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해 봄 영국서 일어난 일2

01. 살우의 추억, 그리고 카니발리즘

02. 양과 소, 그들이 미쳐간 이유

03. 한국인 광우병 취약, 사실인가

04. 소고기 섭취량-나이와 vCJD

05. 그해 봄 영국서 일어난 일1

06. 그해 봄 영국서 일어난 일2

07. 그해 봄 영국서 일어난 일3

08. vCJD 발생 전제조건1

09. vCJD 발생 전제조건-재순환1

10. vCJD 발생 전제조건-재순환2

11. vCJD 발생 전제조건-재순환3

12. vCJD 조건-특정부위 섭취1

13. vCJD 조건-특정부위 섭취2

14. vCJD 발생 전제조건-에피소드

15. vCJD-SRM 30개월 의미1

16. vCJD-SRM 30개월 의미2

17. vCJD 전제조건-뇌조직 섭취

18. ‘달인’과 ‘박 대 박’

19. vCJD 조건-개인적 감수성1

20. vCJD 조건-개인적 감수성2

21. vCJD 조건-개인적 감수성3

 

<원제목> 우리는 그 해 봄 영국에서 일어난 일을 알고 있나(2) 2008-5-15

지극히 Fore적인, 그리고 지극히 영국적인…

해가 지지 않는 나라, 신사의 나라, 그 어떤 나라보다도 일찍 자본주의 경제체제로

전환하여 문화 및 경제 선진국으로 불리우던 영국, kuru가 보고된 지 정확히 36년

뒤, 아이러니하게도 그들은 식인종인 Fore족이 처했던 위험과 동일한 위험에 처하게

됩니다.

소설책에서나 등장하던 식인종, 영국인들은 말 안 듣는 아이들을 겁줄 목적으로

사람을 먹는 이 야만인들의 이야기를 짐짓 진지한 표정으로 자녀들에게 들려주었을지

모릅니다. 하지만 그 야만의 대가로 발생한 재앙과 동일한 재앙이 자신의 자녀들을

향해 다가오고 있을 줄은 꿈에도 생각하지 못하고 있었을 것입니다.

똑같이 ‘변형프리온’이라는 이상 단백질에 의해

발생되는 kuru와 vCJD, 원인이 같으므로 두 질환이 흡사한 양상을 보이는 것은 당연한

것이긴 하지만 비교해보면 음미해볼만한 내용이 많습니다. 서로 반면교사의 역할을

한다고나 할까요. kuru가 주변 많은 종족들 중 Fore족에게만

나타나 지극히 Fore적이었다면 인간광우병, vCJD는 지극히 영국적이었기 때문입니다.

207명, 광우병에 걸린 사람들, 그들은 누구인가?

2008년 4월말 현재, 전 세계적으로 인간광우병에 걸린

사람들은 총 207명, 그 중에 200명은 이미 저 세상 사람이 되었고 7명만 아직

우리 곁에 남아 죽음을 맞이할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이들 207명에게서 어떤 공통점을

찾을 수 있을까요? 그 공통되는 부분이 이미 제거되었거나, 제거되지 않았더라도

알아서 회피할 수 있다면 나머지 인류는 소나 걸리는 광우병에 걸릴 재수 없음을

원천 차단시킬 수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쓸데없는 공포심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일단 207명 중 80%인 166명이 영국인입니다. 11%인 23명이 프랑스입니다. 아일랜드공화국이

4명으로 그 뒤를 잇고 나머지 국가들은 모두 3명 이하의 발병을 보이고 있습니다(위

표 참조). 더 좀 자세히 들여다볼까요? 현재 미국에서의 광우병이 문제가 되고 있으므로

아일랜드 다음으로 많은 미국의 vCJD 환자 3명을 살펴보겠습니다.

1) 첫 번째 발병자는 1970년대 후반에 영국에서 태어났습니다. 그가 미국으로

이주한 것은 인간광우병이 잠복기를 거쳐 모습을 드러내기 바로 1년 전인 1992년입니다.

