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AI는 변종 바이러스?”

농림부 "아직까지 유전자 변이 발견안돼"

조류

인플루엔자(AI)가 급속히 확산되자 ‘변종 바이러스’가 생겼을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지만 농림수산식품부가 유전자 분석 결과를 발표하지 않아 궁금증을

증폭시키고 있다.

학계에서는 AI가 과거 추운 겨울에 나타난 것과는 달리 올해는 따뜻한 4월에 출현했고,

오리 사육지를 따라 전국으로 빠르게 확산돼 AI바이러스의 변이 가능성을 조심스럽게

제기하고 있다.  ‘AI 변종 바이러스’는 그간 정부가 납득할 만한 설명을 내놓지

못한 시점에서 나온 주장이어서 설득력을 얻고 있다.

대한인수공통전염병학회장을 맡고 있는 성균관대 의대 삼성서울병원 건강의학센터

박승철 교수는 “2002년, 2006년과는 다르게 올해 나타난 AI는 오리 도래지나 사육지를

따라 확산돼 ‘변종바이러스’가 오리에서 발생했을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예부터 오리와 같은 야생조류의 몸 안에는 AI를 발생시키는 바이러스

혈청형인 H5와 H7이 있는데 이들은 단지 몸 안에만 있을 땐 어떠한 증상으로도 나타나지

않지만, 닭과 같은 가금류로 전파되면서 유전자의 급격한 변이가 일어나 저병원성

내지 고병원성 바이러스로 나타날 수 있다”고 설명했다.

AI 발생경로 오리사육지와 일치

오리는 AI의 숙주 역할을 하기 때문에 오리가 많이 서식하거나 대규모로 사육한다면

AI의 가능성도 그만큼 커진다. 반면 원래 가지고 있는 H5나 H7은 변이를 일으키기

전 단계라서 고병원성 바이러스로 나타나기 힘들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서 이번에 일어난 AI는 대부분 고병원성 바이러스로 판명되고

있고, 동시에 오리의 대량 사육 지역과 발병 지역이 일치하는 특징을 보인다는 것이다.

박 교수는 이런 근거를 토대로 “이번 AI는 소(小)변이를 일으켰다고 추정할 수

있다”며 “대규모로 오리를 사육한 장소에서 변이를 일으킨 ‘변종 바이러스’가

나타났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4월 발생한 김제의 AI 바이러스 염기서열이 지난해 발병했던 중국 칭하이 계통

바이러스와 100% 일치하지 않았다는 점도 AI 변종 바이러스 발생의 근거로 지적되고

있다.

하지만 변종 바이러스 출현에 대한 정확한 근거는 아직 어디서도 속 시원히 내놓지

못하고 있어 국민들의 의문은 더욱 커지고 있다.

농림부는 AI 변종 바이러스 출현에 대해 공식적으로 부인했다.

농림부 관계자는 “현재 분리된 바이러스에 대한 특성으로 볼 때 중국 칭하이

계통과 일부 동남아 계열의 바이러스가 섞인 변종이라고 단정할 수 없다”며 “이

바이러스에 대한 전체 유전자 염기서열과 병원성을 확인한 후에야 변종 여부를 알

수 있다”고 해명했다.

그는 “현재까지 유전자 분석 결과 변종일 가능성은 거의 없어 보인다”면서도

“현재 확산되는 시점이어서 이 과정에서 변종이 나타날 가능성도 있어 변종 여부를

발표하지 않고 있다”고 해명했다.

변종 바이러스는 왜 위험한가

AI 바이러스는 1996년 중국 광둥 지역에서 유행할 때부터 지금까지 계속 변이를

일으키고 있다. 인플루엔자 바이러스는 특성상 계속 변화하는 특징을 보인다. 조류

인플루엔자 바이러스는 혈구 응집소의 특성에 따라 H1부터 H16까지 16개의 아형(亞形)이

있고 단백질의 특성에 따라 N1부터 N9까지의 아형이 존재한다. 따라서 144가지 경우의

수가 나오고 이는 바이러스에 대항하는 항원 역시 같은 경우의 수만큼 필요하다는

것을 말한다. 만약  이렇게 변형된 바이러스가 전염병으로 성공한다면 그 피해는

크다.

페스트(흑사병)의 예에서 보듯 한 번 발병한 전염병은 회오리바람처럼 나타났다가

없어지고 다시 창궐하는 특징을 보인다. 유럽에서는 페스트가 겨울에 잠복 상태로

있다가 이듬해 봄에 다시 등장하기도 했다. 1349년에는 페스트가 도버 해협을 건너

영국에 상륙했다가 이듬해에는 파리에 다시 등장했다. 결국 전 유럽 인구의 3분의

1이 희생됐다. 변종 바이러스는 강한 전염성을 가질 가능성이 있다.

변종 바이러스로 인해 인간 대 인간을 통한 감염이 이뤄지면 문제는 더 심각해진다.

인간 대 인간의 감염이 가능하다는 것은 원래 숙주에서 나온 바이러스의 변형이 많이

이뤄졌다는 것을 의미하는데 이는 곧 바이러스에 대항하는 항원을 만드는 것 또한

어려워진다는 것이다. 또한 음식이나 조류와 접촉 빈도가 많은 사람이 아닌 사람

대 사람으로 감염되기 때문에 감염의 속도 역시 더 빨라질 수 있다.

한강성심병원 감염내과 우흥정 교수는 “현시점에서 가장 중요한 문제는 이번

AI 바이러스가 인간을 위협할 만한 ‘변종 바이러스’인가 하는 것”이라며 “AI

변종 바이러스가 만약 사람에게 전염되면 고병원성 바이러스 항체가 없는 인간에게는

치명적일 수가 있다”고 설명했다.

우 교수는 “그러나 당장 AI가 사람에게 감염돼 사람과 사람 간 전염되거나 하는

큰 일이 일어날 것처럼 과잉반응하는 것은 오히려 광우병과 더불어 국민적 정서불안을

초래할 수 있다”고 우려를 표시했다.

한편 앞으로의 AI 위험 여부에 대해서 박승철 교수는 “변이가 지속적으로 일어나는

가운데 세 번이나 우리나라에 들어와서 사육하는 사람, 유통업자 등에 노출됐음에도

감염 사례가 극히 드물기 때문에 전염병으로서 AI는 패배한 것”이라고 말했다.

 

권병준 기자 riwoo@kor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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