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기 걸렸다 싶으면 藥부터 찾나요?

“얼마 전 뉴스를 보니 감기약 때문에 죽은 사람도 있었던 모양인데…. 감기약도

그렇게 위험한 걸까?”

봄의 어귀에서 큰 일교차 탓에 감기에 걸린 이들이 부쩍 늘었다. 가까운 약국을

찾아 귀에 익은 감기약 하나를 사 먹는 경우가 적지 않다. 하지만 컴퓨터 유통업체

M사에 다니는 노모(42)씨는 최근 감기로 회사를 조퇴하면서 이 같은 고민에 휩싸였다.

감기약을 먹고 뇌출혈로 숨진 40대 여성의 유족이 국가와 제약사를 상대로 냈던 손해배상

소송 뉴스를 본 탓이다.

일단 이 소송과 관련한 감기약에 대해서는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당시 숨진

여성이 복용한 약품은 페닐프로판올아민(PPA) 성분이 든 ‘콘택600’이었다. PPA

성분은 코막힘 증상을 위한 감기약에 널리 이용돼 왔으나 미국에서 뇌출혈 등 심각한

부작용이 문제돼 사용이 금지된 후 국내에서도 2004년 8월부터 코리투살시럽·화콜에프캅셀·지미코정

등 PPA 함유 약품 160여 종의 제조와 판매가 중단됐다. 이번 소송에서 대법원 재판부는

감기약과 사망 간의 인과관계는 인정했지만, 정부가 PPA 성분 약의 제조와 판매를

더 일찍 금지하지 않은 것에 대해서는 면죄부를 줬다. 1, 2심의 원고 패소 판결을

확정한 것이다. 어쨌든 PPA성분 감기약은 더 이상 유통되지 않고 있다.

그렇다고 나머지 감기약이 100% 안전하다는 뜻은 아니다. 부작용 없는 약은 없으며

특히 아이들에게는 약을 가리고 또 가려 먹여야 한다. 최근 미국 식품의약국(FDA)에

이어 우리나라 식품의약품안전청도 2세 미만의 아기에겐 꼭 필요한 경우에만 의사의

처방에 따라 감기약을 복용시키라고 권고했다.

 

의사들은 우스갯소리로 “감기는 약을 복용하면 1주일 만에 낫고, 복용하지 않으면

7일 뒤에 낫는다”고 말한다. 견딜 만하면 감기약을 복용하지 않는 것이 상책이란

뜻이다.

성균관대 의대 삼성서울병원 손기호 약제부장은 “감기의 원인 바이러스는 리보바이러스를

비롯해 현재까지 알려진 것만 200여 가지고 이에 대한 특효약도 없다”며 “종합감기약이라고

해서 치료를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손 부장은 “감기에 걸리면 충분히

쉬어야 하고 견디기 괴로울 정도의 증세가 있을 때 해당 증세에 대한 약을 복용하거나

흡입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감기로 열이 나고 두통이 생기면 해열진통제를 복용하는데 아스피린은 위출혈,

아세트아미노펜 성분은 간 독성, 이부프로펜은 혈압 상승 등의 부작용이 있다는 점을

알아둘 필요가 있다. 또 코감기에는 주로 항히스타민제가 처방되는데, 졸음이 오는

부작용이 있을 수 있어 운전하는 사람은 복용을 피해야 한다.

기침약의 항히스타민 및 에페드린 성분은 전립선비대증 환자의 증세를 악화시키므로

오줌발이 약한 남성은 조심해야 한다. 또 코데인 성분은 중독성이 있다. 덱스트로메트로판

성분을 지나치게 많이 섭취하면 눈동자가 풀리고, 사물이 흐릿하게 보이며, 목이

마르고 무엇인가가 목에 걸려 있는 듯한 증상을 겪게 된다. 또 위장 장애, 혈압 상승,

고열 등의 부작용도 있다.

요즘에는 의학계에서도 감기치료를 위해 약물보다 다양한 생활요법과 대체요법에

대한 연구가 줄을 잇고 있다.

과학적으로 효과가 공인된 방법은 가급적 물을 많이 마시라는 것이다. 몸에서

열이 나면 수분이 증발되므로 물을 마시면 탈수 현상을 막을 수 있고 가래를 몸에서

빼주는 역할도 한다.

체코의 브르노 의대 연구진은 올 초 어린이가 감기에 걸렸을 때 식염수로 코를

헹구면 증상이 완화된다는 내용의 논문을 ‘이비인후과 두경부외과학지’에 발표했다.

특히 코감기가 심할 때 약국에서 생리식염수를 사 한쪽 코를 막은 채 다른 코로 들이마신

다음 코 뒤로 넘겨 입으로 내뱉는 것을 되풀이하면 증세가 누그러진다. 가톨릭대

의대 강남성모병원 소아청소년과 이준성 교수는 “초등학교 저학년 이하의 어린이는

식염수를 들이마시는 것이 쉽지 않으므로 콧속에 몇 방울 뿌려주는 것도 좋다”고

권했다.

어린이들은 감기 뒤 중이염이 생기기 쉬운데 코를 막고 귀가 멍멍해질 때까지

코로 숨을 내쉬는 시늉을 하면 예방에 도움이 된다. 이와 함께 양치질을 자주 해

입과 목을 깨끗이 하는 것이 감기 증세 완화에 도움이 된다.

미국 펜실베이니아주립대 연구진은 지난해 12월 감기에 걸린 아이 가운데 자기

전 꿀물을 먹은 아이들이 덱스트로메트로판 성분의 감기약을 복용한 아이들보다 치료

효과가 더 좋았다고 ‘소아청소년의학지’에 발표했다. 또 지난해 ‘랜싯 감염학’에는

허브의 일종인 에키나시아 보충제가 감기 예방과 증세 완화에 도움이 된다는 미국

코네티컷대 연구진의 논문이 소개되기도 했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예부터 감기에 걸리면 닭고기·야채 수프를 비롯한 죽

종류, 생강차나 레몬차 등 차를 마시는 민간요법이 이용돼 왔으며, 이를 입증하는

논문들이 꾸준히 발표되고 있다. 한방에서는 40~42도 정도의 뜨거운 물에 온몸에

땀이 날 정도로 10~20분 발바닥이나 무릎 아래 부위를 담그는 ‘족탕(足湯)’이 감기

증세를 완화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권한다.

그러나 감기 증세가 심해지는데도 생활요법이나 대체요법에만 의지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감기는 중이염·축농증·폐렴 등으로 악화될 수 있는 데다 다른

병을 감기인 줄 오인하고 방치해 악화시킬 수 있다. 따라서 1주 이상 증세가 계속되거나

견디기 힘들다면 의사의 도움을 받는 것이 좋다.

 

※이 기사는 중앙SUNDAY 3월 15일자에 게재됐던 것입니다.

    이성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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