걱정·불안 지나치면 진짜 피 마른다

걱정도 팔자라고? 적어도 요즘은 그렇지 않다. 깜짝깜짝 놀랄 일이 끊이지 않아

걱정과 불안 때문에 살 수 없다는 사람이 늘고 있다. 흉악범죄가 잇따르면서 학교에

간 자녀가 조금만 늦어도, 맞벌이하는 배우자와 밤에 전화연락이 끊겨도 걱정이다.

심지어 자녀가 걱정과 불안에 시달려 걱정이다.

최근 걱정과 불안이 ‘피를 말린다’는 사실이 의학적으로 입증됐다. 걱정과 불안이

지속되면 혈액 속에 피떡(혈전·血栓)이 늘어 정말 뻑뻑해지고 건강을 해친다는

것이다.

걱정거리가 많은 시대, 어떻게 피를 말리지 않도록 마음을 진정시키고 건강 걱정

하지 않으며 살 수 있을까.

 

걱정의 쳇바퀴에 빠지면 병

걱정과 불안·공포는 얼핏 많이 다른 것 같지만 정도의 차이일 따름이다.

이런 감정은 대개 인체의 자연스러운 자기보호 반응이다. 사람은 무엇인가 자신에게

해가 되는 요인을 발견하면 간뇌의 청반(靑斑)이라는 곳에서 몸에 경고 사인을 보낸다.

이에 따라 불안과 공포감이 생기면서 자율신경계가 흥분돼 인체가 도망가거나 아니면

싸울 ‘경계태세’에 들어가게 된다.

따라서 적당한 걱정과 불안·겁은 인체의 생존과 건강에 필요하다. 하지만

이런 느낌이 지나치게 잦아지면서 걱정하지 않아도 될 일에 걱정하는 ‘불안의 악순환’에

빠지게 되면 문제다. 또 스트레스와 과로 등으로 ‘불안-경보 시스템’이 고장 나면

위해 요소도 없는데 늘 불안의 쳇바퀴 속에 갇혀 사는 ‘불안장애’가 된다.

 

우울증 등으로 악화될 수 있어

간뇌의 경고 시스템에 문제가 생겨 불안을 달고 다니는 병은 많다.

TV에서 사고 뉴스를 보면 자신도 비슷한 사고를 당할 것 같아 불안해하고 그런

불안 상태가 또 나타날까 걱정하는 ‘범불안장애’, 낯선 사람과 얘기하거나 다른

사람들 앞에서 연설하는 것 등을 두려워하는 ‘사회공포증’, 반복적으로 특정 생각이

떠오르거나 계속 손을 씻는 등 특정 행동을 하는 ‘강박장애’, 최근 가수 김장훈이

앓았다고 소개된 ‘공황장애(갑자기 극심한 불안과 함께 심장이 조이고 식은땀이

나는 등 공황발작이 되풀이되면서 생활에 지장을 받는 장애)’ 등은 모두 걱정과

불안 탓에 생기는 병이다.

어린이는 ‘빨간 마스크’처럼 얘기 속의 실체나 개·거미·어둠

등 특정한 것을 무서워하는 ‘특정공포’, 부모와 떨어지기를 무서워 밤에 오줌을

지리는 ‘분리불안장애’ 등을 보인다.

이렇게 ‘걱정이 걱정’인 병은 일단 생활에 괴로움을 가져다준다. 또 우울증과

망상장애·정신분열병 등으로 악화될 수 있기 때문에 조기 치료가 필요하다.

최근 독일 본대학 연구진이 공황장애 및 사회공포증 환자와 정상인 31쌍의 혈액을

비교 분석한 결과 극심한 불안과 공포는 혈액 속의 피떡을 증가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걱정이 인체의 혈액 흐름을 방해하며, 흡연·과음·과로·스트레스·비만

등 다른 요인과 상승작용을 일으키면 뇌졸중이나 심장병 등을 유발하는 위험요소라는

사실이 입증된 것이다.

 

불안장애엔 복식호흡이나 명상치료

사실 요즘 같은 때에는 아무런 걱정이 없는 게 비정상적일 수 있다. 이런 정도라면

걱정스러운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구체적으로 계획을 세워 예방하는 것이 필요하다.

자녀의 교통사고가 걱정될 때는 등·하굣길의 어느 곳에서 특히 조심하라는

식으로 가르치는 것이다.

많은 불안장애의 경우 걱정거리에 맞서 극복하는 경험만으로도 증세를 누그러뜨릴

수 있다. 사회공포증 때문에 설명회나 회의 자체가 불가능한 사람은 오히려 이런

행사에 자주 참여해야 한다. 행사에 앞서 항불안제와 함께 얼굴이 빨개지고 가슴이

두근거리는 증세를 없애는 ‘베타차단제’를 복용하면 다소 걱정이 줄어들며 자신감이

생긴다. 아이가 사회공포증을 갖고 있다면 교사와 상담해 자주 발표할 기회를 주고

칭찬받도록 도움을 청한다.

범불안장애나 특정공포 등은 약물치료와 인지행동치료·최면요법·집단치료

등을 병행해 고친다. 모든 불안장애는 치료가 이를수록 빨리 장애에서 벗어날 수

있다.

불안장애의 치유에는 복식호흡·명상 등도 도움이 된다. 복식호흡은 가슴과

배를 구분하는 가로막(횡격막)의 아래쪽만 오르락내리락하게 숨쉬는 것이다. 조용한

곳에서 의자나 침대에 앉아 마음을 가라앉히고 배와 가슴에 한 손씩 얹고 가슴은

움직이지 않고 배만 움직이도록 집중하며 숨을 쉰다. 이때 들이쉴 때 속으로 ‘하나’를

세고, 내쉬며 ‘편안하다’고 생각한다. 숨을 들이쉬며 ‘둘’, 내쉬며 ‘편안하다’는

식으로 열까지 하고 열부터 다시 거꾸로 세면서 한다. 익숙해지면 지하철이나 사무실·교실

등에서 되풀이한다.

불안장애가 순환계에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이 밝혀졌으므로 불안이 지속되는 소심한

성격이라면 더욱 운동을 열심히 해야 한다. 술·담배·과식·지방식

등도 피하는 게 좋다.

 

※이 기사는 중앙 SUNDAY 3월 30일자에 게재됐던 것입니다.

    이성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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