 발표?

이번 논란은 한의협이 WHO WPRO(세계 보건기구 태평양지역 사무처)의 요청에 따라

2003년부터 올해 1월까지 중국과 일본, 베트남 등의 전문가와 함께 침구경혈부위의

국제표준에 대해 논의한 결과를 한국측에 유리하게 발표하면서 불거졌다.

WHO측도 논란이 확산되자 중국에서 침구경혈 국제표준 설명회를 갖고 실상을 밝힐

예정인 것으로 알려져 귀추가 주목된다.

    소수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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