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막손상 환자 ‘빛’을 보다

美-英연구팀, 유전자 치료로 시력 되살려

유전자를 이용해 선천성 망막질환을 앓고 있는 환자들을 치료해 시력 회복을 돕는 새로운 시술이 미국과 영국에서 각각 성공했다.

미국 펜실베이니아 대학 앨버트 매구어 박사팀을 주축으로 한 국제연구팀은 필라델피아 아동병원에서 지난해 10월부터 지난 1월까지 3명의 ‘레베르 선천성 흑암시(LCA, Leber Congenital Amaurosis)’ 환자에게 RPE65라는 유전자를 망막에 삽입해 관찰한 결과, 환자들의 망막 기능이 개선됐으며 3명 중 한 환자는 약간일지라도 시력이 회복되었다고 27일 ‘뉴잉글랜드 저널 오브 메디신(New England Journal of Medicine)’을 통해 밝혔다.

영국 런던대학 안과연구소와 무어필드 안과병원 연구팀이 매구어 박사팀과 같은 방법으로 작년에 3명의 환자에게 RPE65라는 정상적인 유전자를 망막 세포 안에 삽입하는 방법으로 시술을 한 결과, 이 중 한 명에게서 심각한 부작용 없이 뚜렷하게 시각 기능이 회복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 연구결과 역시 같은 날 ‘뉴잉글랜드 저널 오브 메디신’에 게재됐다.

LCA는 ‘RPE65’라고 불리는 유전자가 변이를 일으켜 망막 속 빛 수용체가 손상돼 발생하는 소아 유전자 질환이다. 자라면서 점차 시력이 나빠져 30세쯤 되면 완전히 시력을 잃으며 아직까지 뚜렷한 치료법을 찾지 못했다.

영국 BBC 방송, 일간지 텔레그라프 등의 27일 보도에 따르면, 두 연구진은 눈 망막 아래에 정상적인 ‘RPE65’ 유전자를 주입하여 변이를 일으킨 이상 유전자와 대체하는 방법을 사용했다. 그 결과 상태가 악화되는 것을 막을 뿐만 아니라 시각 능력이 회복되는 등의 효과가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

영국의 실험에서 효과를 본 환자 스티븐 호워스(18)는 BBC와의 인터뷰에서 “나의 삶에 커다란 변화였으며 자신감을 찾는 데 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무어필드 안과병원의 제임스 베인브리지 박사는 “유전자를 이용한 이번 치료 결과 환자의 인생이 완전히 달라졌다”고 놀라움을 표하면서 “특정 유전질환 치료에 유전자가 이용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고 말했다.

매구어 박사는 “이번 시술은 짧은 시간동안 부작용이 거의 나타나지 않은 점에서 의미가 있으며 유전자를 이용한 치료라는 점에서 앞으로 다른 부분의 질환에도 이용될 수 있는 기초를 마련했다는 데 의의가 있다”고 말했다.

인천 한길 안과병원의 박영숙 진료과장은 “이 질환은 어머니 유전자를 통해서 유전되는 병이고 안과에서 다루는 면도 있지만 신경학과 동시에 연구가 되는 부분”이라면서 “국내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질환이 아니기 때문에 이 부분의 전문가를 찾기는 힘들다”고 어려움을 밝혔다. 미국에는 약 2000여명이 이 질환을 앓고 있다고 알려져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정확한 통계가 없으며 임상 양상에 대한 연구만 이뤄져 왔다.

 

    권병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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