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냄새 나는 어린이가 많아지고 있다”

발생시기 빨라져… 청결 힘쓰고 불편하면 수술로 완치

두 남매를 두고 있는 주부 이경진(39, 서울 서대문구 홍제동) 씨는 날이 더워진

요즘, 첫째 딸 유림(12)이에게서 이상한 냄새를 맡았다. 처음엔 그냥 땀 냄새로 생각했지만

땀을 흘리고 나면 더 심하게 불쾌한 암내가 난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동생 유찬(9)이는

잘 놀다가도 누나한테서 이상한 냄새가 난다며 코를 잡고 인상을 찌푸리기 일쑤다.

이 씨는 “아직 중학생도 안 됐는데 딸에게서 암내가 난다고 생각하니 괜히 걱정이

된다”며 “여름 방학이 시작되면 액취증 검사를 한번 받으러 가봐야겠다”고 말했다.

아직 6학년이지만 가슴도 봉긋하게 올라오고, 월경도 5학년 때부터 시작해 유독

사춘기 신호가 빨리 나타난 유림이. 정말 암내가 나는 것일까? 일반적으로 사춘기

이후 성인에게서 많이 나타나는 것으로 알려진 암내가 어린이, 청소년에게서도 심심찮게

나타나고 있다.  

초등 1, 2학년도 상담 위해 병원 방문

가장 큰 원인으로 지목되는 것은 사춘기가 이전보다 더 빨리 앞당겨졌다는 것이다.

작년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사춘기 시작을 알리는 2차 성징이 나타나는 시기가 남자는

평균 16세, 여자는 평균 14세로 과거 10년 전에 비해 2년 정도 더 앞당겨진 것으로

조사됐다.

서울성형외과 액취증 클리닉 김헌곤 원장은 “어린이에게서 액취증이 얼마나 나타나는지에

대한 통계자료는 발표된 적은 없다”면서도 “대개 성인이 결혼이나 사회활동의 문제로

액취증 검사와 수술을 위해 방문하는 경우가 많지만, 요즘은 초등학교 1, 2학년생

정도의 어린이를 포함해 청소년 액취증 환자들의 병원 방문이 늘고 있어 액취증을

호소하는 나이가 젊어지고 있는 것으로 분석할 수 있다”고 말했다.

중앙대병원 피부과 이갑석 교수 또한 “액취증 발병 나이에 대한 국내 자료는

현재까지 나와 있지 않지만 비만 청소년도 늘고 있고, 사춘기를 시작하는 나이도

빨라지고 있다는 것을 감안하면 어린이, 청소년들에게서도 암내가 나타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액취증은 사춘기가 시작될 무렵에 호르몬의 영향을 받아 이미 형성된 아포크린

땀샘의 활동이 왕성해지면서 나타난다. ‘액와’는 겨드랑이라는 뜻으로 액취증은

땀 때문에 나는 냄새질환이다.

우리 몸의 땀샘에는 에크린 땀샘과 아포크린 땀샘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아포크린

땀샘은 몸의 겨드랑이, 음모, 유두, 배꼽 부위 등에 분포돼 있고, 전체의 약 95%가

양측 겨드랑이에 있다. 유전적인 영향이 크며, 성인 100명중 약 2, 3명 정도에서

나타난다. 남자 45%, 여자  55%의 비율로 여자에게서 약간 높게 나타난다.

“성 호르몬 따라 글리코겐 분비되기 때문”

특이하고 강한 냄새는 아포크린 땀샘에서 분비되는 땀 자체가 원인은 아니고 피부나

겨드랑이에서 글리코겐이라는 끈적거리는 물질이 분비되면서 지방산과 암모니아를

생성하기 때문에 발생한다.

서울 강남 차병원 성형외과 조성덕 교수는 “어린이에게서 액취증이 나타나는

이유는 나이와 상관없이 방아쇠처럼 성호르몬이 나올 때 글리코겐이 분비되기 때문”이라며

“요즘 초등학생에서도 암내 나는 어린이가 많아지고 있는 것은 글리코겐이 분비될

만큼 성장발육이 빨라졌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김 원장은 “사춘기 이전에는 액취증이 없다가 사춘기 이후 나타나기 때문에 많은

일반인들은 없던 아포크린선이 사춘기에 생겨서 냄새가 난다고 생각하게 된다”며

“사실은 태아기 때부터 있던 아포크린선이 사춘기 때 증가되는 성호르몬의 영향을

받아 그 기능을 시작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여자의 난소를 예로 들며 “태어날 때부터 난소는 여자에게 있는 기관이며

그 안에 배란이 될 난자도 이미 정해져 있지만, 사춘기 때 성호르몬이 나오면서 배란과

생리를 하는 것과 똑같은 이치”라고 말했다.  

