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최초 지식포털, 여씨춘추

여불위(呂不韋)는 사학자들 간 논쟁의 중심에 있는 인물입니다. 진시황제의 친아버지이냐

아니냐를 놓고 지금까지 갑론을박(甲論乙駁)이지요.

어쨌든 역사는 여불위를 중국 전국시대 말기 진(秦)나라를 뒤흔든 정치가로 기억합니다.

장양왕(莊襄王) 때 승상이 된 후, 최고의 재상(상국 相國)에 올랐지만 진시황의 모후인

태후의 밀통사건에 연루되는 바람에 파면됩니다. 급기야 자살하지요.

여불위는 돈 버는 재주가 탁월한 큰 상인이었습니다. 농사보다, 보석 장사보다

더 큰돈을 버는 방법이 무엇일까 고민합니다. 결론은 권력이었습니다. 권력이 뒷받침될

때 비로소 큰돈을 모을 수 있다는 생각에 도달한 그는 정치가로 변신합니다.

정치가로서의 발걸음은 조나라에 볼모로 잡혀있던 진나라의 서공자(庶公子) 자초(子楚)를

도와 귀국을 돕는 것으로 시작됩니다. 자초는 귀국 후 왕위에 올라 장양왕이 되지요.

이후 공을 인정받아 승승장구 합니다.

2200년前 진나라 시대의 댓글과 네티즌

거기서 그치지 않습니다. 장양왕이 죽은 뒤, 물심양면으로 태자 정(政)을 도와

왕좌에 앉힙니다. 바로 여불위의 친자식이라는 설이 있는 진시황제입니다.

역사가 여불위를 기억하는 까닭은 파란만장한 그의 정치역정 때문만은 아닙니다.

오히려 전국시대 말기 귀중한 사료인 ‘여씨춘추(呂氏春秋)’의 편찬자로 널리 알려져

있습니다.

진나라는 기원전 230~221년 중앙집권적 통일제국을 건설합니다. 하지만 그 전에는

변방의 오랑캐에 불과했습니다. 13세 어린 왕을 섭정하던 여불위는 오랑캐라는 딱지를

떼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지식을 집대성하기 위한 문화사업을 펼칩니다.

막대한 재산을 이용해 집안에 지식인들을 불러 모읍니다. 이른바 식객(食客)입니다.

먹여주고 재워주고 돈을 주는 대신, "아는 것을 모두 써내라"고 말합니다.

세상 지식 모두 쓸어 담은 일종의 백과사전을 만들기 위한 것이었습니다.

‘지식 싹 쓸어 모으기’에 머무르지 않습니다. 검증과 첨삭 작업을 벌입니다. 모은

지식을 성문 앞에 걸어 놓았습니다. 그리고 "한 글자라도 고치면 크게 포상한다"는

방(榜)을 붙였지요. 수많은 사람들(榜觀人)이 자신이 지닌 지식을 덧붙이고 수정합니다.

댓글입니다. 여씨춘추는 그렇게 만들어집니다. 세계 최초로 만들어진 지식포털이라고

해도 지나친 말은 아닐 것입니다.

여씨춘추라는 포털의 주인은 여불위입니다. 최초 콘텐츠 제작자는 여불위가 고용한

식객들이지요. 그러나 콘텐츠의 양적, 질적 발전은 방을 보고 참여한 백성들의 댓글

덕에 가능했습니다. 중국 최고의 사료로 평가되는 ‘여불위 포털'(여씨춘추)의 진짜

주인공들은 방을 보고 참여한 인류 최초의 네티즌과 그들이 남긴 댓글인 셈입니다.

인터넷 대한민국과 진시황제의 분서갱유

여씨춘추 이후 2200여년을 지나 진제국 동쪽 대한민국에 포털과 네티즌 문화가

만개하고 있습니다. 포털들이 식객을 모아 지식 끌어모으기에 한창입니다. 네티즌들의

콘텐츠 하나하나에 보내는 관심도 유별납니다. 포털들은 매 순간 지식 집대성을 거듭하고

있습니다. 집대성을 향한 발걸음은 제휴와 합병도 마다하지 않습니다. 특별한 방을

내걸지 않아도 네티즌들의 참여는 참 적극적입니다. 재미 삼아, 존재 부각을 위해,

사명감에 불타… 등 이유는 다양합니다.

여씨춘추와 지금의 포털 사이, 성문 앞을 가득 메운 방관인과 지금의 네티즌들

사이에는 시간적 거리만큼 많은 차이가 있어 보입니다. 일부 포털들의 선정적이고

무책임한 콘텐츠 편집이나, 상대방에 대한 배려를 잊은 감정적 네티즌들의 이기적이고

무분별한 댓글은 우리를 부끄럽게 합니다.

물론 위안을 주는 모습도 있습니다. 네티즌들의 즉각적이고 적극적인 댓글 참여문화는

장기적으로 순기능 측면이 크다고 합니다. 어찌나 신속하고 열정적인지 외국의 인터넷

전문가들이 혀를 내두릅니다. 우리는 다양한 분야에서 ‘함께 할 때 가능한’ 소통

만개에 따른 이점을 기대합니다. 적어도 획일과 통제에 따른 불합리는 없을 테니까요.

인류 최초의 네티즌과 댓글을 만들어낸 여불위의 진제국 말기, 획일과 통제의

대명사로 일컬어지는 진시황제의 분서갱유(焚書坑儒)가 있었습니다. 아이러니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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