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病院폭력 방치했다간 대형참사”

대우병원 난동 계기 대책 필요 제기

경찰이 병원에서 흉기를 들고 소란을 피우던 환자의 허벅지에 실탄을 발사해

제압한 데 대해 일부 방송에서 ‘과잉진압’이라고 보도하자 네티즌들이 들끓고 있다.

경찰에 따르면 6일 오전 경남 거제시 장승포동 대우병원에서 김 모 씨(47)가 병실

유리창을 깨고 면도칼로 자신의 목을 긋는 등 난동을 부렸다. 경찰은 경고를 하고

가스총, 공포탄을 발사했지만 김 씨가 흥분해 흉기를 휘두르며 달려들자 허벅지에

실탄을 쐈다. 방송에서 이를 ‘과잉진압 논란’으로 보도하자, 네티즌들은 누가 봐도

정당한 공무집행에 대해 무조건 비판부터 하고 있다며 발끈, 뉴스 게시판을 비난

글로 도배질하고 있는 것.

우리 네티즌의 초점은 경찰의 정당한 공권력 집행에 모아졌지만, 외국인들은 병원에서

누군가 경찰을 무시하고 난동을 부리는 현실에 더 놀란다.

병원에서 누군가 문제를 일으키면 대구지하철 참사나 씨랜드 참사 이상의 비극이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이를 떠나 병원에서 누군가 의료진에게 폭력을 행사, 다른

환자의 의료행위를 방해한다는 것 자체가 사회 통념으로 용납되지 않고 있다.

한국에서는 병원에서 환자나 ‘처삼촌’이 병의원 관계자에게 폭력을 행사하는

것이 다반사다.

일부 대형병원에서는 의료진 보호 차원에서 응급실에 안전요원을 배치하고 환자들의

의식도 좋아져 폭력이 조금씩 줄어들고 있지만, 중소병원의 응급실은 여전히 무방비

상태다.

전문가들은 병원 폭력의 무감각이 중증에 이르고 있지만, 누구도 조기치료에 나서지

않고 있는 것이 더 문제라고 지적하고 있다. 병의원에서는 ‘쉬쉬’하고 있고, 폭력사건이

생겨 출동한 경찰도 이번 대우병원처럼 계속 난동을 부리지 않으면 ‘당사자 해결’에

맡기고 있는 실정이다.  

외국에서는 병원 난동이 대형 참사로 이어질 뻔한 여러 사례들이 있다.

프랑스에서는 폭탄으로 인한 대형 참사가 벌어질 뻔했다. 2000년 마르세유의

아르장퇴유(Argenteuil) 병원에서 42세의 알코올 중독자가 한밤중에 몸에 폭탄으로

무장한 상태로 환자로 꽉 찬 응급실에 찾아왔다. 이 남성은 자살에 실패한 뒤 병원을

찾았던 것. 응급실의 간호사가 폭탄을 발견하자마자 정신과 간호사에게 연락한 다음

‘만일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응급실의 문을 닫고 다른 의료진이 올 때까지

기다렸다.

이 사건 후 프랑스 보건부는 모두 1억 프랑(2000년 기준. 지금 원화로 약 250억

원)을 걸고 병원 폭력사태에 대한 해결방안을 공모했다. 

외국에서는 병원에서 누군가 난동을 부리면 단호하게 응징한다.

1999년 12월 31일 캐나다의 세인트 마이클 병원 응급실에서 전직 경비원 헨리

마수카(Henry Musuka.26)가 인질극을 벌이다 살해됐다. 그는 응급실 의사에게 천식에

걸린 젖먹이 아들을 당장 치료해달라고 요구했으나, 의사가 기다리라고 하자 모의총을

꺼내 인질극을 벌였다.

우리나라에서는 아직 대형 참사가 일어나지는 않았지만, 병원 폭력이 의료진조차

심각성에 대해 무감각할 정도로 자주 일어나고 있다. 특히 중소병원의 야간 응급실은

화약고(火藥庫)와도 같다. 한 응급실 의사가 경찰서 게시판에 올린 글은 우리 응급실의

현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6월 9일 새벽 1시에 손을 다친 남자환자가 병원을 쑥밭으로 만들고 간 일이

있었습니다. 환자는 올 때부터 다짜고짜 말도 되지 않는 시비를 걸며 응급실에서

당직 근무 중이신 내과 과장님, 방사선과 직원, 구조사 등을 구타했고 응급실에서

치료를 받고 있는 환자들까지도 커다란 위협을 받게 되었습니다. 더욱 놀라운 것은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당직 과장님이 계신 당직실까지 뛰어

들어가려고 하였으며 결국 경찰을 사이에 두고 과장님을 구타하였습니다. 뿐만 아니라

그 난동으로 응급실의 벽과 바닥, 커튼, 냉장고, 출입문 등을 피로 범벅을 하여 그

환자가 나간 뒤에 병원 직원들이 피해를 수습하는 데 상당한 시간을 보내야 했습니다.”(2007년

6월 12일 제천서울병원 오인영)

대형 종합병원이 아니면 안전요원이 거의 없는 한국과 달리, 미국은 응급의료센터가

있는 종합병원이면 청원경찰이나 안전요원들이 전면 배치돼 있다. 국내 대형 종합병원의

안전요원은 외국과 달리 난동을 벌이는 사람을 소극적으로 저지할 뿐이어서 대형사고의

위험이 늘 따라다닌다.

이화여대 목동병원 응급의학과 어은경 교수는 “미국에서는 보호자와 환자가

뒤섞여 있는 국내 응급실과 달리 보호자의 응급실 출입을 철저히 제한하기 때문에

응급실 폭력이 거의 일어나지 않는다”고 소개했다. 응급실에서 마약 환자나 알코올

중독 환자가 의료인에게 폭언이나 폭력을 행사하면 지역경찰과 연계된 안전요원들이

이를 저지한 뒤 나중에 벌금형에 처한다.

국내에서는 의사들이 의대나 수련의 교육 때 폭력에 대처하는 체계적인 방법을 배우지 않은

채 응급실에 투입된다.

병원 폭력에 대해서도 의료법에 가중 처벌할 수 있는 조항이 있지만, 단순 업무

방해나 공무집행 방해로 처리할 뿐이다.

의료전문 신현호 변호사는 “대우병원 폭력사건에서 김 씨가 시너 통에 불을 붙여

화재를 냈다면 언론은 병원폭력에 대한 대응책 부재를 꾸짖고 정부는 대책을 마련하기

위해 부산을 떨었을 것”이라며 “병원은 한 사람이 난동을 부리면 한순간에 엄청난

재앙이 올 수 있기 때문에 범정부 차원에서 병원 폭력에 대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경훈 기자 kwkang@kor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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