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은 광우병 천국?

전문가… “조심해야지만 과장은 곤란”

“미국에서 59만 명이 인간광우병에 걸린 것으로 추정되고,

자기네 고기를 먹는 것이 두려워 호주산을 수입하고 있다. 미국에서는 쇠고기를 애완동물

사료로도 금지하고 있다…”

보건복지가족부,

농림수산식품부 등 정부의 관계부처가 지난 2일 긴급기자회견을 열고 광우병의 위험에

관한 각종 소문에 대해 해명을 시도했지만 오히려 불 난 데 기름을 붓는 격이 되고

말았다. 일부 연예인들이 논란에 가세하면서 ‘MB 탄핵’의 기운이 더 커지고 있다.

서울 청계천광장에서는 이틀째 2만여 명이 모여 촛불시위를 벌이고 있다. 네티즌들이

정부의 말은 ‘콩으로 메주를 쑨다고 해도 믿지 않는’ 지경에 이른 것이다.

이처럼 온라인이 ‘소문’으로 데워진 데에는 정부가 미국과 협상 과정에서 자유무역협상(FTA)

반대론자들을 달래기 위해 우리 쪽의 설익은 협상 카드를 수시로 공개해 스스로 불신을

초래한 측면이 크다. 또 인터넷을 통한 네티즌들의 정당한 문제 제기에 귀를 닫아

온갖 소문이 증폭되는 빌미를 제공했다.

그러나 코메디닷컴의 취재 결과, 현재 전개되고 있는 광우병 논란은 정상궤도를

벗어났고, 소문도 대부분 오해에서 비롯됐다는 것이 상당수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급기야 대한의사협회에서도 이 불을 끄려고 나섰다.

서울대의대 신경과 김상윤 교수, 성균관대 의대 신경과 나덕렬 교수와 사회의학과

정해관 교수, 한림대 의대 정병훈 교수, 대한의사협회 양기화 연구조정실장, 국민건강을

위한 수의사연대 박상표 정책국장 등의 의견을 종합해서 광우병과 관련한 궁금증

10가지를 풀어본다.

 

① 미국은 ‘광우병 천국’인가?

네티즌들에 따르면 미국은 ‘광우병 천국’이다. 태반이 “미국인들은 광우병이

두려워 호주산 쇠고기를 먹고, 미국인들이 버리는 것을 한국에 수출한다”고 믿는다.

그러나 미국에 사는 우리 교포들은 이런 얘기에 고개를 갸우뚱했다. 미국 메릴랜드

엘리콧시티의 김 모씨(52)는 “이번 주에도 가족과 두 번 쇠고기 외식을 했다”며

“미국산 쇠고기가 안전하다고 믿고 맛을 즐기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많은 교포들은 한국 정치인들이 미국에서 쇠고기 파티를 하고 귀국해서

미국산 쇠고기를 광우병 쇠고기로 매도하는 데 격분하고 있다”고 전했다.

② 미국에서는 광우병과 인간 광우병이 얼마나 발생했나?

공식적으로 미국은 지금까지 광우병과 인간광우병이 3건씩 발생했다. 광우병은

2003년 12월, 2005년 6월, 2006년 3월 모두 세 건 발생했다. 정부는 “2003년은 캐나다에서

수입한 소에서 발병했고 2005년, 2006년에 발병한 소는 미국이 소에게 반추동물의

육골분 사료를 먹이지 않는 조치를 취한 1997년 8월 이전에 태어났다”고 국민을

달랬다.

그러나 국민건강을 위한 수의사연대 박상표 정책국장은 “2006년 광우병 소는

사진을 봐서 30개월 미만의 어린소로 의심된다”고 주장했다. 또 광우병 소가 광우병

대책 시행 이전에 태어났어도 이후에 다른 이유로 감염될 수 있으므로 미국의 광우병

정책이 성공적이라고 말할 수 없다는 주장도 있다.

박 국장은 “광우병의 잠복 기간은 10∼30년이고, 2003년 12월 광우병이 미국에서

처음 발견됐다는 점을 감안하면 2010년 이후에야 광우병의 위험이 검증될 수 있다”며

미국이 광우병의 ‘안전 국가’가 아니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정부는 만약의 가능성을 내세워 위험을 얘기하는 것은 공포심을 유발하는

무책임한 행위라고 맞서고 있다. ‘만약의 가능성’만 따지면 어떤 음식도 안전할

수 없다는 논리다.

 한편 인간광우병의 경우, 미국에서는 3명이 발병했지만 2명은 영국에서

10년 이상 살다가 왔으므로 영국에서 감염됐을 가능성이 크고, 1명은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살다가 왔다.

③ 미국 축사에는 광우병 소가 있다던데?

