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X, 의료 패러다임 바꾸다

전체 이용객 가운데 3% 해당…충청권은 환자 이탈 영향 없는 듯

대구에서

자영업을 하는 김 모씨(60세)는 최근 서울의 한 대학병원에서 용종을 제거하는 수술을

받았다. 이 수술은 대구서 받아도 되는 간단한 수술이지만 김 씨는 굳이 서울의 대형병원을

택했다.

김 씨는 “서울의 대형병원들은 최신 장비에다 지방보다 많은 환자들을 치료하기

때문에 경험이 많아 노하우가 있을 것”이라며 “어차피 입원을 해야 하기 때문에

보호자들이 조금 불편해도 서울에서 치료를 받는 것이 믿음이 가기 때문에 마음이

편하다”고 말했다.

서울에 거주하는 직장인 서 모씨(31세)는 간단한 혈전성 치핵 수술을 받기 위해

신촌의 한 대학병원을 찾았다. 서 씨는 “대학병원이 훨씬 비싸지만 왠지 믿음이

간다”고 말했다.

환자들의 수도권과 대형병원 쏠림현상이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대형병원들은

몸집 키우기와 최첨단 의료장비로 환자들을 유치하고 있고, 환자들은 교통(KTX)의

발달로 이동시간이 단축돼 하루 진료시스템이 가능한 서울의 대형병원으로 몰리고

있다.

좋은 병원 찾고자 하는 환자들 욕구 상승

환자들은 가벼운 증상에도 종합병원 이상 의료기관을 이용하고 있으며 2차 의료기관의

이용을 꺼려한다. 이유는 좀 더 유능한 의료진과 좋은 의료장비, 오진 등을 우려한

환자의 기본적인 욕구 때문이다.

실제 조사결과 KTX 이용객 가운데 비수도권 거주자의 3%가 병원 진료를 받기 위해

수도권으로 상경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국토연구원이 발표한 ‘고속철도와 국토공간구조의 변화(II)(연구원 이용우,

정진규, 윤양수, 임상연)’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KTX 이용객 가운데 병원 진료를

받기 위한 승객은 전체의 3%를 차지했다.

국토연구원에 따르면 2005년 7월 조사에서는 비수도권 거주자가 병원진료를 받기

위해 KTX를 이용한 비율이 전체 표본 1242명의 4.3%로 집계됐다.

이후 2006년 4월 조사(1063명 대상)에서는 1.4%로 나타나 두 번의 설문조사를

합산한 결과 KTX 이용객 중 병원 진료를 받기 위해 비수도권에서 수도권으로 상경한

비율이 3%로 나타났다.

반면 KTX 승객 가운데 수도권 거주자가 병원 진료 목적으로 비수도권으로 이동한

비율은 0.7%에 불과했다.

이와 관련, 국토연구원은 “비수도권 주민이 고속철도를 이용해 수도권의 고급

의료서비스를 소비하는 통행이 많아진다면 비수도권 의료서비스 수요 감소는 의료수준

저하로 이어질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철도공사는 KTX 개통 3년간 약 9800만명이 이용했으며, 앞으로 이용객을 늘려

나갈 계획이어서 서울과 수도권의 의료기관을 이용하기 위한 상경 인구가 늘어날

가능성이 적지 않다.

철도공사는 6월부터 이용객이 많은 주말의 KTX 운행 횟수를 늘리는 한편 2009년부터는

좌석 회전이 가능하고 객실내 소음이 감소한 한국형 고속열차(KTX-Ⅱ)를 도입할 계획이다.

또한 철도공사는 2010년 경부선 2단계 사업이 완료되면 KTX 이용이 보다 편리해지고

지역간 통행시간이 단축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실제로 최고 시속 400km의 차세대

고속열차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어 의료기관 이용 행태에도 더 큰 변화를 몰고

올 전망이다.

부산과 경남·북 지역 환자이탈 가장 심해

한편, KTX가 개통된 지난 2004년 이후 부산, 경남·북 지역의 환자 이탈이

가장 큰 것으로 조사됐다. 하지만 고속철 개통이후 가장 많은 피해를 볼 것으로 예상됐던

충청지역 대형 병원들은 별다른 변화 없이 순항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하지만 충청지역은 병의원간 진료협력, 최신 의료기기 도입, 시설 확충 등을 통해

확실한 지역기반을 다짐으로써 KTX 여파를 무사히 비껴갔다는 평가다. 아울러 전남·북

지역도 환자 이탈은 크지 않았다.

충청지역은 고속철 개통 이전에도 근접한 거리 특성상 통원 치료 등이 활성화

됐고, 전라도 지역은 최근 지역암센터가 전남에 이어 전북까지 들어서는 등 기반시설이

확충됐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실제로 천안에 위치한 한 병원은 KTX가 개통되고 난 후 오히려 환자가 늘었다.

이는 천안지역 인구가 근래 50만 이상으로 증가해 환자 역시 늘어났고 인근 지역

병원들과의 긴밀한 협력체계 등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병원 관계자는 “병원에 내원한 환자가 사는 지역을 분석해 본 결과, 평택, 안성,

홍성, 당진, 서산 등”이라며 “우리병원은 이들 지역에 있는 거의 모든 병원들과

진료협약을 맺고 있는 등 인근 지역 거점병원으로서의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 지역의 다른병원 역시 KTX 개통과 관련, 주위에도 말들은 많지만 특별한 변화는

없다고 말했다. 한 병원 관계자는 “간단한 질환 때문에 환자들이 구태여 서울까지

가지 않는다”면서 “환자들은 기존에 자신이 진료를 받던 곳, 같은 의사에게 계속

진료를 받으려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백성주기자 (paeksj@dailymedi.com)

기사등록 : 2008-06-25 12:00

출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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