플로리다에 거주했던 그는 2001년 증상을 나타내기 시작했고 2004년 사망합니다.

만약 그가 태어나서 15년 정도 살아온 영국이 아니라 미국에 이주한 뒤로 감염되었다고

치면 최대 잠복기가 9년(2001-1992)이 되고 평균보다 좀 짧아 보입니다. 하지만 가능한

이야기이기는 합니다.

2) 두 번째 발병자 역시 영국에서 태어난 사람입니다. 2001년부터 텍사스에서

거주하기 시작했으며 증상이 나타난 것은 2005년 초기입니다. 이 경우는 미국에서

걸렸다고 하기에는 너무 짧은 잠복기(4년) 때문에 영국에서 걸렸을 가능성이 무척

높습니다.

3) 세 번째 발병자는 사우디아라비아에서 태어났습니다. 2005년 후반기부터 미국에

거주하기 시작했는데 2006년 봄에 광우병 증상이 나타나기 시작했습니다. 사우디아라비아는

광우병 위험 기간에 영국으로부터 소와 소고기(carcass meat)를 수입한 나라 중에

하나입니다.

캐나다에서 발병한 1명도 1980년대와 1990년대 상당 기간 동안 영국에 머물렀었던

경력이 있습니다. 흥미로운 것은 일본에서 발병한 1명의 예인데 51세의 이 남자와

영국과의 관련성은 1990년에 24일간 영국에 체류했던 경력이 전부입니다. 판단하기

곤란한 점은 그가 일본에서 걸렸느냐 아니면 운이 없게 영국에서 24일이라는 짧은

기간 동안 광우병 소고기에 노출되었느냐 하는 것입니다. 실제로 그것은 아무도 모릅니다.

하지만 증상이 발현된 시기와 그가 영국에 머물렀던 시기를 가지고 잠복기를 계산해보니

11.5년이 나왔습니다. 배제할 수 없다는 이야기입니다.

영국에 있지 않았다고 안심하지 말 것

비영국인 41명 중 광우병이 유행한 시기인 1980년에서 1996년 사이에 6개월 이상

영국에 머물렀던 경력이 있는 사람은 6명이며 일본인까지 합하면 7명이 영국이라는

나라와 관련되어 있습니다. 나머지 34명은 그 기간 동안 한 번도 영국에 있었던 적이

없는데도 광우병에 걸렸습니다. 그럼 그 나머지 34명(전체의 16%)은 완전히

‘영국과 광우병’이라는 단단한 연결고리를 벗어던진 것일까요? 미안하게도

그렇지 않습니다. 그들이 위험기간 동안 영국에 가지 않았다면 대신 영국 소와 고기가

위험기간 동안 그들을 찾아온 경우를 계산에 넣어야 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일단 다른 data를 살펴볼 필요가 있겠습니다. 독일 같은 경우 그 당시 자국 광우병이

395례가 보고되었고 스위스가 460례가 보고되었는데 인간광우병은 한 건도 없다는

사실이 눈에 띕니다. 반대로 네덜란드의 경우 광우병은 75건에 불과했는데 인간광우병은

2건이나 발생했습니다. 광우병과 인간광우병 발생이 비례 관계에 있어야 할 것 같은데

그렇게 잘 맞아떨어지지 않는다는 이야기입니다.

연구자들은 사례가 너무 적다는 문제가 있긴 하지만 광우병

위험기간 동안 각국의 영국으로부터의 소 수입 두수 및 소고기 수입량, 영국으로부터

육골분 사료 수입량과 인간광우병 발생과의 상관관계를 조사했습니다. 그

결과 자국 광우병 발생률보다는 영국에서 얼마만큼 소를 들여오고 얼마만큼의 영국산

소고기, 얼마만큼의 영국산 육골분 사료를 수입했느냐가 상관관계가 높음을 알 수

있었습니다. 실제 영국 다음으로 가장 피해를 많이 입은 23명의 인간광우병 환자가

발생한 프랑스에서 역학조사를 했더니 대부분 영국으로부터 수입된 광우병 소나 고기,

육골분 사료가 감염원으로 확인되었습니다.

