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물인간 존엄사 둘러싼 쟁점은?

국내 첫 ‘치료중단 가처분신청’ 오늘 두번째 공판

17일 오후 4시 서울서부지법 305호 법정에서는 식물인간이 된 김모(75) 씨의 자녀들이

법원에 낸 치료중지 가처분 신청 사건의 두 번째 공판이 열렸다.

김 씨 자녀들은 “어머니에게서 인공호흡기를 제거해 달라”며 지난 5월 9일 법원에

‘무의미한 연명행위 중지 가처분 신청서’를 냈다. 이들은 5월 11일에는 존엄사에

대한 법률이 없는 것은 헌법에 위배된다며 헌법소원을 제기하기도 했다. 김 씨를

치료해온 병원 측은 치료를 포기하면 살인 방조죄로 처벌받을 수 있다면서 환자 가족과

맞서고 있다.

이를 계기로 존엄사 또는 소극적 안락사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환자 가족과

병원 측의 변론을 맡은 변호사들의 기고로 양측 주장과 존엄사 쟁점에 대해 정리해본다.

“무의미한 생존 강요는 인간 존엄성 침해”

환자 가족 소송 대리인 신현호 변호사(법무법인 해울)

사람은 인생을 살아가면서 인간다운 삶을 누릴 권리가 있다. 또 그 이면에 인간다운

죽음에 이를 수 있는 권리도 있다고 할 것이다. 예기치 못한 사고로 회복이 불가능한

죽음의 상태에 이르렀을 때―예를 들어 현대 임상의학에서 완치가 불가능하다고 판단하고

있는 말기암의 선고나 소위 식물인간 상태― 의학의 힘을 빌려 적극적으로 생명만을

연장시키는 것을 포기하고 자연스러운 죽음에 순응하며 남은 시간을 가족과 함께

정리할 수 있도록 선택할 수도 있어야 한다.

이러한 인간의 자기결정권의 근거는 헌법 제10조의 인간의 존엄성과 가치에서

도출되는 것이다. 인간은 자기 운명을 스스로 결정하고 수행하는 자율성을 향유할

수 있는 존재라는 점에서 다른 모든 비인간적 존재와 구별된다. 인간이 이러한 자율성을

향유할 수 있다는 것은, 모든 이성적일 수 있는 존재의 생존 그 자체의 조건이다

또한 이들 생존 그 자체의 조건이 존재할 수밖에 없는 이성적인 존재는 절대가치를

가지는 것이다.

그러므로 인간은 그 자체만으로도 가치 있고 존엄한 존재이기 때문에 불가역적인

상태에 이르렀을 때 인간은 인격자로서의 정체성을 주장할 권리가 있으며, 그에 기초해

무의미한 연명행위를 지속하는 것을 거부하고 자신의 신념과 삶의 질의 유지를 위해

자연사에 이를 수 있는 권리를 주장할 수 있는 것이다.

이 건에 있어 환자는 의학적으로 유지시켜 둔 연명장치를 제거할 경우 임종의

길로 불가피하게 가는 것이 확실하고, 그 적극적인 치료가 오히려 환자에게 고통을

증가시키는 데 불과한 경우이므로 의료기관 측에서 환자에게 의학적으로 무의미한

생존을 강요하는 것은 자연사를 바라는 환자의 입장에서는 자신의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권을 일방적으로 침해받는 것이다.

따라서 환자의 자기결정권의 이면에는 의사에게 환자가 자연사에 이를 수 있도록

배려해야 할 의무가 있어야 한다. 환자의 자기결정권의 존중을 위한 의사 측의 배려는

현대 의학이 연명치료기술의 발전이 무의미하다는 반성을 하고 있다는 점에서도 강조돼야

한다. 즉, 무익한 생명연장이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침해한다는 인식을 가지게

되면서 현대의학에서도 더 이상 과거처럼 인위적으로 수명을 늘리려 하기보다는 자연스러운

죽음, 나아가 편안한 죽음을 맞게 하는 방향으로 선회하였고 이는 ‘호스피스’라는

새로운 의료행위를 양산하게 되었다.

‘편안한 죽음’ 스스로 결정할 권리 보장돼야

또한 이 건과 같은 사례에서 선진 각국은 무조건적인 치료의 지속보다는 질병으로부터의

회복이 불가능하고 건강상태의 개선의 여지가 보이지 않는 시점에 이르러 치료행위

자체가 의학적으로 무의미한 경우에는 더 이상의 적극적인 치료나 단순히 생명을

연장하기 위한 치료를 중단하고 다만 환자의 통증을 완화시켜주는 조치만을 행하면서

환자가 편안하게 사기를 맞을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 인도주의적 관점에서도 더

낫다는 인식하에 연명치료를 중단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라는 점도 간과돼서는 안

된다.

일부에서는 환자가 주장하고 있는 무의미한 연명행위의 치료중단을 ‘소극적 안락사’라는

용어를 사용해 치료중단이 생명을 단축시킨다는 의미를 강조하며 환자 연명행위에

대한 치료중단 요구가 의사에게 ‘살인행위’를 강요하는 것으로 치부하고 있다.

그러나 이 건의 경우 죽음을 목적으로 사기(死期)를 의도적으로 단축시키는 것과

근본적으로 다르며, 환자의 자기결정을 통해 기계에 의존한 무의미한 연명이 아닌

자연스러운 죽음을 할 수 있도록 요구하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이 건에서 환자의 명시적인 치료중단의 의사가 없었다는 점을 이유로

무의미한 생명연장을 지속해야 한다는 주장도 설득력이 없다. 환자는 누차 가족들에게

만약의 경우를 대비해 자신이 불가역적인 상황에 처한다면 회복의 가망도 없는데

의료기기를 통해 생명을 연장하는 것을 극구 부정해 왔다.

