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프라이셀 가격 인하 논란

환자·건보공단 “가격 내려라” 심평원·제약사·학회 “적당하다”

백혈병 치료제인 글리벡에 내성을 보이는 환자들이 복용하는 스프라이셀은 제2의

글리벡, 또는 슈퍼글리벡으로 불린다. 환자단체와 일부 교수들은 약값이 터무니없이

높다고 주장하는 반면 관련 학회와 제약사, 심평원은 문제될 것 없다는 입장이다.

▽하루 약값 14만원

스프라이셀 수입판매 회사인 한국BMS측이 요구하는 한 알 가격은 7만원에 가까운

6만 9135원. 하루에 두 알씩 매일 먹어야하므로 한 달에 415만원이 필요한 셈이다.

건강보험이 적용돼 10%만 부담한다고 하더라도 매달 41만5천원, 일 년이면 498만원이

필요하다.

이와 관련, 한국백혈병환우회 등 환자 단체들은 12일 시위에서 비싸서 먹을 수

없는 약은 ‘독’이라고 주장했다.  

스프라이셀이 약 7만원으로 건강보험에 등재된다면 앞으로 건보재정에 막대한

영향을 끼칠 전망이다.

국내 만성골수성백혈병 환자가 약 2천명인 것을 감안하면 한해 스프라이셀 약값으로

1천 9억 원에 달하는 건보 재정이 지출되는 것이다. 건보공단이 요구하는 20% 낮은

가격과 비교하면 연간 200억 원이 더 소요된다. 가뜩이나 적자 상태를 면치 못하는

건보공단은 약값을 반드시 낮춰 재정 손해를 막아야 하는 처지다.

▽“폐에 물차는 부작용 36%”

스프라이셀은 폐에 물이 차는 흉막삼출의 부작용이 20~25% 정도 나타난다고 알려졌다.

그러나 서울 소재 한 대학병원의 교수는 “미국 임상시험에서 복용 2년 후 흉막삼출이

나타난 환자가 36%나 됐다”고 주장했다. 교수에 따르면 보통 부작용은 2년이 지나야

나타나는데 BMS가 제시한 연구결과는 다양한 자료의 평균이므로 부작용이 별로 나타나지

않는 짧은 기간의 시험 결과도 포함돼 있다는 것이다.

한국BMS는 흉막삼출이 중증환자에게는 잘 생기지 않는다고 해명했다. 최근 자료에

의하면 심각한 수준의 부작용은 2%에 불과하고 생명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지

않는다는 것이다.

반면 교수는 흉막삼출이 생명을 위협할 정도의 심각한 부작용은 아니지만 환자에게

피해를 주는 것은 분명한 일이라고 말했다. 경미한 부작용이라도 일단 발생하면 치료를

따로 받아야 하고 심하면 입원해야 한다.

안기종 사무국장은 “실제로 스프라이셀 임상시험에 참가하던 한 환자가 폐에

물이 차는 부작용이 나타나  입원한 일도 있다”고 말했다.       

스프라이셀이 글리벡보다 약효가 뛰어난 점은 인정하지만 부작용 비율도 높은데

비싼 값을 주고 먹는 것은 부당하다는 것이다. 부작용이 발생하면 치료하는데 따로

시간과 비용이 들기 때문이다.          

▽ 서로 ‘나 몰라라’ 책임 전가

지난 1월 14일 건보공단 약가협상팀과 BMS가 스프라이셀 약가협상을 벌이다 결렬됐다.

관련법에 따르면 협상 결렬 이후 60일 이내에 약제급여조정위원회가 열려 적정선에서

조정해 약값을 결정한 후 급여대상에 등재하게 되어 있다. 스프라이셀 가격 논란은

14일 열리는 위원회에서 종지부를 찍을 예정이다.

신약의 건강보험 등재는 2006년 말 선별등재방식으로 바뀌었다. 선별등재방식은

의약품 제조업자나 수입업자가 의약품을 건강보험 급여대상에 등재를 신청하는 경우에

한해서 약값을 심사해 결정하는 방식이다. 그 후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약제급여평가위원회에서

경제성과 급여 적정성, 급여기준을 평가해 결정하게 된다.

