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게릴라식 확산, 대책은?

살처분 역부족… 수시 찾아가는 방역 시급

조류인플루엔자(AI)가 전국적으로 확산되면서 국민

불안이 커지고 있다. 관련 학자들은 현재 발병하는 AI는 걱정할 만한 수준은 아니라고

말하지만

지금과 같은 상태로 계속 발생한다면 AI 토착화 가능성도 없지 않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AI의 게릴라성 확산을 차단할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국내 AI바이러스 종류 아직 몰라

우리나라에 확산되는 AI바이러스의 종류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지난 13일 KBS 1TV 9시 뉴스에서는 정부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국내 AI가 베트남에서

보고된 바이러스와 유전자 염기서열이 거의 같은 남방계 베트남형’이라고 보도했다.

농림수산식품부는 현재 AI가 계속 발생되고 있기 때문에 유전자 분석 등 역학조사중이며,

아직까지 어떤 바이러스인지 확정되지 않았다고 14일 공식 해명했다.

질병관리본부 산하 신종인플루엔자 대유행대비 자문위원단 박승철 교수(삼성서울병원

건강의학센터)는 “KBS는 확인되지 않은 내용에 대해서 추측성 보도를 했다”고 말했다.

계절에 따라 이동하는 철새들이 옮기는 AI를 남방계, 북방계로 한정짓는 것은

무의미하다는 지적이 있다.

서울대 수의대 김재홍 교수 역시 “남쪽 지방 AI바이러스라고 온도에 더 강한

것이 아니다. 중국에서 AI에 걸린 새가 남쪽으로 내려가거나 북쪽으로 올라올 수

있다. AI를 남방계, 북방계로 나누는 것은 한마디로 무식한 소리”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베트남에서 발생한 남방계 AI가 특별히 더 독성이 높다거나 전염성이 높은

것은 아니다”라면서 “지금까지는 AI가 겨울에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왔지만,

겨울에 특히 더 위험에 노출됐을 뿐이고 AI의 위험성은 항상 있는 것이었다”고 설명했다.

“AI 토착화 속단할 수 없어”

이번 AI 사태에서 가장 우려되는 것 가운데 하나가 AI의 토착화 여부다. 더운

날씨에는 AI바이러스의 생존율이 희박하다고 알려져 왔지만, 최근 들어 더운 날씨인데도

생존율이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만약 AI가 한국에서 기온과 계절에 영향을 받지

않고 토착화된다면 일 년 내내 AI가 발생할 위험이 있다.

일부 언론이 제기한 ‘국내 AI가 베트남형 AI와 유사하다’는 주장은 베트남형

AI가 일 년 내내 발생하는 토착형 바이러스의 대표적인 케이스로 꼽히기 때문인 것으로

추정된다.

성균관대 의대 삼성서울병원 감염내과 정두련 교수는 “현재 동남아시아에서 AI가

사라지지 않고 유행하는 것이 AI 바이러스가 따뜻한 곳에서도 생존 가능성이 있다는

사실을 방증한다”면서 “어떤 종류는 따뜻한 곳에서도 생존하고, 어떤 것은 그렇지

못하다”고 말했다. 그는 “관건은 우리나라에서 확산되는 AI바이러스의 종류가 무엇이냐

하는 것인데, 그것은 아직 밝혀지지 않아 토착화 여부를 속단할 수는 없다”고 덧붙였다.

김재홍 교수는 “연중 발생할 가능성에 대해서는 아무도 모른다”면서 “확률적으로

겨울에 발생할 확률이 높을 뿐”이라면서 “여름이라도 매개 가축의 연결고리가 없다면

AI는 일어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닭-오리 중간상인 유통경로 취약

한국은 AI에 감염된 가금류가 한 마리라도 발견되면 반경 3km 이내 모든 가축을

살처분 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AI 발생지역에 따라 오리와 닭의 대대적인 살처분이

있었다. 살처분 작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땅에 묻혀 있어야 할 오리와 닭이 걸어

다니는 등 문제점이 드러나기도 했지만 더욱 심각한 문제는 따로 있다. 게릴라식

확산으로 방역체계에 구멍이 뚫려 있는 것이다.

