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 월급 받는 정신장애인 있어

장애인고용촉진公 황주리 임상심리사

“숭례문 방화사건이 일어났을 때 제 가슴도 새까맣게 타들어갔습니다. 대형사고가

날 때마다 사람들은 이유를 따져보기도 전에 정신장애인을 싸잡아 비난하거든요.

이 때문에 충분히 일할 수 있는 정신장애인의 취업길이 막힙니다.”

경기 수원시의 한국장애인고용촉진공단 경기지사에서 중증 정신장애인에게 직업을

찾아주는 일을 하는 황주리 씨(35)는 정신장애인이라면 언제 돌발행동을 할지 모르는

‘시한폭탄’으로 치부하는 사회의 인식이야말로 하루빨리 고쳐야 할 ‘정신 장애’라고

강조했다.

황 씨에 따르면 정신장애를 가진 대부분의 사람은 약물치료를 통해 일반인과 다름없이

생활하고 있으며, 특정한 직업능력과 심리상태를 평가받은 뒤 취업현장에서 일하는

장애인이 사고를 칠 확률은 제로에 가깝다는 것.

사고는 외견상 표시가 나는 정신장애인에 비해 반사회적 인격장애, 경계선 인격장애

등 인격에 결함이 있는 사람이 많이 내는데도 중증 정신장애자가 덤터기를 쓴다는

설명이다.  

“정신장애인들을 외통수로 모는 사회 분위기는 극단적인 행동을 유도할 수도

있기 때문에 사회의 건강을 위해서도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황 씨는 공단을 방문한 정신장애인에게 신체능력, 작업능력, 심리평가, 현장평가

등 직업능력을 평가해 적합한 일자리를 찾아준다.

공단에서 취업을 알선하는 정신장애는 △지능이 70이하인 지적장애(정신지체)

△망상이나 환각을 보이는 정신장애(정신분열) △자폐성장애(발달장애)로 나뉜다.

 

과거에는 정신장애인들이 포장이나 물품운반 등 막노동을 했지만 요즘은 설거지,

음식재료가공, 컵 정리 등의 외식보조나 주유소 세차원 등의 서비스직에 많이 진출하고

있다.

“지적장애인들이 정신장애인 중에 가장 취업이 잘 되죠. 지능이 조금 떨어진다고

해도 사회성이 좋고 활발한 분들이 많거든요. 열심히 일한 만큼 결과를 얻을 수 있으니

성과도 좋아요.”

황 씨가 2002년 소개한 지적장애 3급의 한 남성은 7년째 같은 직장에서 일하고

있다. 외국계 패밀리레스토랑에서 설거지 업무를 한다. 지금은 직장에서 임금이 가장

높고 점장의 신임도 얻고 있다. 그동안 돈을 착실히 모아 월세에서 전세로 집도 옮긴다고

한다.

하지만 대부분의 정신장애인들은 일자리를 구하기가 쉽지 않다. 공단을 방문하는

정신장애인 10~20%만이 취업에 성공한다.

고용주가 정신장애인 채용을 꺼리는 것은 여전하다. 식당주인이 “어떻게 불과

칼이 있는 곳에 정신장애인을 들일 수 있냐”고 화를 내는 경우도 적지 않다.

황 씨는 가톨릭대에서 임상심리학 석사 과정을 마치고 서울대병원 정신과로 실습을

나갔다가 정신병 환자에게 퇴원 후 먹고 살 길을 마련하는 것이 시급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정신병 환자가 병원에서 치료를 받는 것 못지않게 퇴원 후 살아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절감한 것이다. 정신과 의사가 정신질환자의 병을 치료한다면, 황 씨는 정신질환자의

생활을 치료하고 있는 셈이다.

“가끔 취업한 사람들이 고맙다고 찾아와요. 사장이 일 잘한다고 칭찬할 때도

있죠. 제가 취업을 도운 사람들이 적응해 나가는 모습을 보면 가슴이 뿌듯해집니다.”

황 씨는 앞으로 정신장애인의 작업치료에 집중할 계획이다. 작업치료는 정신장애인의

대인관계, 시간조절 능력 등을 향상시켜 사회에 잘 적응하도록 돕는 일이다. 작업치료를

통해 서비스직뿐만 아니라 사무직에도 정신장애인이 속속 취업하는 그날이 오기만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

 

    이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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