MBC PD수첩은 미국의 한 축사에서 소를 잔인하게 다루는 장면을 보여주고 관련

회사가 6만 4000t의 쇠고기를 리콜한 것을 언급한 뒤 광우병과의 연관성을 주장했다.

그러나 대다수 전문가들은 웨스트랜드 홀마크 미트 사가 쇠고기를 리콜했다고

광우병과 연관시키는 것은 논리적 비약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당시 리콜 서류 어디에도

광우병에 대한 언급은 없다.(http://blog.kormedi.com/kangkw0 참고)

이 비디오를 퍼뜨린 동물보호단체 휴메인 소사이어티는 비디오를 찍고 4개월이나

늦게 이 사실을 공개한 데 대해 미국 사회의 비판을 받기도 했다.  
(www.cnn.com/2008/US/02/21/beef.recall.video/index.html

참고)

일부 전문가들은 미국이 광우병 위험지역이라면 3마리밖에 발병하지 않은 것이

설명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건강권 실현을 위한 보건의료단체연합(보건연합)은

정부의 담화문 발표 후 성명을 내고 “미국에서 광우병 발생 건수가 적은 것은 검역체계의

문제를 드러내는 것일 뿐 광우병이 적은 것을 증명할 수 있는 근거가 아니다”고

반박했다.

이에 대해 정부는 “미국은 2007년 국제수역사무국(OIE)으로부터 ‘광우병 통제국가’로

지정된 나라”라며 “OIE가 까다로운 심사과정을 거쳐 지정한 것을 자신의 주장을

내세우기 위해 무시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설명했다.

④ 애완견, 고양이에게도 안 먹이는 쇠고기를 한국에 수출한다?

인터넷에는 “미국에서는 내년부터 30개월 이상 된 쇠고기를 강아지나 고양이

사료로 쓰지 못 하게 했지만 한국에서는 이것을 사람이 먹는다고 로이터가 보도했다”며 로이터

통신의 기사가 유포되고 있다.

그러나 로이터 통신 기사는 미국이 광우병 전파를 막기 위해 30개월 이상 된 소의

뇌나 척수를 재료로 만든 사료를 소뿐만 아니라 모든 동물에게 먹이지 못하게 하는

등 강화된 동물성 사료금지 조치를 내년부터 시행한다고 공표했다는 것이다.

 정부는 기자회견에서 쇠고기 협상과정 중 우리의 요청에 미국이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미국이 30개월 미만의 수입 연령제한을 풀 것을 요구했을 때 ‘동물사료

금지조처 강화안’을 공포해야 응할 수 있다고 맞섰다는 것. 이 강화안은 만약 광우병에

걸린 소로 만든 사료를 애완동물이 먹었다가, 이 애완동물의 사료를 다시 소가 먹어서

광우병이 전염되는 ‘교차감염’을 막기 위한 장치다. 지금까지는 되새김 동물의

육골분 사료만 소에게 먹이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⑤ 한국인은 광우병 유전자에 취약한가?

한림대 의대 김용선 학장은 2004년 논문을 통해 한국인의 유전자 구조가 광우병에

취약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의학계에서는 그렇다고 한국인이 광우병에 잘 걸린다고

주장하는 것은 논리적 비약이라는 주장이 대세다.

의학적 상식으로는 유전자 하나가 병의 발병 여부를 좌우하는 것은 거의 없으며,

만약 유전자 1개가 발병을 결정한다면 지구상의 대부분의 질병들이 정복됐을 것이다.

 대한의사협회 양기화 연구조정실장은 “사람과 소 사이에서는 ‘종간 장벽’이

존재하므로 광우병이 사람에게 감염되는 것은 경로와 프리온의 양에서 다르다”고

주장했다. 양 실장은 “세계 전염병 연구 및 대책의 중심지인 미국 질병관리센터(CDC)의

 빌레이 박사가 공중보건 연례보고에서 유전자 하나로 광우병 발병 가능성을

단정짓는 것은 비합리적이라고 결론내린 바 있다”고 소개했다.

⑥ 한국에도 vCJD 환자가 있었다는데?

2001년 서울대병원에 입원한 30대 남성의 인간광우병 여부를 놓고 나라가 들끓은

적이 있다. 그러나 이 환자는 인간광우병, 즉 변형 크로이츠펠트 야콥병(vCJD)이

의심됐지만, 유족이 부검을 반대했기 때문에 인간광우병 환자로 확진되지 않았다.

인간광우병이 발병하려면 이에 앞서 소의 광우병이 유행해야 하지만 한국에서는 1건도

없었다.

또 소가 광우병에 걸리는 것은 초식동물에게 육식동물로 만든 사료를 먹여 자연의

섭리를 반했기 때문인데 우리나라에서도 소가 잔반이나 동물사료를 먹으므로 안전하지

않다는 주장도 있다. 영국에서 광우병이 유행한 것은 소에게 스크래피병에 걸린 양으로

만든 사료를 먹였기 때문이다.

