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뇨기과 환자의 벗’

서울아산병원 황경욱 간호사

“아버지께선 ‘기껏 키워놨더니 평생 환자들 다리나 잡으려하느냐?’며 간호사가

되겠다는 장남을 꾸짖었죠. 아버지 기대처럼 사업을 하거나 회사를 다니는 것은 제

적성에 맞지 않았어요. 일찍부터 결심했던 남자간호사에 대한 꿈을 접을 수는 없었습니다.”

울산대 의대 서울아산병원 황경욱(28) 간호사는 지난해 4월부터 비뇨기과 병동에서

근무하고 있다. 아산병원에는 모두 32명의 남자간호사가 있다. 황 간호사처럼 병동에서

근무하는 간호사는 3명에 불과하다. 응급실 간호사 역시 3명. 나머지 26명은 의국에

소속돼 수술장에서 근무한다.

황 간호사는 2000년도 대학 입시 때부터 화제의 인물이었다. 그는 ‘보수적인

도시’ 대구에 있는 경북대에서 최초로 간호학과에 지원한 남학생이었다. 원서접수를

받던 담당자는 “남학생도 간호학과에 지원이 되나요?”라고 되물었을 정도였다.

“교수님들께서 참 잘해주셨어요. 졸업 이후에도 뜻을 꺾지 말라고 많은 격려를

해주셨지요. 조금씩 늘어나고 있긴 해도 간호사는 금남(禁男)의 직업이잖아요. 그래도

자신이 있었어요. 의무병으로 군 복무를 마치고 2006년 7월 아산병원 심장내과에서

인턴 과정을 거치면서 확신을 갖게 됐어요.”

황 간호사는 3교대로 근무하며 13~15명의 환자들을 돌본다. 비뇨기과 병동에는

주로 전립선암, 신장암, 요도암, 방광암 수술을 받은 환자들이 입원해 있는데 황

간호사는 주로 남자 환자들을 담당한다.

“간혹 여자 환자가 있을 땐 다른 여자간호사들에게 도움을 청해요. 여자 환자에게

소변줄을 넣거나 생식기 근처를 소독을 하는 일이 어려워서가 아니라 환자 입장에선

불편하고 수치스러울 수 있으니까요. 여자간호사는 아무렇지 않게 남자환자를 대하지만,

남자간호사는 이런 부분이 조금 다르죠. 하지만 서운하게 생각하거나 차별이라고

여기지는 않아요. 환자가 편하게 느끼는 것이 최고의 간호가 아닐까요? 병원이나

간호사가 편한대로 환자에게 불편한 간호 서비스를 제공한다면 진정한 간호가 아닙니다.”

황 간호사는 “성격이 꼼꼼하고 부드러워 간호사가 천직”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늘 긴박한 병동에서 동시에 여러 명의 환자들을 간호하는 것이 쉽지만은 않다고 털어놓았다.

“아직도 선후배 간호사로부터 ‘일 흘리지 말라’는 지적을 많이 들어요. 환자들

약 주는 것 놓치고, 검사실로 보내드리는 거 깜빡하고, 수시로 들어오는 지시사항을

메모해두지 않아서 인계에 차질을 생기는 일이 잦아요. 그래도 남자라서 조금 덜

혼나는 것 같긴 한데….”

황 간호사는 환자들의 얘기도 들어주고, 개인마다 좀더 성의껏 간호해주고 싶지만

상황이 여의치 않아 늘 미안하다고 말했다. 그는 병실에서 환자의 임종을 지켜보거나,

퇴원했던 환자의 사망소식을 전해들을 때가 가장 힘들다.

“방금까지 온기가 느껴졌던 분들이 싸늘한 주검으로 변해갈 때 말할 수 없는

두려움이 느껴져요. 그럴 때마다 나이팅게일 선서를 했던 장면을 떠올려요. 제 인생에서

가장 벅차고 감동적인 순간이었죠. 그때를 떠올리면서 초심을 되새깁니다. 그러면

또다시 힘이 솟아나죠. 평생 환자의 따뜻한 손이 되겠다고 맹세했던 그날의 약속을

꼭 지킬 겁니다.”

 

    조경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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