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의사협회는 을이다”

어설픈 NGO 행세 곤란, 인터넷과도 친숙하길

“언론은 의사에게 적대적이고, 의사는 언론을 대하는 기술이 없다는데 어떻게

생각하세요?”

  지난 23일 오후 서울의 한 의대 강의실. ‘의료와 사회’라는 과목에서

특강을 맡은 필자에게 눈망울이 초롱초롱한 본과 3학년 여학생이 또박또박 물어왔다.

  그 시간은 우리 의료계를 짊어지고 갈 예비 의사들에게 종합지에서

14년 기자생활을 하면서 8년 동안 의학팀장을 했고 지금은 ‘코메디닷컴’이라는

의료 미디어 겸 포털을 운영하고 있는 필자가 의사와 언론의 관계에 대해 알려주는

자리였다.

  필자는 대략 이렇게 말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언론이 의사를

싫어할 이유가 있나요? 사실 기자와 의사는 비슷한 직업입니다. 가정을 팽개칠 정도로

일에 매달리고도 욕만 얻어먹지요. 다른 언론은 몰라도 적어도 주류언론에서는 광고주이자

주요 독자층인 의사를 미워할 이유가 없지요. 게다가 기자는 안 아픕니까? 술과 과로,

스트레스에 절어 사는데….”

  하지만 의사들이 언론을 대하는 기술이 부족한 것은 사실인 듯하다.

언론뿐이랴? 심지어 의사 출신 국회의원에게서도 의사들의 커뮤니케이션 부족에 대해

두 손을 들었다는 소리를 쉽지 않게 들을 수 있다.

  의사와 조금이라도 이해관계가 있는 사람은 ‘의사’하면 대한의사협회를

떠올린다.

  그런데 의협이 무엇 하는 기관인지 개념을 종잡을 수 없다고 말하는

사람이 적지 않다. 인터넷의 지식검색에는 ‘의사협회가 NGO인가요’라는 질문까지

접할 수 있다. 의사협회는 △친목단체 △이익단체 △공익단체 등의 속성을 갖고 있다.

심지어 NGO나 언론의 속성도 있다. 하지만 마케팅의 기본 원리 중 제1원칙이 바로

단순화이다. 이 가운데 무슨 특징에 주력해야 하느냐에 따라 전략 전술이 달라질

것이다.

  현재 의협은 여러 가지 역할 모델 가운데 이익단체의 성격이 가장

강하다. 그렇다면 ‘을’이 되는 것을 두려워하지 말아야 한다. 간부들은 역할을

분담해 매일 기자와 정치인을 만나야 한다. 몇 년 전부터 이전 계획을 세우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지만, 의협 건물부터 이사해야 한다. 사람들이 찾아가기 힘든 동부이촌동에서

광화문이나 강남으로 나와야 한다. 의사협회의 위치는 의협의 자세와 움직임을 상징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필자는 앞서 언급한 특강에서 학생들에게 웹2.0 및 소셜 미디어에

대해 강조했다. 이번 광우병 파동이나 각종 반정부 여론의 주요한 통로는 웹의 이른바

소셜 미디어였다.

  2005년 고이즈미 일본 총리가 참의원을 해산했을 때 파괴력을 보인

소셜 미디어는 이제 남의 나라 일이 아니다. 개인이 다음(Daum) 뉴스블로그에 올린

글 중 최다 히트 글은 제도권 닷컴의 인기 뉴스보다 클릭 수가 많다. 의사 중에서도

공중보건의 양광모 씨 등 이런 움직임을 꿰뚫고 활발한 활동을 하는 이가 있지만

대부분의 의사는 세상의 변화에 무관심하다. 스스로 미디어가 될 수도 있지만 미디어

탓만 한다. 의협 역시 웹의 이런 움직임을 90% 활용해야 하는데, 그렇지는 못한 듯하다.

광우병 파동 때에도 뿔난 네티즌과 보수적인 인사들 모두에게서 비난을 받았다.

  대한의사협회는 어제 ‘모든 공공장소에서의 금연’을 주장하는 행사를

가졌다. 좋은 일이고, 앞으로 이런 일을 더 해야 할 것으로 믿는다. 다만, 이런 좋은

행사도 소셜 미디어를 적극 활용해서 효과를 극대화했으면 금상첨화이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의사협회뿐 아니라 의사 모두가 소셜 미디어와 기존 미디어를 적절히

이용해서 우리 사회가 건강해지는 것을 돕고, 또 자신의 마땅한 권익도 지키기를

기대한다.

  

※ 이 칼럼은 의료전문지 데일리메디에 기고한 것입니다.

 

    이성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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