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이어트약 오남용 여전 “오래 먹으면 위험해요”

향정신성 식욕억제제, 중독되면 치명적 부작용

정부의 지속적인 단속과 홍보에도 불구하고 중추신경계를 자극해 식욕을 억제하는

향정신성 다이어트약이 여전히 남용되고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청은 지난달 초 대한의사협회 등에 “향정신성 식욕억제제는 비만지수에

따라 4주 이내로만 처방하고, 다른 식욕억제제와 병용 투여하지 말아 달라”는 내용의

서한을 발송했다. 이는 ‘남용약물 실태조사’에서 의사처방 없이 가장 남용하는

약물로 살 빼는 약이 꼽히고, 전문의약품인 향정신성 식욕억제제도 불티나게 팔려나가며

사회문제로 지적되자 식약청이 사용을 엄격히 제한하기 위해 취한 조치였다.

식약청이 올해 초 해당 의약품 취급 건수가 유난히 많은 의료기관 등 62곳에 대해

특별점검을 실시한 결과, 지난해 하반기 동안 관계법령을 위반한 업소는 의료기관

18곳, 약국 2곳으로 위반내용은 모두 30건이었다. 최근엔 식품에 사용할 수 없는

향정신성 의약품 시부트라민을 넣어 ‘환(丸)으로 된 건강식품’을 불법 제조, 인터넷을

통해 팔다 적발되는 사례도 있었다.

▽ 법 어긴 적발업소, 단속 불구 다시 늘어

식약청 마약오남용의학분과의 곽병태 사무관은 “향정신성 식욕억제제와 관련해

‘비만치료제 관련 정보방’을 운영하는 등 홍보를 강화하고 취급소를 일일이 방문해

단속한 결과 2005년 이후 크게 줄었으나 최근에는 다시 늘고 있는 실정”이라고 설명했다.

이 같은 식욕억제제의 수요가 꾸준한 이유는 비만 환자는 약에 의존해 살을 빼려

하고 개인병원 의사는 환자의 요구를 쉽게 거절하지 못하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해 적발된 서울의 A의원은 “병원에 오래 다닌 환자가 강력히 요구하는 약이

큰 부작용이 없는 약이라면 어쩔 수 없이 처방전을 써주게 된다”고 말했다.

그러나 향정신성 식욕억제제의 부작용은 크다. 향정신성 식욕억제제를 과량 복용하게

되면 폐동맥성 고혈압, 부정맥 등 심각한 심장질환이 발생할 수 있다. 복용 중 다른

식욕억제제나 항우울제 따위의 의약품 또는 술을 같이 섭취하게 되면 예상치 못한

위해반응이 나타날 수 있다.

▽ 끊으면 또 찔까봐 찾고… 손님 줄까봐 예사로 처방

1년째 향정신성 식욕억제제를 복용하고 있는 정모(여.27) 씨는 살이 빠지는 효과와

부작용을 동시에 체험했지만 약을 끊으면 살이 찔까봐 약을 계속 복용하고 있다고

고백했다. 정 씨는 “약을 복용한 첫 달 5kg이 빠졌는데 심장이 쿵쿵 뛰는 게 느껴지고

기분이 쉽게 좋았다 나빠질 뿐만 아니라 밤에 목이 마르고 잠이 오지 않았다”며

“‘이게 부작용이구나’라는 생각을 했지만 약을 끊으면 살이 다시 찔까봐 약을

계속 먹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내가 다니는 단골 약국에는 나와 비슷한 처방전이 하루 150건 들어온다고

하더라”며 “나와 비슷한 처지에 있는 사람이 많다는 것에 위안과 우려를 동시에

느껴 마음이 복잡하다”고 덧붙였다.

폭식증이 있던 김모(여.31) 씨는 몇 달 전 가정의학과 전문의와 상담한 후 향정신성

식욕억제제와 카페인이 들어있는 약, 변비약 등을 처방받아 복용한 지 한 달 만에

65kg이었던 체중을 62kg으로 감량했다. 그러나 김 씨가 약을 중단하자 급격하게 요요현상이

와서 현재는 68kg까지 체중이 늘었다.

그는 “약을 복용할 때는 한 시간 정도 격렬하게 운동해도 별로 힘들지도 않고

먹고 싶은 생각이 전혀 들지 않아 살이 빠졌다”며 “하지만 약 복용 기간에 심장이

두근거리고 밤에 잠이 오지 않았던 기억에 다시 약을 먹자니 부작용이 걱정되고 안

먹자니 요요현상과 폭식증이 걱정”이라고 고민을 털어놨다.

▽ 처음엔 체중 줄지만… 3개월 넘게 복용하면 효과 없어

삼성서울병원 건강의학센터 지재환 교수는 “향정신성 식욕억제제는 신경중추에

작용해 식욕을 억제하기 때문에 단기간 복용하면 효과가 있다”며 “하지만 4주 이내로

복용하고 그동안 효과가 없으면 복용을 중단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지 교수는 특히 “상담을 하다보면 다이어트 약에 의존하려는 환자가 많지만 3개월

이상 복용하면 내성이 생기기 때문에 효과도 없고 오히려 부작용이 발생한다”며

“약을 복용하는 기간에는 식이요법과 운동을 병행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식약청 곽 사무관은 “살 빼는 약으로 알려진 약물들은 원래는 감기, 우울증 같은

다른 질환을 치료하는 약이지만 식욕을 감퇴시키거나 체내 수분을 줄이는 부수적인

효과 때문에 다이어트 약으로 처방된다”며 “실제로 살 빼는 약은 존재하지 않으므로

약물을 복용한다고 해도 식이요법과 운동요법을 반드시 병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중독 심하면 중증피부병 심장질환 정신이상 등 유발

다음은 식약청이 안내하는 향정신성 식욕억제제의 종류와 복용 기준, 부작용이다.

△ 복용 기준

체질량지수(BMI)가 30kg/㎡이거나 고혈압이나 당뇨, 고지혈증이 있는 사람은 27kg/㎡일

때 복용할 수 있다. 세계보건기구가 정한 BMI는 체중을 키의 제곱으로 나눈 값이다.

30kg/㎡ 이상이면 비만, 20~30kg/㎡이면 과체중이다.

△ 종류

향정신성 식욕억제제는 중추신경계를 자극해 식욕을 줄이는 약으로 펜터민, 펜디메트라진,

디에틸프로피온, 마진돌, 시부트라민 등이 있다. 모두 전문의약품이므로 의사의 처방에

따라 지정 약국에서 구입해야 한다. 이밖에 우울증 치료제, 간질 치료제, 당뇨병

치료제, 감기약 등은 살 빼는 약이 아니다.

△ 복용기간

펜터민, 펜디메트라진, 디에틸프로피온, 마진돌은 4주 이내에 효과가 없으면 복용을

중단해야 한다. 시부트라민은 3개월 간 경과를 지켜보다 복용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 부작용

이 약물들은 중추신경을 흥분시켜 두근거림, 가슴 통증, 불안, 현기증, 불면증

등의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다. 중독은 만성적으로 복용하는 것을 말하며 중중의

피부병, 자극과민, 성격변화, 정신분열과 유사한 정신이상 등이 나타난다. 치명적인

중독 땐 부정맥, 고혈압 등의 순환계 이상, 복부근육 수축 등을 보이며 사망할 수도

있다.

△ 복용하면 안 되는 사람

16세 이하, 임산부, 심혈관계 질환자 등은 복용하면 안 된다.

    소수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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