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산부 운전은 위험해요”

팔 다리 저리다 마비증상 올 수도

페달을 밟고 있던 발이 저려오는 듯하더니, 어어어~, 쥐가 났다. 식은땀이 났다. 옆 차선의 승용차들이 슬로비디오처럼 지나가는데 발을 옮기기조차 불가능했다. 승용차는 혼자서 시속 50~60km로 달리는 듯했다. 젖 먹는 힘이란 이런 것을 말하는 걸까? 온힘을 기울여 팔을 옮겨 비상등을 켰다. 이렇게 죽기는 싫어요, 눈물을 뚝뚝 흘리며 다리가 풀리기만을 기도했다. 하늘이 움직였던 것일까? 기적같이 다리에 힘이 실렸다. 차를 멈추고 가족과 119에 전화를 걸었다. 삐뽀삐뽀~.

주부 이원영(30.경기 용인시 기흥구) 씨는 요즘 같은 초여름날씨가 다가오면 월드컵 토고전이 열렸던 2006년 6월, 임신 5개월의 몸으로 운전하다 당한 일이 생각나 가슴이 두근거린다. 현재 이 씨는 둘째 아이를 임신 중이다. 그는 아무리 가까운 거리라도 직접 운전하는 법이 없다. 그는 “임신부가 운전을 하면 도시락을 싸들고 다니면서 말리겠다”고 말했다.

여성 운전자가 증가하면서 차를 직접 운전하는 임산부를 흔치 않게 볼 수 있다. 도로교통안전관리공단 통계에 따르면, 여성 운전면허 소지자는 2006년 말 909만 명으로 계속 증가하는 추세다. 직장여성은 임신 중에도 직접 운전해 출퇴근하는 사례가 많다. 또 2006년의 이 씨처럼 가까운 거리는 운전해서 이동하는 임신부가 적지 않다.

많은 사람들은 임산부가 운전하는 것이 위험하다는 사실을 그저 막연하게 알고 있다. 그러나 이 씨처럼 임부가 운전할 때 저림증상이 나타나면 크고 작은 사고를 유발, 태아와 임부에게 치명적일 수 있다. 임신했을 땐 운전대를 놓는 것이 최선이다.

임신기간엔 혈관 벽이 얇아지면서 혈관 속 혈장성분이 밖으로 빠져나가 조직의 사이에 고이고, 이것이 신경을 누르면 팔, 다리가 저리게 된다. 더러 쥐가 나기도 한다. 임신 초기보다는 임신2기(4~6개월) 이후에 저림증상이나 쥐가 자주 나타난다. 임신기간이 길어질수록 횟수가 늘어난다. 배가 불러올수록 척추의 S자 굴곡이 커지면서 허리신경이 눌릴 가능성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성균관대 의대 삼성서울병원 산부인과 김종화 교수는 “일부 임신부들은 저림증상이 심해지면서 마비증상으로 이어져 일시적으로 걷지 못하는 고통을 호소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임신부에게 나타나는 저림에는 예방책이 없다. 몸 상태와 상관없이 하루에도 여러 번 증상이 나타나기 때문에 예측이 어렵다. 임부에겐 약물치료를 할 수 없어 주물러 주는 것 외에는 마땅한 치료책도 없다. 따라서 갑자기 저리거나 쥐가 나서 대형사고로 이어질 수 있는 일은 하지 않는 것이 상책이다. 승용차 핸들은 잡지 않아야 하고, 수영을 할 때에도 조심해야 한다.

출산 후 산부 역시 운전을 하지 않는 것이 바람직하다. 김 교수는 “산후조리를 충분하게 하지 않은 여성이 직접 운전을 하면 자궁수축을 방해하고 요통과 관절통에 시달릴 가능성이 높아진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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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경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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