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넘 바빠, 간호사 좀 도와줘요”

병원 간호인력 태부족…근로환경 개선 급선무

“머리가 아프대, 어떻게 좀 해봐.” “간호사! 우리 남편 좀 도와줘, 통 일어나질

못하네.”

오늘도 A대학교 신경과 병동은 정신이 없다. 병동 안에는 뇌졸중 환자들이 대부분이라

간호사, 간호조무사 모두 누워 있는 환자의 자세를 바꿔달라는 환자 가족들의 요구에

눈코 뜰 새도 없을 지경이다. 문제는 환자 보호자의 불만이 산발적으로 동시에 일어나는데

있다. 간호사 김현이(29) 씨는 “밥을 거르고 일하면서도 환자를 충분히 돌보지 못할

정도”라고 걱정했다.

경기도 A 병원에서 근무하는 간호사 이모(31) 씨는 아이 엄마다. 아이를 낳고

나서 육아휴직을 하려고 했다. 그러나 휴직을 하면 무급에 국가에서 지원해주는 50만

원이 수입의 전부여서 그냥 병원에 다닌다. 가끔씩 몸이 두 개라도 모자랄 정도로

피곤함을 느낀다. 쉬고 싶어도 월차 같은 것은 상상도 못한다. 교대근무를 할 때도

아이 엄마라고 해서 특별대우 받는 건 전혀 없다. 간호사가 모자라서 항상 정신없이

일한다.

▽턱없이 부족한 간호인력

이 같은 사례에서 보듯 지금 병원마다 간호사 인력이 크게 부족하다. 우리나라

활동 간호사의 수는 OECD 국가 중 최하위로 인구 1000명 당 1.9명에 불과하다.

여기에 학교법이 개정돼 2009년 3월부터 보건교사 확충이 불가피하고, 대형병원의

병상 신증설, 종합전문요양기관 평가, 7월부터 시작되는 노인 장기요양 보험제도

등에 따라 간호사 수요가 더 늘게 되면 병,의원의 간호인력 부족현상은 더 심화될

수밖에 없다.

대한병원협회는 현재 약 3만 7000명의 간호사가 부족한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매년 1만 1000명의 간호인력이 배출된다지만 일하는 간호사 수는 턱없이 부족한 것.

병원에 간호사가 모자라면 간호사의 업무량이 늘게 되고 피로가 누적돼 환자에

대한 의료서비스가 제대로 이뤄지기 어렵다. 그러다 보면 전체적인 의료서비스의

질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힘든 근무여건이 휴직 후 복귀 막아

간호사가 달리는데 인력 확충이 왜 안 되는 걸까. 그것은 간호사를 위한 복리후생에

문제가 있기 때문이다.

야간근무 등 업무 강도가 센 데다 출산 육아휴직 후 직장에 복귀하기도 만만치

않다. 부산 D 병원에서 간호사를 하다가 그만둔 이모(28) 씨는 “1년 육아 휴직 후

복귀하더라도 예전에 일하던 자기 전문 분야에 자리가 없으면 이곳저곳 대체인력으로

돌아다녀야 한다”면서 “결혼 후 야간 근무가 부담이었기 때문에 만약 다시 간호사를

하라고 요청이 온다 해도 가고 싶은 생각은 별로 들지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또 “병원에 다니다가 퇴사하는 사람은 자기 시간을 누리기 위해 돈을 적게

받더라도 작은 병원에 다시 나가거나, 고생을 하더라도 좀 더 월급을 많이 주는 병원으로

이동하거나 아예 간호사를 하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말했다.

병원간호사협회 법제위원회의 2008년 자료 중 ‘병원간호인력 배치현황 실태조사’에

따르면  간호사 전체의 이직률은 평균 15.8%였다. 이직 사유는 1위 ‘타병원으로의

이직(22.9%)’, 2위 ‘결혼, 출산, 육아(16.3%)’로 나타났다. 간호사의 근로환경이나

보육 등 복리후생이 만족스럽지 못하다는 것.

그러다보니 간호사 면허증이 있지만 쉬고 있는 인력이 수두룩한 실정이다. 병원들은

이들 유휴인력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 대한간호정책연구소의 2006년 분야별

활동간호사 및 유휴간호사 현황 분석 연구에 따르면 간호사 면허 소지자는 22만 9000여명이고

이 중 유휴 간호사는 7만 6000명에 이른다.

▽간호사 기 살아야 의료서비스 개선

교육인적자원부는 간호인력 부족을 해결하는 방안의 하나로 간호사 자격증은 있지만

쉬고 있는 유휴인력의 재취업을 위해 재정 지원을, 노동부에서는 유휴인력의 보육비를

지원한다는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또한 입원료 수가보조, 해외간호인력 수급, 간호대 모집정원 확대 등 부족한 간호사

인력을 충원하기 위한 다양한 방안들이 검토되고 있다.

대한간호사협회 백찬기 홍보팀장은 “정부에서는 재정지원을 계획하는 것이 당연하다”면서

“무엇보다 병원 근로환경 개선이 우선적인 과제인데 이를 위해선 정부, 중소병원협회,

대한간호협회 등이 힘을 합쳐 부족한 재정을 확충하고 어려운 경영환경 속에서도

근로여건을 개선하려는 노력을 펴나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의료 서비스 개선에는 간호사 확충이 빼놓을 수 없는 필요조건이다. 이를 위해

발 빠르게 움직이는 병원도 있다. 서울 아산병원의 한 병동 간호사는 “병상 수당

간호사 수가 늘어나다 보니 병원 측에서 환자들에 대한 질 높은 서비스를 더 강조한다”면서

“몸은 여전히 힘들지만 그래도 의료서비스 수준이 올라 환자들이 만족해하는 것을

보면 기분은 좋다”고 말했다.

권병준 기자 riwoo@kor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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