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우병에 뿔난 아이들에게

십대는 이 세상에서 가장 매혹적인 존재다

하하, 기발한 생각이구나. 사탕을 먹어도 화장품을 발라도 광우병에 걸린다니,

미국에서 먹지 않는 소를 하수처리하기 위해 한국을 택했다니….

인류가 광우병에 대해서 아는 것이라고는 밤 창가에 비친 누군가의 실루엣 정도이니까,

너희들이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겠구나.

하지만, 생각의 문이 조금만 열려 있어도 이 생각들이 얼마나 엉뚱한 생각인지

금세 알 수 있을 텐데, 그렇게 화난 표정을 지을 필요가 없는데….

‘장사의 원리’에 따르면 미국이 한국에서 쇠고기의 품질을 인정받는 것이 한

순간 하수처리하는 것보다 오랫동안 훨씬 많은 돈을 벌 수 있지 않을까? 정부 공무원은

국민에게 박수를 받고 싶어 하지, 미국 공무원에게 격려를 받고 싶어 할까? 국제수역사무국(OIE)은

각국 대표가 한 표씩을 행사하는 기구인데 왜 자기나라보다 미국의 이익을 따를까?

허, 그렇다면 너희들의 그 기발한 옥생각은 어디에서 왔을까? 너희들이 말로 표현하지

못하는 응어리에서 오지 않았을까?

그래, 우리 어른들의 책임이다. 너희들은 온갖 규정과 체벌로 묶어두면서 정작

우리를 대표하는 사람들은 지금도 법을 어기면서도 ‘관례’라고 변명해왔구나. 학교의

자유는 늘렸지만 교복, 두발 등 너희들의 굴레에 대해서는 누구도 신경 쓰지 않았구나.

지구촌에서 가장 숨 막히는 교정에 대해 어느 누구도 눈길을 돌리지 않았구나.

그렇다고 산이 강이, 강이 산이 되는 것은 아니다. 옥생각이 진실이 되는 것은

아니란다. 증오에 면죄부가 쥐어지는 것은 아니란다. 너희 이상으로 가슴에 응어리진

사람이, 너희들의 힘이 필요한 사람이 너희의 계산되지 않은 응어리를 이용했을 때

그것은 폭력으로 나타날 수도 있으니까. 실제로 너희들이 인터넷에서 하고 있는 저주와

욕설은 폭력이란다. 무서운 힘이란다.

너희들이 그것을 알 수 없는 것은 너희만의 책임은 아니다. 우리 어른은 너희들에게

무엇이 옳은지는 주입하면서도, 여러 사실 중에서 진실을 가리는 능력, 고갱이와

여줄가리를 가려내는 능력, 서로를 존중하면서 자신의 주장을 펴는 능력을 가르쳐

주지 못했구나.

<리버 보이(River Boy)>를 지은 영국의 소설가 팀 보울러가 “십대는 이

세상에서 가장 매혹적인 존재다. 어른과 아이의 경계선에 있는 그들의 영혼은 가장

약하고 가장 강하며 가장 상처 받기 쉽고 그만큼 상처를 치유하기도 쉽다”고 했었지?

너희들의 영혼은 가장 약하지만, 또 가장 강할 수 있단다. 그 강인함은 몰려다니면서

퍼붓는 폭력이 아니라 한없이 담을 수 있는 열린 사랑에서 온단다.

마침 오늘은 어버이날이구나. 너희들의 옥생각에 옥생각으로 맞서는 ‘작은 어른들’을

대신해 사랑을 가르쳐주고 싶구나.

아들아 너에게 狂信(광신)을 가르치기 위한 것이 아니다
사랑을 알 때까지 자라라
人類(인류)의 종언의 날에
너의 술을 다 마시고 난 날에
美大陸(미대륙)에서 石油(석유)가 고갈되는 날에
그렇게 먼 날까지 가기 전에 너의 가슴에
새겨둘 말을 너는 都市의 疲勞(피로)에서
배울 거다
이 단단한 고요함을 배울 거다
복사씨가 사랑으로 만들어진 것이 아닌가 하고
의심할 거다!
복사씨와 살구씨가
한번은 이렇게
사랑에 미쳐 날뛸 날이 올 거다!
그리고 그것은 아버지같은 잘못된 시간의
그릇된 瞑想(명상)이 아닐 거다

(김수영의 <사랑의 변주곡> 중에서)

※이 칼럼은 한국일보 5월 8일자 ‘삶과 문화’에 게재됐던 것입니다.

 

    이성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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