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망막 실용화 걸음마 단계”

‘인공 눈’ 5~10년 지나야 물체 인식

인공망막을 통해 앞 못 보는 환자의 눈을 뜨게 했다는 해외 연구자들의 성공적 결과가 앞 다투어 발표되고 있다. 인공망막은 약 10년 전부터 개발돼 사용이 되고 있는 기술이다.

21일 영국 런던 무어필드 안과병원 연구진이 ‘영국에서 최초’로 망막색소상피 변성증으로 눈의 망막 기능이 손상된 50대 남성 환자 2명에게 ‘인공 눈’을 만들어주는 데 성공했다고 영국 BBC 방송, 타임즈, 가디언 등의 온라인 판이 일제히 보도했다.

또한 지난 2월 19일 스위스 제네바대학 병원 안과과장인 아비노암 사프란 박사팀이 스위스를 포함해 ‘유럽에서 최초’로 시각장애인 환자를 대상으로 인공망막 시술을 성공적으로 마쳤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세계에서 10번째 이뤄진 연구였다.

이에 앞서 2007년 2월에도 미국 남캘리포니아대의 마크 휴메이언 박사의 인공망막 시술 사례가 발표돼 세계의 이목을 끌기도 했다.

그동안의 연구가 어느 나라 어느 지역의 ‘최초’라는 것을 강조한 것과는 달리 실용성에서는 아직 ‘획기적이다’, ‘대단하다’라고 말할 지점까지 도달하지 못했다는 것이 국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서울대병원 안과 정흠 교수는 “인공망막에 관한 여러 연구결과가 세계 곳곳에서 발표되고 있지만 국내 언론은 물론이고 세계 각국의 언론에서 보도한 것 같이 시각장애인이 앞을 볼 수 있다고 말하기에는 아직 이르다”고 평가했다.

연세대 신촌 세브란스 안과 권오웅 교수는 망막세포상피증으로 맹인이 된 가수 스티비 원더가 2006년 망막에 컴퓨터칩 이식술을 받아 세간의 화제가 됐지만, 정작 자신은 빛의 형태만 인지할 뿐 보이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고 말한 사례를 들며 “그때보다 시력회복의 기술이 더 발전되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일부에서 인지하고 있는 것처럼 인공망막으로 심봉사가 눈을 뜬다는 식의 표현은 과장된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에도 인공망막 이식 기술이 있다. 전문의들은 인공망막은 고난도의 기술을 필요로 하는 것이 아니며 다만 환자가 인공망막으로 형체를 인식했을 때의 화질이 얼마만큼 향상되었느냐를 중심으로 연구 성과를 평가한다.

망막은 카메라의 필름에 해당하는 부분으로, 광학적 정보를 전기적 신호로 변환하여 시신경을 자극하는 역할을 한다. 인공망막은 제 기능을 하지 못하는 부분을 고밀도의 작은 칩(VLSI)을 이용해 망막 기능을 회복시키는 원리로 미국 세컨드 사이트(US firm Second Sight)社가 개발했다.

영국 연구진이 시술에 성공한 인공망막의 원리를 살펴보면, 안경 양쪽에 초소형 카메라가 장착돼 있어 카메라에 들어온 영상을 전기신호로 바꾼 후, 허리벨트 쪽 프로세서를 통해 망막에 심어놓은 수신기와 전극판으로 전달한다. 전극판이 영상신호를 해독해 망막의 시신경으로 보내고, 뇌는 전극이 받는 자극으로 흑백의 점 모양을 인식한다.

세컨드 사이트 사가 개발한 인공망막은 원래 전극판이 16개의 전극으로 구성되어 있었지만, 이번 영국의 시술에선 전극을 60개로 늘려 좀더 선명한 영상이 만들어지도록 했다는 것.

연구진은 “인공눈을 시술받은 두 환자에게 이 치료가 얼마만큼 도움이 될지 모르지만 흑백으로 나타나는 형상과 움직임을 인지할 수는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권오웅 교수는 “인공망막 시술 이후 시력회복이 잘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것이 현 시점의 한계”라며 “TV에 고화질과 저화질이 있듯이 인공망막에 장착되는 칩의 화질이 현재는 저화질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망막에는 간상체와 추상체 등의 수용기와 뉴런(신경세포)이 있다. 눈 한쪽 당 약 600만개의 추상체와 1억2000만 개의 간상체가 존재하며, 뉴런은 100만 개 정도가 있다. 이에 따라 망막에서는 1억2천600만 개의 수용기로부터 신경절 세포에 이르기까지 엄청난 시각의 압축이 일어난다. 이번 영국 시술 사례에서처럼 인공망막에서 형성된 320~480개는 진짜 눈 수용기의 일부분에 불과하다.

따라서 인공망막의 칩 기능을 고화질로 바꿀 때라야 획기적이고 세간을 흔들만한 ‘최초’의 뉴스가 될 수 있을 것이란 설명이다.

시력 회복을 위한 의학 과학기술은 더욱 발전할 것이다. 인공망막이 그 선두지점에서 고무적일 만한 성과를 거두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앞을 못 보는 ‘심봉사’가 당장에 눈뜰 일은 없다.

전문가들은 맹인이 정상인처럼 모든 것을 볼 수 있게 되지는 않더라도 향후 5~10년 안이면 빛과 어둠을 구별하고 물체의 윤곽만 인식할 수 있는 것에서 나아가 고화질의 감응을 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정은지 기자 jej@kor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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