따라서 환자가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상황에서 이 건 의료사고를 맞이하기

전 서면으로 의사를 표시하지 않았다는 점을 이유로 자연사를 선택할 권리를 방해하는

것은 우리나라의 법감정에도 맞지 않다. 그뿐만 아니라 환자의 가족들에게도 환자의

뜻을 따르지 못해 환자에게 고통을 안기는 불효를 저지르고 있다는 생각에 정신적

고통이 되고 있다는 점 역시 배제돼서는 안 될 것이다.

“환자 생명존중-보호가 더 본질적 가치”

병원측 소송 대리인 신동선 변호사(법률사무소 다솔)

환자 측의 가처분신청의 법리적 문제점으로는 우선 보호하고자 하는 권리가 명확하지

않다는 점이다. 환자 측이 가처분과 관련해 주장하는 권리는 인간의 존엄과 가치권,

존엄사권, 환자의 자기결정권, 자연사할 권리 등이다.

그러나 존엄사권 및 자연사할 권리는 헌법해석상 인정받지 못하고 있는 권리이며,

인간의 존엄과 가치 및 자기결정권 등 헌법상 기본권을 피보전권리로 들면서 기본권의

가장 본질적 요소인 생명권을 침해하는 신청을 하였다는 모순점이 있다.

환자 측은 가처분으로 연명행위를 중지해 달라고 청구하고 있다. 보전처분인 가처분은

잠정적, 임시적 처분이며 권리관계가 확정되지 않는다. 따라서 후에 본안에 의해

권리관계가 확정되는 경우 원상태로의 회복이 가능해야 한다. 만약 환자의 치료를

중단한다면 곧 사망에 이를 것이며 이를 원상태로 회복하는 것이 불가능하게 되므로

이는 보전처분의 목적에 부합하지 않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가처분은 현저한 손해를 피하거나 급박한 위험을 막기 위한 경우에

해야 하나, 환자 측이 주장하는 환자의 삶의 질 저하 및 인격권 침해, 건강보험의

재정악화 등의 이유는 급박한 위험이 있다거나 현저한 손해라고는 볼 수 없다.

환자의 치료는 의료인의 기본적 의무이다. 의료법 제4조에서는 “의료인과 의료기관의

장은 의료의 질을 높이고 병원감염을 예방하며 의료기술을 발전시키는 등 환자에게

최선의 의료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하여 노력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의사윤리지침

제1조에서는 “의사는 양심에 따라 학문적으로 인정된 진료를 하며, 의료행위와 관련하여

누구로부터도 일체의 부당한 간섭과 방해를 받지 아니 한다”, 제2조 제1항에서는

“의사는 주어진 상황에서 본인의 능력에 맞는 최선의 의료를 시행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의료인에게는 기본적으로 환자의 질병을 치료하고 생명을 연장시킬 의무가 규범적으로

명시돼 있으며, 병원 측은 이러한 의무에 따라 환자를 치료하고 있는 것이다. 이

사건과 기본적인 사실관계가 동일한 보라매 병원사건의 1심 재판부는 환자의 생명을

보호할 의무가 더 우선하는 의무이므로 환자의 퇴원 요구에도 불구하고 환자를 보호해야

한다는 점을 명시한 바 있다.

치료중단은 살인방조죄… ‘가처분’ 허용하면 악용 우려

위 사건의 대법원 판결에서는 환자를 퇴원시킨 담당 의사들이 살인방조죄의 형사적

책임을 진다는 점을 판시한 바 있다. 즉 현재의 대법원 판례에 따를 때 환자 가족의

요청에 따라 연명치료를 중지하고 환자를 퇴원시켰을 경우 담당 의료진이 형사처벌을

피할 수 없게 돼 있어 환자의 계속적인 치료는 불가피하다.

한편 환자는 식물인간 상태에 이르기 전에 치료중단에 대한 어떠한 명시적 의사를

표시한 사실이 없다. 생명권은 인간 기본권 중 가장 본질적인 가치이고 신성불가침의

권리로 이해되고 있으며 우리 현행 헌법과 형법 역시 인간의 생명존중과 그 보호를

최고의 가치로 여기고 있다.

이러한 생명권을 본인의 명시적 의사가 없음에도 타인의 의사에 의해 제한하는

것은 윤리적으로나 법리적으로 타당하지 않다. 또 가처분으로 치료의 중단을 허용한다면

이러한 가처분 신청이 악용될 우려가 있다.

이 사건의 환자는 식물인간 상태에 이른 후 4개월이 흘러 현재 의식이 돌아올

확률이 낮은 것은 사실이나 가능성이 전혀 없는 것도 아니다. 인간의 본질적 가치인

생명을 지킨다는 관점에서 가능성이 희박하더라도 쉽게 포기를 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 특히 식물인간 상태에서 고통을 느끼지 못하고 있는 환자의 치료를 중단하는

것은 극심한 육체적 고통을 덜어주기 위해 시행되는 안락사의 주된 목적과도 부합하지

않는다.

병원 측으로서는 당사자의 명시적 의사가 없으므로 치료를 중단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 또한 과거 의사의 치료중단 행위를 살인방조죄로 처벌한 대법원 판례를 고려할

때 의료진에게 환자의 퇴원을 강요하는 것도 불합리하다. 결국 치료의 중단을 허용하는

명시적인 법 규정이나 명백한 대법원 판례가 없는 한 환자에 대한 치료중단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조경진 기자 nice2088@kor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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