현재까지는 주로 육골분 사료(뼈를 갈아 만든 사료)가 주범인 것으로 밝혀져 있으며

한우에게도 이 사료를 먹이는 것이 금지돼 있다. 한국은 아직 OIE로부터 광우병 통제

국가로 인증을 받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정부는 “아직 OIE가 요구하는 도축 소의

수를 채우지 못했기 때문이지, 한국이 광우병에 취약한 국가라는 뜻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⑦ 인간 광우병은 치료가 불가능한가?

광우병은 동물에게서 자연스럽게 존재하는 단백질 프리온이 변형돼 생기는 병으로

추정된다. 과학자들은 광우병의 정확한 발병 메커니즘을 아직 모르고 있다. 광우병은

잘 모르는 병이기 때문에 공포심을 준다.

 광우병은 또 실체가 드러난 지 20년밖에 지나지 않았다. 그러나 미국을

비롯한 선진국에서는 유전자 요법, 특정 효소로 광우병을 제압하는 방법을 찾고 있다.

언제 치료제가 나올지 오리무중이며 현재로서는 인간광우병에 걸리면 치료할 방법은

없다.

⑧ 쇠고기 협상은 ‘굴욕 협상’이었나?

지난달 18일 타결된 쇠고기 수입 협상안에 따르면 광우병 특정위험 물질(SRM)

7개 부위를 제외한 모든 부위를 수입키로 했다. ‘뼈를 포함한’ 미국산 쇠고기의

수입이 가능해졌다. 연령제한도 해제됐는데 미국이 ‘동물사료 금지조처 강화안’을

공포하기만 하면 ‘30개월 미만’의 연령제한을 풀도록 했다. 도축장 승인권을 미국에

넘겨준 데 대해서도 문제를 삼고 있다.

 ‘대폭 양보’ ‘굴욕 협상’이라는 말이 나올 만할 정도다. 그러나 이전의

협상에서는 미국에서 광우병 소가 나타나는 등 ‘우리 쪽 카드’가 많았지만, 이번

협상 때에는 지난해 미국이 OIE로부터 광우병 통제 국가의 지위를 얻는 등 ‘미국

카드’가 많았다는 점을 반영해서 고려해야 한다. 무엇보다 승용차, 휴대전화, 섬유류

등의 시장 확보를 위한 자유무협협정(FTA)의 조급한 통과를 위해 음식시장을 양보한

측면이 강하다.

⑨ 설렁탕, 곰탕, 곱창 등은 여전히 위험하다는데….

미국에서 수입되는 곱창에 SRM의 하나인 소장 끝부분이 들어갈 가능성이 있다.

뼈를 고아 국물을 내는 곰탕이나 설렁탕도 안전성이 100% 확보돼 있지 않다.

이상길 농수산식품부 축산정책단장은 “골수가 감염성이 있다는 연구결과는 실험실

연구이며 사람이 실제 소의 골수를 먹는다고 감염된다는 말은 아니다”고 말했다.

그렇다고 감염되지 않는다고 100% 자신할 수는 없다. 다만 이들 상황은 광우병이

실제로 발생했을 때 그 가능성을 논해야 하며, 광우병이 없다면 이런 위험은 없다.

이종구 질병관리본부장은 “소의 산지를 떠나 뇌나 골수 등은 프리온이 변형될

수 있는 부위이므로 이를 즐기는 식습관은 바꾸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⑩ 이런 논란 속에서도 앞으로 쇠고기를 먹어야 하나?

쇠고기는 비싸서 쉽게 못 먹을 뿐, 맛이나 영양에서 육류 중 최고라는 데 이의를

제기하는 사람이 많지 않다. 쇠고기는 양질의 단백질과 몸에 좋은 콜레스테롤, 철분,

비타민 등의 보고다. 쇠고기를 잘 먹고 즐겁게 생활하는 것이 이를 기피하는 것보다

건강에 훨씬 좋다.

의학적으로 쇠고기를 먹고 광우병에 걸릴 확률은 탄 쇠고기를 먹고 암에 걸릴

확률의 수 만 분의 1도 되지 않는다. 담배를 피워 암에 걸릴 확률에 비해 수 억 분의

1도 되지 않는다.

다만, 미국산 쇠고기가 꺼림칙하다면 정신건강을 위해 한우를 찾으면 된다. 많은

사람들이 “원산지 표시제를 못 믿는다”며 수입을 반대하고 있는데, 요즘 쇠고기를

즐기는 사람은 산지를 명확히 밝히는 식당을 찾는다.

질병관리본부에서 권고한 대로 뇌와 등골 등은 가급적 먹지 않는 것이 좋다.

 

강경훈 기자 kwkang@kor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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