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협-시민단체, 당연지정제 폐지 공론화 논쟁 시작

시민단체 ‘사실상 민영보험 도입’이라며 반대

대한의사협회가 ‘당연지정제 폐지’ 공론화를 시도하자 시민단체는 이것이 실질적인

민영보험 도입으로 이어질 우려가 높다며 반론을 폈다. 의협은 앞으로 당연지정제

폐지 공론화를 본격 추진하겠다는 입장이라 시민단체와의 논쟁이 예상된다.

의협은 3일 오후 7시 서울 용산구 이촌동 대한의사협회 3층 동아홀에서 ‘건강보험계약제의

개선방안-당연지정제와 수가계약제를 중심으로’를 주제로 한 의료정책포럼을 개최했다.

의협은 “의료발전을 위해서는 현행 당연지정제 철폐를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현행 건강보험 당연지정제는 전국민이 의료보험에 가입하듯 모든 의료기관이 의료보험에

가입된 국민의 진료를 거부하지 못하도록 하는 제도다.

▽의협, 당연지정제 폐지와 건보계약제 제시

법무법인 세종 황선줄 변호사는 ‘현행 건강보험제도의 법률적 검토’를 주제로

한 발표에서 요양기관 당연지정제가 △행복추구권 △평등권 △직업의 자유 △학문의

자유△재산권 △사회적 시장 경제 질서를 침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황 변호사는 지난 2002년 헌법재판소가 당연지정제에 대해 위헌이 아니라는 결정을

했지만, 5년 이상이 경과한 현재 다시 헌법소원을 제기한다면, 변화된 사회여건을

고려해 위헌결정을 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의협은 당연지정제 폐지에 이어 건강보험계약제 도입을 주장했다. 의료정책연구소

김계현 책임연구원은 ‘건강보험계약제 도입방안’이란 주제발표를 통해 의협의 입장을

대변했다.

의협은 의료기관을 국공립기관과 민간의료기관으로 구분해 국공립기관은 당연지정제를

유지하고, 민간의료기관은 선택에 따라 요양기관 또는 일반의료기관으로 분류해야

한다는 건보계약제를 제시했다.

김 연구원은 “당연지정제는 이명박 대통령이 후보일 때부터 재검토, 논의하겠다고

밝혔던 부분인데, 영화 ‘식코’ 괴담이 퍼지면서 정부가 현 체제를 유지하겠다고

말이 바뀌었다”면서 “의료기관이 보험제도권 내로의 진입여부에 대한 선택권을

확보하는 것이 결코 전국민 건강보험체계를 부정하거나 해체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고

말했다.

▽시민단체, ‘당연지정제 폐지’는 곧 민간보험 활성화

의협의 당연지정제 공론화에 대해 건강연대와 참여연대 등 시민단체의 반론도

만만치 않았다.

참여연대 사회복지위원회 이원영 실행위원(중앙대 의대 교수)는 “의협이 주장하는

‘당연지정제 폐지’는 사회적 양극화가 심한 상황에서 의료계의 양극화까지 심화시킬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위원은 “의협이 제시한 건보계약제가 활성화 되면 이는 민간보험 활성화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는 “건보계약제가 활성화 되면 민간보험사 입장에서는

새로운 틈새시장이 형성되는 것이다. 결국 계약에 선택되지 않은 병원과 보험회사가

연계해 새로운 상품을 만들 테고, 이것은 모두가 우려하는 민간보험 활성화, 영리병원

활성화로 이어지는 것이다”고 주장했다.

이 위원은 당연지정제 폐지가 의료서비스의 고급화를 가져온다는 주장에도 반론을

제기했다. “아시아에서 다빈치 같은 최첨단 수술로봇의 50%를 갖고 있는 나라가

한국이다”면서 “그렇다고 우리나라가 싱가포르나 일본보다 의료의 질이 높다고

볼 수 있느냐?”고 반문했다.

그는 “의료서비스의 핵심은 좋은 의료기기를 사용하느냐의 문제가 아니라 진료협진,

간호인력 충원이다”면서 “본질적인 문제를 개선하려는 의지는 없고 겉으로 보여지는

병원 시설이나 외관, 의료기기 등에만 치중하는 것은 오히려 의료의 질을 떨어뜨린다”고

했다.

건강연대는 ‘당연지정제 폐지’에 대한 우려사항을 담은 책자를 만들어 배포하는

등 당연지정제 폐지를 반대하는 활동을 벌이고 있다.

▽의협 ‘당연지정제 폐지’ 관련 설문조사 결과 발표

김계현 책임연구원은 이날 주제발표에서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소가 ‘당연지정제

폐지’와 관련해 의사 1002명과 일반인 1024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벌인 결과를

발표했다. 김 연구원은 당연지정제 폐지의 정당성을 여론조사로 뒷받침했다.

그 결과, 설문대상 의사의 67.3%가 건강보험계약제가 필요하다고 답한 반면, 27.8%는

필요하지 않다고 밝혔다. 하지만 의사의 82.3%가 당연지정제가 폐지되더라도 요양기관으로

계약하겠다고 응답했다.

    조경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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