닭과 오리 유통 현업에 종사하는 김 모(47.경기 파주시) 씨는 “재래시장에서

닭과 오리를 파는 사람들은 중간상인을 통해 물량을 확보한다”고 말했다. 그는 “예를

들어서 OO상회에서 중간상인에게 전화를 해서 닭 50마리, 오리 10마리를 주문하면

닭차라고 부르는 1.5톤 트럭이 허가받은 농장이나 변두리 무허가 농장에서 물량을

확보해서 갖다 준다”고 설명했다.

중간상인들은 소규모 농가에서 닭과 오리를 사들이고 이를 자전거, 리어카, 트럭

등에 함께 싣고 운반하기도 한다. AI의 위험에 노출된 닭, 오리들이 전국적으로 이동하면서

AI바이러스가 게릴라식으로 전파되는 것이다. 닭과 오리를 사고 파는 재래시장과

중간상인이 새삼 주목을 받게 됐다.

사단법인 한국오리협회에 따르면 2006년 현재 전국 8456가구에서 오리 938만 6190마리가

사육되고 있다.

대한양계협회에 따르면 전국에 닭은 2005년 기준 13만 9440가구에서 1억 4934만

4994마리를 사육하고 있다. 2005년 6월 기준으로 10마리 이하를 키우는 가구는 22.6%, 10~30마리는 23.7%, 30~50마리는 33.6%,

50마리 이상은 22.1%다.

10마리 이하의 닭을 키우는 곳이 전체 양계농가의 4분의 1을 차지하고 있지만

정부가 일일이 관리하는 시스템은 없다. 관계당국의 관리 감독에서 사각지대인 셈이다.

정부가 영세, 소규모, 무허가 사육 시설에 대한 방역과 이들 시설의 가금류 이동을

체계적으로 관리하지 못하면 방역 체계에 구멍이 뚫릴 수밖에 없다.

소규모 농장-재래시장 방역 ‘구멍’

AI에 감염된 닭이나 오리를 판매하지 못하도록 검사하고 감시하는 장치가 없다.

AI의 게릴라식 확산을 차단하려면 방역정책부터 바뀌어야 한다. 대규모 농장처럼

소규모 농장과 재래시장에도 조기에 찾아가 수시로 방역하는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

김재홍 교수는 “대규모 농가에서는 AI발병이 요즘 뜸한 편이지만, 소규모 농가나

중간상인들에게 위험요인이 여전히 존재한다”면서 “정부에서 집중관리 기간에 방역을

하고 있지만 소규모 농가나 중간상인들이 AI에 감염된 닭이나 오리를 폐사하고도

신고를 안 하는 경우에는 속수무책”이라고 말했다.

또 AI에 걸린 닭이 시름시름 앓는 것과 달리 AI에 감염됐는지 여부를 알아채기

어려운 오리에 대해서는 ‘도축 전 검사’를 의무화하는 시스템을 도입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인수 공통전염병인 소 브루셀라증 예방을 위해 거래하기 전에 이상이

없음을 확인받아야 하듯 오리에 대해서도 이를 적용해야 한다는 것.

도축 전 검사를 의무화하면 오리를 취급하는 중간상인들의 게릴라식 이동을 막을

수 있고, AI에 감염된 오리가 판매되는 것도 막을 수 있다.

보건소 등에 상담창구 개설

농림부는 올해 국내에서 최초 발생한 지역의 AI바이러스를 미국 질병관리센터(CDC)에

보내 분석 중에 있다고 밝혔다. 충북대 수의대 모인필 교수는 “한국에서는 사람의

감염 위험을 차단하고 동물 접종 실험을 할 수 있는 시설이 없어 미국에 의뢰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우리나라에서 AI의 인체감염 사례는 단 한 건도 없다. 최근 AI의심환자로 격리치료

받았던 조 모 상병은 지난 7일 “AI감염이 아닌 세균성 폐렴”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군 관계자에 따르면 조 상병은 폐렴증상은 사라졌으나 심리적 불안상태 때문에 한

달 정도 더 입원한 후에 부대로 복귀할 예정이다.

질병관리본부는 보건소 등 상담창구를 열어 놓고 AI감염 의심 여부를 관찰중이지만,

아직 격리조치를 하거나 특별 관리를 해야 하는 환자는 없다고 밝혔다.

 

    권병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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