평가위원회에서 협상 결렬 된 후 열리는 약제급여조정위원회는 대한의사협회,

한국제약협회, 소비자단체, 건보공단, 심평원, 식약청 등에서 추천한 전문가 14명으로

구성된다. 조정위에서 결정된 약값은 강제력을 가지며 다음달 1일 고시에 반영돼

급여대상에 등재될 가능성이 크다.

문제는 신약의 보험 등재 협상에 참여한 복지부, 건보공단, 심평원 등 정부부처기관과

제약사, 관련 학회가 약값이 높은 것에 대해 서로 책임을 미루고 있는 점이다. 실제로 대다수 관련 단체 및 기관들이 “할 말이 없다” “입장을 밝힐 수 없다”며

답변을 회피했다.

복지부 의약품정책팀 관계자는 “조정을 잘해 보험에 등재시키는 것이 복지부의

목표이자 할 일이다”며 “복지부는 누구의 편도 아닌 중립적인 입장을 고수할 것”이라고

말했다. 처음부터 약값 인하를 요구해온 건보공단은 조정위에서도 20% 인하를 요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스프라이셀의 보험 등재 여부를 평가한 심평원은 약값이 높은 것은 자신들의

잘못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심평원 약제관리실 관계자는 “심평원이 가격을 정한 것이 아니라 BMS의 자료를

바탕으로 혈액학회와 암학회의 의견을 수렴해 결정된 것”이라고 해명했다.

이 관계자는 “보험등재절차에 따라 평가했을 뿐 직접적으로 가격을 결정한 것이

아니다”고 말했다.  

혈액학회는 지난 1월 28일 ‘스프라이셀 보험등재 시급하다’는 성명에서 스프라이셀이

뛰어난 효과를 갖고 있으므로 빨리 보험에 등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흉막삼출 부작용도

조절 가능한 수준이라는 것이다.

학회의 주장에 대해 환자들은 “환자의 처지를 몰라도 너무 모른다”고 토로했다.

한 교수는 “환자들은 지금도 임상시험을 통해 무료로 스프라이셀을 복용할 수 있어

보험등재는 시급하지 않다”며  “등재되는 시기보다도 등재되는 ‘가격’이

환자의 최대 관심”이라고 말했다.

▽가격 다소 하향 조정 가능성

스프라이셀 약값이 정해지는 것에 따라 차후 글리벡 내성 치료제 가격도 결정될

예정이다. 노바티스의 태시그나, 와이어스의 보스티닙, MSD의 Mk-0457등도 글리벡

내성치료제인 슈퍼 글리벡들이다. 그 중 태시그나는 보험신청을 끝냈지만 약값은

제시하지 않은 상태다. 스프라이셀 가격이 결정되는 것에 따라 제시할 예정이며 보스티닙은 임상시험 중이다.

죽을 때까지 평생 먹어야하는 내성 치료제 가격이 비싸다면 환자에게 큰 부담으로

다가오게 된다. 치료제가 2세대 글리벡으로 교체돼도 돈이 없어 1세대 치료제를 복용해야

하는 일이 생길 수도 있다.

14일 조정위를 앞두고 BMS의 한 관계자는 “구체적인 액수를 밝힐 수는 없지만

현재 가격보다 조금 낮춰 제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12일 백혈병환우회 등 환자단체들이 배포한 기자회견문에 따르면 BMS가 협상과정에서

환자들을 위해 10% 정도 가격을 낮출 의향이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환자 단체들은

BMS가 건보공단과의 약가협상 과정에서 할 수 있는 일을 나중으로 미룬 것이라고

주장했다.  

복지부 관계자는 “14일 열리는 조정위에서 가격이 어떻게 정해질지는 아무도

모른다”며 “우리 권한으로 강제 등재하도록 규정돼 있지만 사안이 민감한만큼 다음

달 고시에 반영되지 않을 가능성도 무시할 수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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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영 기자 myportrait@kor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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