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장전기마사지 방법 아시나요”

일반인 응급처치 길 열려…사고 나도 책임 없어

서울 도곡동에 사는 이모(55) 씨는 6개월 전 집 근처 학교에서 조깅을 하다가

쓰러졌다. 심장이 갑자기 멈췄기 때문. 다행히도 뒤에서 따라오던 시민이 그에게

심장을 압박하는 심폐소생술(CPR)을 실시했다. 때마침 119 구급차도 3분 안에 도착해

전기충격을 주는 제세동(defibrillation)을 했다. 그에게는 마지막 운동이 될 뻔했지만

응급조치 덕분에 다시 운동화 끈을 동여맬 수 있게 됐다.

이처럼

누군가 심장이 마비돼 쓰러졌을 때 심폐소생술과 전기마사지만 곧바로 하면 소중한

생명을 살릴 수 있다. 그러나 구급차가 늦게 도착해 제세동기를 사용할 수 없으면

위험은 그만큼 커진다. 서울아산병원 응급의학과 김원 교수는 “심폐소생술을 실시하면

정상혈류량의 약 20% 정도만 심장으로 공급되지만 제세동을 하면 본래 심장의 리듬을

찾을 수 있는 장점이 있다”고 말했다.

선진국에서는 공공장소에 제세동기가 설치돼

소중한 목숨을 구하고 있지만 국내에서는 지금까지 심장병 환자의 생명권은 사각지대에

놓여있었다.

질병관리본부의 최근 보고서에 따르면 거리에서 심장이 멈춘 환자의

생존율은 4~6%로 선진국의 20~40%보다 턱없이 낮았다. 지난해 10월 인천공항에서

터키인이 심장을 움켜주고 쓰러졌지만 아무런 처치를 받지 못하고 숨져 국제적 망신을

당하기도 했다.   

일반인 시행 뒤 사고 나도 책임 면제

15일부터 심장이 멈춘 환자에게 생명의 빛을 줄 길이 넓어진다.

지난달 국회를 통과한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 이날 시행되면서 공공보건의료기관,

철도 객차나 공항 등에 자동제세동기 등의 응급장비가 설치된다. 또 일반인이 심장이

멈춰 쓰러진 사람을 발견해 심폐소생술이나 전기마사지 등으로 응급 처치하다 응급환자가

사망하더라도 법적 책임을 묻지 않기로 했다.

우리나라에서는 지금까지 최초 목격자가 인공호흡과 흉부압박

등의 심폐소생술만 할 수 있었다. 제세동은 의료인에게만 국한돼 있었다.

그러나 손쉽게 사용할 수 있는 자동 제세동기가 개발돼 일반인도

교육을 받으면 손쉽게 작동할 수 있게 됐다. 이번에 개정된 법안에 따르면 일반인도

응급상황 때에는 제세동기를 사용할 수 있다.

교육 받으면 손쉽게 작동

개정 응급의료법에 따르면 일부 다중 이용시설(철도역 대합실,

여객터미널, 정부중앙 행정기관 청사, 지자체 청사, 카지노장, 경마장 등)에 제세동기

설치가 의무화된다. 하지만 현재까지 의료기관을 제외하고는 인천국제공항과 국회

의사당에 제세동기가 설치돼 있을 뿐, 아직 보급이 저조한 실정이다. 현재 보건복지부는

제세동기 보급을 확대하기 위해 시행세칙을 마련하고 있다.

김 교수는 “정부가 모든 장소에 제세동기를 설치할 순 없지만,

영리기관이나 민간 시설 등은 고객 안전을 위해 자비로 자동 제세동기를 구비해 두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시민들도 제세동기의 설치 확산과 발맞춰 사용법을 익혀둬야

한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심장정지가 대부분이 집에서 일어나고 최초 발견자의

대부분이 가족 아니면 일반인이기 때문에 가족을 살린다는 생각으로 교육을 받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2006년 대한심폐소생협회가 서울시 소재 9개 대학병원 응급실

도착 심장정지 환자를 분석한 결과 심장정지 발생 장소는 집이 45.3%, 공공장소가

19.2%인 것으로 나타났다. 최초 목격자는 가족이 42.3%, 일반인이 42.3%였다.

한양대 응급의학과 임태호 교수는 “심장정지 후 1분에 7~10%씩

사망률이 증가하고 10분 정도가 지나고 나면 거의 소생이 불가능하다”면서 “시간

내에 병원으로 후송하기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기 때문에 최초 목격자의 심폐소생술과

제세동기 사용여부는 환자의 생사를 결정한다”고 말했다.

심장 멎은 뒤 10분 지나면 ‘구명’ 어려워

자동 제세동기의 종류는 다양하지만 사용법은 간단하다. 자동

제세동기는 전원을 켠 후 패드를 부착하면 기계가 알아서 환자의 심장 리듬을 분석하고

제세동 여부를 음성으로 말해준다.

그렇지만 전기충격을 주는 기계인 만큼 교육은 반드시 필요하다.

김 교수는 “제세동기는 심폐소생술보다 효과적이고 사용방법이

간단해 일반인이 사용하는데 무리는 없지만, 전기적 충격이 가해질 때 주변에 환자와

접촉한 사람이 있다면 제 2의 사고가 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고려대 의대 이준상 교수 역시 “운전면허증을 딸 때, 고등학생의

정규 수업과정, 예비군 훈련 등을 통해 제세동기 사용 교육을 국민운동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 ‘자동 제세동기’ 이렇게 사용하세요

<자료제공 : 서울 아산병원 응급의학과 김원 교수>

 

    권병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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