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우병 파동에 설렁탕집 울상

미국 소 수입 않는데도 피자-라면 등에도 불똥

광우병 파동이 엉뚱한 곳으로 불똥이 튀고 있다.

아직 미국산 쇠고기가 수입되지도 않았는데 설렁탕 가게의 매출이 뚝 떨어졌다.

일부 소비자들은 쇠고기 성분이 들어가는 피자와 라면도 꺼리고 있다. 광우병과 관련한

각종 소문이 신문 방송과 온라인을 도배하면서 아직 어떤 위험요소도 밝혀지지 않은

설렁탕, 도가니탕 등의 매출이 떨어지고 있는 것.

설렁탕 가게 20~30% ‘뚝’

설렁탕 가게들은 5월 들어 광우병 논란이 폭발하면서 손님이 20~30% 떨어졌다.

경기 성남시 분당구 정자동 신선설농탕의 김혜선 씨는 “광우병 방송이 나간 이후로

손님이 3분의 1정도 줄었다”면서 “테이블마다 우리 설렁탕은 호주산 사골로 만든다는

내용을 써 붙여 놓았다”고 말했다.

이문설렁탕(서울 종로구 공평동) 측은 “날씨가 따뜻해지면서 탕을 찾는 사람이

줄어들기도 했지만 광우병 관련해서 탕 종류가 특히 더 위험하다는 보도가 나가면서

갈비탕, 설렁탕, 도가니탕을 찾는 사람이 거의 없다”며 “실제로 탕 종류에서만

전보다 매출이 20%정도 줄어들었다”고 말했다.

서울 마포구 용강동 마포옥을 비롯한 다른 설렁탕집도 마찬가지이며 특히 서울

금천구 가산동의 봉희설렁탕 주인은 체인 가게를 낸지 보름 만에 광우병 파동을 접하고

조마조마하다.

“손님들이 식사하면서 이거 미국산 소뼈로 국물 낸 것은 아니냐는 식의 질문들을

많이 해요. 가슴이 철렁 내려앉아요. 장사에 큰 지장이 없겠지요?”

“쇠고기는 위험물질?”

3일 오후 서울 양천구 목동 C종합학원 강의실. 영어강사 정은경 씨(29)가 중간고사를

마친 중학생들에게 “수고했다”며 피자를 사주겠다고 하자 한 학생이 “불고기 피자는

빼고요!”라고 소리쳤다. 나머지 학생들도 “쇠고기가 들어간 피자는 시키지 말자”고

거들었다.

정 씨는 “청소년들이 광우병 토론이나 시위에 참여하는 등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면서 “상당수는 쇠고기 자체를 위험한 음식으로 여기는 듯했다”고 말했다.

서울 동작구 사당동에 사는 주부 김 모(30) 씨는 “할인점에서 라면을 사려다

문득 광우병 생각이 나서 바로 내려놓았다”면서 “요즘엔 무엇을 먹더라도 불안한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대학생 김 모(26.경기 용인시 보정동) 씨는 “한우도 안전하지 않다고 하니 원산지

표시도 아무런 의미가 없는 것 같다”면서 “무엇을 먹어도 안전하지 않다는 생각을

하니 답답하고 두려운 마음만 든다”고 말했다.

현재까지는 미국 소가 수입되지도 않았고, 설렁탕과 갈비탕은 특정위험물질(SRM)을

제거한 뼈로 만드는데 이들 음식을 먹지 않는 것은 ‘막연한 공포감’ 때문이다.

이는 광우병 논란이 진행되면서 온갖 소문이 진실로 포장되면서 생긴 현상이다.

현재 인터넷에는 쇠고기를 먹지 않더라도 소 성분이 들어있는 젤라틴으로 만든

젤리나 약을 먹거나, 쇠고기가 첨가된 라면수프, 조미료 같은 가공품을 섭취해도

인간광우병(vCJD)에 걸릴 수 있다는 근거 없는 소문들이 난무하고 있다.

대한의사협회 양기화 연구조정실장은 “사람과 소 사이에서는 ‘종간 장벽’이

존재하므로 광우병이 사람에게 감염되는 것은 경로와 프리온의 양에서 다르다”며

“극미량이라도 전염된다고 주장하는 것은 억측일 뿐”이라고 말했다.

사람 사이에서도 에이즈나 간염은 침을 통해서는 전염되지 않고 혈액을 통해서

전염되는데, 침에 질병 바이러스가 전혀 없기 때문이 아니라 일정량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종이 다른 동물에게로 질병이 전염될 때에는 훨씬 많은 양의 질병매개물이

훨씬 직접적인 경로로 전달되는 것이 상식이라는 것이다.

“왜 안 먹나, 이 좋은 걸…”

‘광우병 논란’이 지나치다고 지적하는 목소리도 있다.

서울 강남구 서초동에 사는 회사원 조 모(56) 씨는 “광우병에 걸릴 확률은 엄청나게

낮다고 하는데 왜 이렇게 호들갑인지 모르겠다”면서 “불에 구운 고기의 탄 부분을

먹는다거나 담배를 피우는 것처럼 당장 우리 건강에 악영향을 주는 것에는 무신경하면서

걸릴 위험이 극히 낮은 광우병에만 이렇게 핏대를 세우는 것은 모순이다”고 말했다.

또 회사원 이기원 씨(51. 서울 송파구 천호동)는 “미국 여행을 하면서 우리 국민들도

이렇게 값싸고 맛있는 쇠고기를 먹을 수 있으면 얼마나 좋겠느냐고 생각한 적이 있다”면서

“현재 광우병 위험에 대해 전혀 드러난 게 없는데도 이렇게 극렬 반대하는 이유를

도무지 알 수가 없다”고 말했다.

학계에서는 정부가 쇠고기 협상에서 미국에서 광우병이 발병해도 즉각 대처를

못하게 한 것 등은 비난받을 만하지만 그것과 현재 미국이 광우병 위험지대라는 것은

전혀 다른 차원이라는 주장이 많다. 현재 미국은 OIE로부터 광우병 통제 가능국가로

인증 받았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는 것.

서울대 수의대 우희종 교수는 “아직 정확한 위험은 드러난 것이 없는데도 미국

소나 한우를 먹으면 언젠가 광우병에 걸린다고 주장하는 것은 무책임한 선동”이라고

강조했다.

 

    조경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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