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다리 짧으면 치매에 취약?

생후 2년간 영양결핍, 노후 유병률 높여

팔, 다리가 짧은 사람이 긴 사람보다 치매에 걸릴 가능성이 높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미국 매사추세츠주 터프츠대학교 티나 황 박사팀은 심장혈관건강인식조사(Cardiovascular Health Cognition Study)의 일환으로 72세 이상 백인 2798명에 대해 약 5년 동안 팔, 다리 길이와 치매 가능성에 대해 분석한 결과, 어렸을 때 영양분을 충분히 섭취하지 못해 팔, 다리가 짧은 사람일수록 나이가 들어서 치매에 걸릴 가능성이 높게 나왔다고 6일 미국 신경과학회에서 발행하는 ‘신경학지(Neurology)’ 별도판을 통해 밝혔다.

황 박사는 “이번 연구 결과는 한국인을 대상으로 한 기존 연구에서 팔 길이가 짧을수록 치매 위험이 더 커진다는 결과가 나온 것과 일치한다”고 밝혔다. 이에 앞서 전북대병원 신경과 정슬기 박사팀은 전북 남원시 노암동 지역 65세 이상 노인 235명을 대상으로 팔 길이와 치매의 상관성에 대해 분석한 결과, 팔 길이가 1cm 짧아질 때 치매에 걸릴 가능성이 1.5배 높아진다고 2005년 4월 ‘국제노인의학저널(International Journal of Geriatric Psychiatry) ’에 발표했다.

한국인

대상 연구서도 같은 결과

황 박사는 “생후 2년 동안 아이를 둘러싼 환경과 충분한 영양분 섭취는 팔, 다리 성장에 큰 영향을 끼치며 이 중 특히 생후 1년 동안의 환경은 미래의 치매 위험을 결정하는 데 큰 역할을 한다”며 어릴 적 환경과 영양섭취의 중요성에 대해 설명했다.

그는 어릴 때 삶의 환경이 나이가 든 후의 유병률에 큰 영향을 끼친다는 기존연구 결과를 토대로 짧은 팔, 다리 길이와 치매 위험성 사이의 밀접한 관계 역시 어린 시절 부족한 영양 섭취 때문일 것이라고 추정했다.

미국 과학전문 일간지 사이언스 데일리, 시사주간지 유에스 뉴스 앤 월드 리포트 온라인 판 등의 보도에 따르면, 황 박사팀 연구에서 여성은 팔 길이가 1인치(2.54cm) 더 길면 치매에 걸릴 가능성이 7%, 다리 길이가 1인치 더 길면 치매에 걸릴 가능성이 16%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적으로는 팔, 다리가 짧은 여성들이 그렇지 않은 여성에 비해 치매 가능성이 1.5배 높게 나왔다.

남성 연구대상자는 팔 길이에서만 차이를 보였는데 팔 길이가 1인치 증가할수록 치매에 걸릴 가능성이 6%씩 낮아졌다. 연구 대상자 중 480명이 치매에 걸렸는데 여러 치매의 종류 중 특히 알츠하이머 치매에서 팔, 다리 길이와 치매와의 관계가 잘 나타났다.

연구진은 양 손의 손가락 끝에서 끝을 ‘팔 길이’ 기준으로, 발끝에서 무릎 위까지의 거리를 ‘다리 길이’의 기준으로 잡아 분석했다.

장신가계

등 유전적 요인 반영안해

전북대병원 신경과 정슬기 박사팀은 ‘팔 길이가 기억력과 인지력을 나타내는 척도가 될 수 있는가?’라는 제목의 논문을 통해 인지능력 검사도구인 KmMMSE(Korean version of modified Mini-Mental State Examination)를 사용해 팔 길이와 인지력과의 관계가 1점 만점에 0.48이라는 매우 높은 상관관계가 있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이 연구에서는 팔 길이가 1cm 짧아질 때 치매에 걸릴 가능성이 1.5배 높아지고 ‘높은 교육수준’이라는 변수를 적용해도 치매에 걸릴 가능성이 1.2배 높게 나타났다.

연구진은 또 어렸을 때의 영양 상태가 치매 발생과 연관성이 있는 만큼 어렸을 때 충분한 영양분을 섭취하며 성장하면 키도 크고 팔도 길어지며 결국 치매에 걸릴 가능성도 낮다고 설명했다.

정 박사는 6일 “우리 연구는 지역적 연구에 그쳤지만 황 박사팀 연구는 그 범위를 넓힌 것 같다”며 “팔, 다리 길이나 키에 유전적인 요인이 작용하는 것은 분명하지만 내 연구에서는 유전적인 변이를 제외했고, 황 박사팀 연구 또한 그럴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그는 노인을 대상으로 연구를 했기 때문에 척추가 휘거나 골다공증 등의 변수 역시 작용해 연구의 정확성을 보장하지는 못한다고 덧붙였다.

    권병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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