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를 살아도”100세 수술시대

‘고령 수술’ 급증, 삶의 질-생존율 높여줘

올해로 99세 된 김만담(서울 강남구 논현동) 할머니는 지난달 15일 엉덩이관절에

인공관절을 삽입하는 수술을 받았다. 지난 2월, 방 문턱에 걸려 엉덩방아를 찧어

오른쪽 넓적다리뼈가 부러졌던 것.

사고 이후 동네 정형외과를 찾아갔지만 나이가 많다는 이유로 치료를 거부당했다.

김 할머니는 매일 걷기운동을 하는 등 동네에서 건강하기로 소문이 났지만 이날 사고

때문에 한 달 동안 자리에 누운 채 생활해야만 했다. 김 할머니의 수술을 집도한

연세 SK병원 정형외과 홍명표 과장은 “김 할머니는 당뇨, 고혈압 등의 지병이 없어

하반신마취 후 2시간 만에 인공관절 삽입수술을 성공적으로 마쳤다”고 말했다.

고령화 사회에 접어들면서 수술을 받는 노인이 의외로 많아졌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의

2006년 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 60세 이상 환자의 총 수술건수는 42만6199건이다.

이중에서 70~79세가 17만4293건, 80~84세가 3만2252건, 85세 이상이 1만1586건이다.

대한노인병학회 유형준 이사장(한림대병원 내분비내과 교수)은 “노인들이 가장

많이 받는 수술은 백내장 수술과 인공관절 수술”이라면서 “최근 무릎이나 엉덩이

관절수술이 크게 늘고 있다”고 말했다. 그밖에 외과 의사들도 노인 환자의 수술이

점점 증가하고 있다고 밝혔다.

과거엔 젊은 사람이 수술을 받아도 사망률이 높았기 때문에 60~70세 이상 노인에게

수술을 권하는 것은 은연중에 금기시돼 있었다. 노인층 수술 증가는 20년 전만 해도

상상할 수도 없는 일이었다.

 100세 노인 엉덩이관절수술도 성공적

전문가들은 2000년 이후 의료기술이 급속도로 발전하면서 노인들의 수술이 오히려

생존율과 삶의 질을 높여주는 계기가 되고 있다고 입을 모은다. 많은 노인들이 관절,

뇌졸중, 대장암, 백내장 수술을 받고 있다.

유형준 이사장은 “수술을 할 수 있느냐 없느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다”면서 “수술받는

동안 감수해야 할 고통과 수술 후에 얻는 이득을 비교할 줄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 수술이 남은 여생에 얼마나 도움이 될까를 신중하게 생각해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무릎-엉덩이 관절=성균관대 의대 삼성서울병원 정형외과 박윤수 교수는 “최근

4~5년 사이에 인공무릎관절, 인공엉덩이관절 수술을 받는 70대 이상 노인이 10~20%

이상 증가했다”며 “수술 방법이 좋아져 인공관절 수술 후 합병증은 거의 없다”고

잘라 말했다. 그는 “90살 이상, 최고 100살 노인의 인공엉덩이관절 수술도 성공적으로

해본 경험이 있다”고 말했다.

▽뇌졸중=가톨릭대 의대 여의도 성모병원 신경외과 나형균 교수는 “9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65세 이상 뇌졸중 환자는 잘못 건드렸다간 바로 사망할 위험이 높아 수술할

엄두도 내지 못 했다”면서 “요즘 65세 이상 노인들은 건강상태가 좋은 편이라 대부분

수술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는 “동맥경화는 수술을 안 하면 사망위험이 높다”며

“수술을 받으면 재출혈의 위험이 감소해 생명을 연장시킬 수 있다”고 덧붙였다.

▽대장암=성균관대 의대 삼성서울병원 소화기내과 장동경 교수는 “대장암 환자는

하루에도 수차례씩 화장실을 들락거리며 묽은 변, 피가 섞인 변을 보게 된다”면서

“화장실을 오가며 고통 받는 80세 이상 고령환자가 수술을 받거나 보조적인 방법의

스텐트 시술을 받으면 증상이 사라지거나 완화돼 삶의 질이 높아진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과거에는 무조건 복부를 가르는 개심술을 했지만 지금은 복강경 수술이

일반화돼 있고, 수술 후 항암치료 효과가 좋아 환자의 수술 부담도 훨씬 줄어들었다”고

설명했다.

▽백내장=서울대병원 안과 박기호 교수는 “백내장은 90세 이상도 수술이 가능하다”며

“점안 마취로 간단하게 시술하기 때문에 환자의 심적 부담이 적고 합병증이 생기는

사례도 적다”고 말했다.

 심장수술 효과, 노인도 젊은이와 비슷

울산대 의대 서울아산병원 흉부외과 정철현 교수팀은 1990년부터 2008년까지 서울아산병원에서

관상동맥 우회로수술을 받았던 80세 이상의 환자 40명의 진료기록을 분석해 사망률과

합병증 사례를 조사했다.

연구대상자 40명 중 23명은 심폐바이패스 없이 수술을 받았고, 17명은 심폐바이패스를

이용해 수술을 받았다. 심폐바이패스는 수술 중 심장과 폐의 기능을 일시적으로 우회시켜

주는 기계장치이다. 심폐바이패스는 개심술을 안전하고 효율적으로 시행하기 위해

사용한다.

그 결과, 심폐바이패스 없이 수술한 그룹에서 합병증에 걸린 사람은 6명이었고,

심폐바이패스를 이용해 수술한 그룹에서는 10명이었다.

전체 40명 중에서 심폐바이패스를 이용해 수술 받은 80세 이상 노인 환자 중 1명만이

사망했으며, 이는 응급환자인 것으로 밝혀졌다.

정 교수는 “이번 조사 결과 80세 이상 환자의 수술 후 경과가 다른 연령대와

비교했을 때 합병증 발병이나 사망률에 있어서 큰 차이가 없다는 것이 밝혀졌다”면서

“예를 들어 고령 환자가 수술을 하지 않았을 때 생존율이 1~2년이라면, 수술 후엔

7~10년까지 증가한다는 보고도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수술이 가능한 환자는

두려워하지 말고 적극적으로 수술을 받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덧붙였다.

 

    조경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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