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 해법이 美 대권 좌우”

엉망인 의료시스템이 핵심 이슈

미국 대선이 점입가경으로 흐르고 있다. 지난해 말 영국의 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와

미국의 유력 언론들은 한결같이 이번 대선은 민주당의 잔치가 될 것이며, 힐러리 클린턴의

당선이 유력하다고 예측했다. 그러나 버락 오바마가 기대 이상으로 선전, 힐러리가

중도 포기시기를 저울질해야 할 위기에 몰렸다. 공화당의 존 매케인도 인기가 상승하고

있어 판도는 그야말로 오리무중이다.

이번 선거의 3대 이슈는 △이라크 전쟁 △경제 △의료시스템이다. 특히 ‘이코노미스트’는

미국 유권자들이 결국 표를 찍을 때에는 후보의 의료시스템에 대한 해법이 선택을

결정적으로

 좌우할 것으로 예측했다. CNN 인터넷판은 최근 칼럼에서 “의료보험 문제는 더 이상 당파 싸움에

국한된 문제가 아니다”며 “이해를 달리하는 민주당과 공화당 모두 문제의 심각성을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유권자 최대 관심은 의료

한때 낙마가 예상됐던 힐러리가 4일 ‘미니 슈퍼화요일’의 혈투에서 승리하고

전열을 재정비할 수 있었던 데에는 ‘전국민 의료보험 제도 안’(universal healthcare

plan)의 힘이 컸다. 텍사스 주의 댈러스모닝뉴스는 “힐러리가 의료보험체계를 통째로

바꿔 주리라 믿는다”고 말한 한 시민의 인터뷰를 실었다. 힐러리 지지자들이 그녀에게

마음을 빼앗긴 데에는 의료보험 정책이 한몫하고 있음을 시사하는 기사였다.

뉴욕타임스(NYT), 워싱턴포스트(WP), CNN 등은 “대부분의 미국 국민이 의료보험체계에

문제가 있다고 여긴다”고 진단하고 있다.

CNN이 2007년 6월부터 2008년 1월까지 1~3개월 간격으로 유권자의 대선 관심사항에

대해 여론조사한 결과, 이라크전쟁과 경제 문제에 이어 의료보험이 3위를 차지했다.

그러나 다른 문제와는 달리 의료문제는 해법이 차별성이 큰 데다 실생활과 밀접하기

때문에

선거 막판에 결정적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는 분석이 압도적이다.

현재 미국은 건강관리기구(HMO·Health Management Organization)를 축으로

해서 보험회사와 병원이 연결되고, 수요자는 보험회사에 가입하는 복잡한 의료시스템이

운영되고 있다. 비싼 보험료 때문에 매년 최대 1만8000 명이 보험 혜택을 받지 못한

채 숨져가고 있다. 또 기업들은 직원 보험료가 무역전쟁에서 경쟁력을 갉아먹고 있다고

아우성이다.  

힐러리는 우리나라나 유럽의 의료보험에 가까운 전국민 의료보험의 도입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이는 중산층 살리기, 이라크전 철군과 더불어 힐러리의 3대 정책 중 하나다.

오바마와 공화당의 매케인 후보도 주요 정책으로 의료보험 문제를 거론하고 있다.

의료정책만으로 보면 힐러리가 초기 주도권을 잡았다. AP통신은 지난해 말 힐러리가

추진하는 의료보험제도 개혁안이 여성, 노년층, 중산층 등 다양한 계층에서 인기여서 민주당 예비경선에서 무난히 승리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전국민의료보험” vs “강제

추진은 무리”

힐러리는 1993년 남편 빌 클린턴의 대통령 재임 당시 고용자가 피고용인의

건강보험을 보장하는 등의 내용을 담은 ‘클린턴 건강보험계획’의 입안을 추진했다가

좌초한 쓰라린 경험이 있다. 그러나 그는 멈추지 않고 97년 테드 케네디와 ‘어린이

건강보험 프로그램’을 도입하는 등 의료시스템의 개선에 힘을 쏟아왔다.

현재 힐러리가 추진하는 전국민의료보험제도는 우리나라의 건강보험처럼 전국민이

공공보험에 의무적으로 가입하는 방식은 아니다. 기존의 민영의료보험은 그대로 유지하면서

모든 국민이 각각 민영보험이나 공영보험에 가입하도록 유도하는 것이 골자다.

힐러리가 제시한 전국민의료보험제도의 주요 내용은 △모든 사람이 의료보험에

가입하고 △민영보험과 직장보험 중 선택하며 △고용주는 전 종업원에게 의료보험을

제공하고 △중소기업엔 세금 혜택을 주는 것 등이다.

오바마는 전국민의료보험제도를 지지하지만 힐러리와는 약간 다르다. 국민이 민영보험과

공영보험 중 자유롭게 선택하는 부분은 힐러리와 같지만 의무사항은 아니다.

이를 두고 힐러리는 “오바마의 계획은 1500만 무보험자를 방치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반면 오바마는 “힐러리의 계획은 보험금 지불능력이 없는 사람들까지

강제로 보험에 들게 하는 것”이라고 반박하고 있다.

2월에는 오바마가 “힐러리는 예산 계획도 없이 전국민의료보험제를 도입하려고

한다”고 비판했고, 이에 대해 힐러리는 “우리가 예산방안을 확보한 것을 뻔히 알면서도

표를 얻기 위해 거짓말을 하고 있다”고 발끈했다.

공화당의 존 매케인 후보는 민주당과는 다른 색의 의료보험 정책을 갖고 있다.

민영보험사들이 자유롭게 경쟁하게 해 보험료를 낮추는 것이 목표다. 문제가 비싼

보험료에 있지, 민영보험 자체에 있지는 않다는 진단을 바탕으로 하고 있는 셈이다.

매케인은 현재 GNP의 17%에 해당하는 보험료가 2015년이 되면 20%에 이를 것이라며,

보험 가입에 드는 금액을 낮춰 전체 시장의 파이를 줄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누가 가장 설득력이 있나

CNN 인터넷판은 11일 ‘매케인의 공약이 가장 훌륭하다’는 내용의 기사를 실었다.

민주당의 힐러리와 오바마의 공약은 언뜻 좋아 보이지만 현 의료보험 제도의 근간을

통째로 흔들어야 하기 때문에 비현실적이라는 이유에서다. 매케인의 공약처럼 의료보험

비용을 낮추는 것이 경제적으로 효율적이며 타당하다는 것이다.

반면 월스트리트저널(WSJ)이 3월 6~10일 세 후보의 의료정책에

대해 실시한 설문조사는 다른 결과를 보여준다.

‘각 후보의 의료정책 중 어느 것을 신뢰하는가’라는 질문에서 44%가 힐러리,

40%는 오바마, 30%가 매케인의 공약을 선택했다. 민주당과 공화당의 의료정책에

대한 생각을 묻자 민주당 지지 45%, 반대 44%였고 공화당 지지 25%, 반대는 63%로

나타났다.

CNN의 논평과 반대로 많은 미국인이 의료보험 정책의 근치적(根治的) 수술을 원하고

있는 것이다. 미국의 의료 전문가들은 누가 가장 설득력 있게 자신의 의료개혁안을

알리느냐가 대선의 향방을 좌우할 것으로 보고 있다.  

미국 미네소타 주 미니애폴리스의 교포 서수정 씨는 “어떤 후보가 당선되든 의료보험

정책은 반드시 바뀌어야 한다”며 “보험료는 계속 오르는데 보장 범위가 너무 좁아

어딘가 아프면 덜컥 겁부터 난다”고 말했다.

 

이민영 기자 myportrait@kor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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