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사기 대신할 혀밑 접종법 개발

국내 연구진 생쥐 실험, 높은 독감 예방 효과 밝혀내

주사기로 찌르지 않고 물약을 먹듯이 혀 밑에 백신을 투여하는 새로운 점막접종법이

국내 연구진에 의해 처음 개발됐다.

국제백신연구소(IVI·International Vaccine Institute) 권미나 박사팀은

생쥐를 대상으로 혀밑에 유행성독감 백신을 시험 접종한 결과 매우 높은 독감 예방효과를

보였다고 28일 세계적 과학저널인 《국립과학원회보(PNAS·the Proceedings

of the National Academy of Sciences)》 온라인판에 게재했다.

이번 연구 결과가 인체 내에서도 확인된다면 치명적인 조류인플루엔자를 포함한

호흡기 감염에 대해 대규모 접종이 가능하며 여러 가지 신세대 백신의 개발로 이어질

수 있다.

혀밑접종법은 2차 감염이나 쇼크 등을 유발하는 주사기 사용의 대안으로 관심을

모으고 있다. 또 주사바늘을 두려워하는 어린이들에게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실험에 사용된 조류인플루엔자보다 관찰이 용이한 난백알부민단백질에 초록색형광물질을 넣어 혀밑에 투여한 결과 난백알부민단백질이 혀밑의 조직에

부착돼 흡수되는 과정이 명확하게 나타났다. <국제백신연구소 제공>

백신평가분야의 세계적 권위자인 IVI의 존 클레멘스 사무총장은 “이번 연구는

매우 획기적인 성과”라며 “혀밑접종법은 완전히 새로운 백신 접종법으로서, 이는

주사기를 이용한 접종에서 유발될 수 있는 여러 위험을 수반하지 않고 다양한 감염질환에

대한 접종의 수행가능성을 제시한다”고 말했다.  

박사팀은 독감 백신을 생쥐의 혀밑에 접종했을 때 생쥐의 폐에서 강력한 면역

반응이 유도됐으며 이 생쥐를 치명적인 독감 바이러스에 노출했을 때 높은 독감 예방효과가

나타났다고 밝혔다.

연구에 따르면 혀밑을 통해 접종된 독감 백신은 병원체의 주침투 경로인 호흡기 소화기,

생식기 등 다양한 점막조직에서 광범위한 면역반응을 일으켰다.

권미나 박사는 “기존에 알려진 코점막접종은 항원의 중추신경계 침투 위험이

있었지만, 혀 밑에 백신을 투여하는 방법은 이러한 위험 요소가 없어 코점막접종보다

안전하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는 앞서 IVI가 프랑스 국립보건연구원(INSERM) 및 스웨덴 고덴버그대

연구팀이 공동으로 수행한 연구를 기반으로 실시됐다.

이 공동 연구팀은 혀밑에 접종하는 것이 소화기에서의 항원의 손실과 호흡기 계통에서의

불충분한 면역반응 생성 등 경구용 백신의 단점을 효과적으로 해결한다고 지난해

12월 《백신(Vaccine)》 저널에 발표한 바 있다.

IVI의 연구개발담당 사무차장인 쎄실 췌어킨스키 박사는 “이 연구결과들은 주사기를

사용하지 않는 혀밑접종법을 인체대상 시험으로 확대할 기반을 제시한다”며 “접종상의

용이함 이외에도 혀밑접종법은 피하주사나 경구투여 등의 전통적 접종법에 비해

훨씬 다양한 체내 기관들에서 면역성을 유도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국제백신연구소(IVI)는 개발도상국 국민, 특히 어린이들을 전염병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한 새로운 백신의 개발과 보급에 전념하는 세계 유일의 국제기구이자 국내에 본부를

둔 유일한 국제기구이다.

UN의 주도로 1997년 설립된 IVI는 현재 40개국과 세계보건기구(WHO)가 가입한

설립협정에 따라 운영되며 설사병, 세균성 수막염, 폐렴, 일본뇌염, 뎅기열 등에

대한 백신연구를 아시아, 아프리카, 남미 등 세계 20여개 국가에서 수행하고 있다.

또한 서울대 연구공원에 위치한 본부에서 새로운 백신과 면역보강제, 분석기법

등을 개발하고 있다.

 

    조경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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