프랑스는 영국에서 수출하는 전체 소고기의 60%를 소비하고, 1982년부터 1989년까지

육골분 사료 3만 5천 톤을 수입해 그 당시 최대의 영국 소와 고기, 육골분 사료 수입국이었습니다.

아일랜드와 네덜란드 역시 상위권의 수입 국가였습니다.

영국 소, 영국 소고기, 영국 사료…

왜 모든 것이 영국으로 귀결되는 것일까요? 영국

사람의 특이 체질이나 어떤 고착된 풍습 같은 것이 문제일까요? 하지만 그 당시 영국에

있었던 다른 나라 사람들과 영국인이 아닌 사람들, 동양인도 걸린 것으로 봐서 유전적이거나

문화적인 문제로 보기는 힘듭니다. 그럼 잘 알려진 육골분, 동물성 사료가 이 모든

것의 기원일까요? 실제 육골분 사료가 쓰이기 시작한 것은 1940년대부터인데 정작

문제가 시작된 것은 1980년대, 또한 다른 나라에서도 육골분 사료를 먹였기 때문에

단순히 육골분 사료가 문제되는 것도 아니었습니다.

이 문제의 핵심은 바로 영국에서 사육된, 다른 나라가 아닌 영국에서 만들어진

육골분 사료를 먹고 자란 소라는 것입니다. 그 과정에는 뭔가 특별한 것이 있었다는

추리가 가능합니다. 그렇지 않다면 수없이 많은 소고기를 그동안 인류가 섭취해왔을

텐데 20년도 안 되는 짧은 기간 동안 이환된 사람의 대부분이 영국에 살았거나 영국에

살았던 소와 연관되어 있는 엄연한 현실을 설명할 수 없습니다.

이전에 살펴보았던 M/M이라는 유전형, 20대 이하의 연령 등의 위험요소는 이에

비추어볼 때 매우 부수적인 것이며 ‘영국’이라는 조건이 달리지 않으면 있으나마나한

조건으로 전락할 수 있다는 이야기도 되겠습니다. 아니, 결국 이 ‘영국’이라는

조건을 극단적으로 적용해보면 현재 우리 사회에서 치열하게 논쟁중인 30개월 미만이냐

이상이냐, SRM이냐 아니냐, 한우는 그렇다면 안전하냐는 논쟁들이 모두 무의미한

삽질임을 암시하기도 합니다. 가장 의미 있는 조건인 영국이 빠져있기 때문입니다.

마치 이것은 kuru병을 논하면서 Fore족의 식인 풍습을 빼놓고 우리도 눈 두 개 달린

그들과 똑같은 사람이니 kuru에 걸릴 위험성이 있다는 주장하는 것과 똑같습니다.

극단이 아닌 정상적인 논리로 되돌려놓는다면 ‘1980~1996년

영국 땅에서 어떤 조건 속에서 전에는 없었던 광우병과 인간광우병이 발생하게 되었는지를

조사해보면, 그래서 조사된 그 조건을 현실화해 그 당시 영국과 같은 상황을 지금

이 땅에서 만들지만 않는다면, 광우병의 위험성은 지금도 매우 낮다고 하는데 그보다

훨씬 더 낮출 수 있을 것이다’라고 정리가 됩니다.

크나큰 불행을 가져온 ‘영국의 조건’이라는 것이

정확히 어떤 조건인지는 영국 축산업에 대한 역사적 고찰이 있어야 가능하고, 그

속에서 어떻게 100% 치사율의 변형프리온이 소의 뇌 속에 자리 잡아 사람에게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게 되었는지를 알아야 할 것 같습니다. 하여간 또다시 영국의 상황이

이 땅에서 재현되기는 억지로 만들려고해도 보통 어려운 일이 아님은 분명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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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공 : BRIC 소리마당 집중토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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