지나치게 의식하면 소심-불안감 키울 우려

비만, 사춘기 등이 앞당겨져 나타나 생긴 현상이기도 하지만, 부모들이 아이에게서

이상한 냄새가 난다는 것을 일찍 감지해내는 생활문화의 변화도 원인으로 지적된다.

김 원장은 “옛날에는 자녀들 수가 많고, 잘 씻지 않아 냄새가 왜 나는지 부모들이

굳이 신경을 쓰지 않았지만, 현대 사회에서는 자녀 수도 적은 데다 자녀의 외모나

생활 습관에 신경을 쓰는 부모들이 많아 이상한 냄새가 나면 바로 액취증 검사를

받으러 오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어린 나이에 액취증이 발견되는 아이는 자신에게서 냄새가 난다는 생각 때문에

다른 사람과의 접촉을 꺼리게 되고 앞에 나서기를 망설이게 된다. 액취증이 있는

성인은 사회생활과 결혼생활에 지장을 초래하는 경우도 있다.

서울대병원 가정의학과 박민선 교수는 “액취증은 남들 앞에 서기를 꺼려하는

사람에게서 많이 발견된다는 보고가 있다”며 “주관적 판단에 의해 암내를 지나치게

의식하는 것은 불안감과 소심함 때문에 오히려 액취증을 키우는 독이 될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특히 어린이에게서 암내가 난다고 해서 전혀 이상한 것이 아니라는

인식을 하도록 도와주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자녀 냄새고민에 대처하는 부모의 자세

어린이에게서 액취증이 나타나면 부모들은 수술을 해야 할지 고민하게 된다. 전문가들은

“집에서 할 수 있는 암내 막는 방법들이 있으나 이는 일시적일 뿐 냄새를 완전히

근절시키지는 못한다”며 “아포크린선을 파괴하거나 제거하는 외과적인 수술로 근원

치료하는 것이 가장 좋은 해결책”이라고 입을 모은다.

과거에는 피부를 크게 도려내는 방법을 많이 썼지만 현재 일반적으로 시술되는

방법은 겨드랑이의 주름을 따라 한두 개 정도의 절개선을 최소한으로 넣어서 피부를

벗겨내고 피부를 얇게 들어 올린 후 피부 밑의 아포크린 땀샘을 제거하고 다시 봉합하는

수술이다.  

김헌곤 원장은 “액취증의 수술 시기에 대해서는 의사마다 견해가 다르지만 그에

대한 명확한 근거가 없이 막연한 생각 속에서 이야기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그는 “어린 나이에 액취증 수술을 하면 성장 후 재발할까 염려하게 된다”며

“액취증의 원인이 되는 아포크린선도 사춘기 이전에 제거를 한다면, 다시 생기지

않는 성질의 세포이니 성장에 따른 재발이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어린이의 액취증이 수술을 해야 할 만큼 냄새가 심한지, 생활에 불편함을

겪고 있는지, 냄새 때문에 학업에도 지장을 받는지 등에 대해 부모 편에서도 신중히

고민해서 결정해야 할 사항이라고 그는 덧붙였다.

조성덕 교수는 “어린이가 암내가 날 경우에는 평소 겨드랑이 부위를 신경 써서

잘 씻고, 살균제가 들어있는 비누를 사용하며, 헐렁한 옷을 입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이럴 경우 어린이 액취증을 의심하세요.

△ 아이가 흰옷 입을 때면 저녁 무렵 겨드랑이가 노랗게 변해 있다.

△ 다른 부위에 비해 겨드랑이 땀이 심하고, 그 부위가 축축하게 젖어 있다.

△ 귀지가 축축하게 젖어 있다.(귀지와 액취증은 연관성이 있다는 보고가 있다)

△ 직계 가족 중 액취증이 있는 사람이 있다.

△ 액취증 냄새가 난다는 소리를 친구나 가족들에게 들은 적이 있다.

△ 냄새에 지나치게 민감해 나서길 두려워하며 의기소침해져 있다.

 

냄새 덜 나게 하려면 집에서 이렇게 해보세요.

△ 세균을 세척할 수 있도록 살균 비누를 사용하세요.

△ 냄새 안 나게 하는 약을 바를 때는 겨드랑이 부위를 청결히 한 후 사용하세요.

 

△ 향수를 직접 겨드랑이에 직접 뿌리는 것은 좋지 않아요.

△ 샤워를 자주 해서 청결을 유지하세요.

△ 통풍이 잘 되는 옷을 입고 겨드랑이에 파우더를 살짝 뿌려보세요.

△ 사춘기 어린이가 겨드랑이 털이 났을 때에는 제모를 해보세요.  

△ 충분한 잠을 자도록 해요.

(자료제공: 서울성형외과 액취증 클리닉 )

 

    정은지 기자
    정은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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