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수 준다해서 내골수 다뺐는데

백혈병 환자, 기증 예정자 변심에 애태워/이식 직전 기증 거부해 속절없이 숨지기도

최근

서울 여의도 성모병원에서 50대 주부 A씨가 “내 남편 내놔라”며 곳곳을 찾아다니다

결국 로비 바닥에서 넉장거리를 하는 소동이 벌어졌다. A씨의 남편은 급성골수성백혈병에

걸린 형에게 자신의 골수를 이식하려고 마음먹었지만, A씨는 “골수를 뽑으면 성기능이

떨어진다는데 이혼할 작정이면 수술해라”며 강하게 반대했다. 결국 남편은 “출장을

간다”고 속이고 병원을 찾았고, 부인은 뒤늦게 남편이 출장가지 않은 사실을 알고

병원에서 소동을 피운 것. 병원에서는 A씨를 따돌리는 ‘007 작전’으로 형의 목숨을

살렸다.   

최 모 씨(52)는 A씨의 시형(媤兄)과 똑같은 상황에 있었지만, 행운이 따라주지

않았다. 그는 지난해 9월 급성골수성백혈병 판정을 받고 주치의로부터 골수이식을

권유받았다. 다행히도 남동생의 골수가 일치하는 것으로 나왔지만, ‘이젠 살았다’는

안도감은 그리 오래가지 못했다. 골수이식이 결정되자 동생 부인이 강하게 반대했다.

그는 골수가 일치하는 또 다른 기증자가 나타나기만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

현재 국내 백혈병 환자는 2만 명. 이들에게 골수이식은 ‘생명의 빛’이지만, 이들

중 상당수가 골수 기증 예정자가 마음을 바꾸는 바람에 숨을 거두고 있는 실정이다.

골수이식 날짜가 잡혀 자신의 골수를 뽑아내고 항암·방사선 치료를 받던 중 기증자가

변심해 꼼짝없이 저승사자를 맞아야 하는 이도 적지 않다.

김 모 씨(55·여)는 2005년 급성림프구성백혈병이라는 진단을 받고 8개월 동안

항암치료를 받았다. 그러던 중 운 좋게도 골수 기증자가 나타났고 골수 기증을 받기

위한 절차에 따라 몸속의 골수를 모두 빼고 항암제를 투여 받으며 방사선치료를 받았다.

백혈병환자가 골수를 이식받으려면 자신의 골수가 몸에 하나도 남아있지 않아야 한다.

하지만 골수 기증자가 이식수술 하루 전 갑자기 골수 기증 거부 의사를 전달하고

사라져 생명을 접어야 했다.

한국백혈병환우회 안기종 대표는 “골수 기증 약속을 했다 거부하는 것은 사람을

살리는 열쇠를 쥐고 있다가 강물에 던져 버리는 것과 같다”고 말했다.

한국백혈병환우회에 따르면 국내에서 한해 골수이식을 받아야 하는 백혈병 환자는

약 2000명이며 이 가운데 1000명은 골수이식을 받지 못한 채 사망한다.

국내에서 골수를 기증하겠다고 신청하는 사람은 한 해에 2만 명 정도다. 국가가

지정해 골수 기증 신청을 받는 기관 4곳에서 매년 각각 5000명씩 골수 기증자를 모집하고

있으며 1월 현재 국내 골수 기증 대기자는 총 12만 여 명이다.

하지만 나중에 마음이 변해 골수를 기증할 수 없다고 변심하는 사람이 70%에 이른다.

결국 실제 기증자는 4만 명에 그치는 것.

가톨릭대 의대 성모병원 혈액내과 김동욱 교수는 “백혈병 환자와 골수기증자의

골수가 일치할 확률은 개인에 따라 천차만별이다. 어떤 백혈병 환자는 1000명과 골수가

일치하는데, 어떤 환자는 10만 명과 비교해도 일치하는 골수를 찾지 못한다”며 “골수기증희망자가

25만 명은 확보돼야 개인사정으로 골수기증을 못하게 되더라도 백혈병환자들이 다른

기증자로부터 골수를 이식 받을 수 있는 확률이 지금보다 높아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골수기증 후 합병증”은 무지의 소치

한국백혈병환우회에 따르면 골수기증을 거부하는 이유는 골수기증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35%), 개인 건강상태 혹은 직장생활 때문인(34%) 것으로 드러났다.

골수기증을 마음먹은 사람이 주위에서 근거 없는 이유를 대며 말리는 것을 뿌리치지

못해서 수술 직전에 기증 약속을 취소하는 경우들이 적지 않다. 근거 없는 비과학적인

소문은 ‘허리디스크가 온다’ ‘정력이 약해진다’ ‘아이가 안 생긴다’ ‘골수를

머리에서 뺀다’는 등이다.

백혈병 전문가들은 골수기증에 대해 떠돌고 있는 소문은 전혀 근거가 없으며 골수를

기증해도 건강에 문제가 될 일은 없다고 말한다.

김동욱 교수는 “엉덩이뼈에는 혈관이나 신경이

지나가지 않아 엉덩이뼈에서 하는 골수 채취 때문에 허리디스크가 생긴다는 말은

전혀 근거가 없다”며 “네덜란드 세계골수기증자협회에서 세계 골수기증자들의 건강자료를

분석한 결과 1주일 이내에 회복되는 백혈구와 혈소판 감소 같은 일시적인 증상을

제외한 합병증은 보고된 적이 없다”고 설명했다.

골수는 뼈 사이의 공간을 채우고 있는 부드러운 조직으로, 적혈구, 백혈구, 혈소판

등 피의성분들이 여기서 만들어진다.

골수채취 방법은 기증자가 전신마취를 받고 주사기를 이용해 엉덩이뼈에서 얻는

것과 헌혈처럼 혈액을 통해 얻는 것(말초혈조혈모세포 채취 법) 두 가지가 있다.

골수를 기증할 때 전신마취가 부담스러운 사람은 수술이나 마취 없이 5일 동안

백혈구 촉진제를 맞은 뒤 병원 입원 없이 3~5시간에 걸쳐 혈액에서 골수를 얻는 말초혈조혈모세포

채취를 하면 된다. 골수 채취는 엉덩이뼈 골수 채취와 말초혈조혈모세포 채취가 각각

50%로 비슷하다.

지난해 9월 말 탤런트 최강희는 연예인으로선 처음으로 말초혈조혈모세포 채취

방법으로 골수를 기증했다. 8년 전 ‘한국조혈모세포은행협회’에 골수 기증을 신청한

최강희는 자신과 유전자가 일치하는 백혈병 환자가 나타났다는 소식을 듣자 영화

촬영 기간인데도 불구하고 주저 없이 기증에 나섰다. 현재 최 씨의 골수를 이식받은

환자는 건강을 회복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안기종 대표는 “최근 말초혈조혈모세포 채취법이 일반화되며 골수기증이 헌혈처럼

쉬워졌다”며 “골수는 인공 생산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기증이 늘어야 골수기증을

받지 못해 매년 1000여명 씩 사망하는 백혈병 환자를 살릴 수 있다”고 말했다.

[골수기증 하려면]

▲대상 : 만 18~40세 미만 성인으로 질병이 없는 건강한 사람이면 누구나 가능

▲세부 자격 요건 : 아래 사항에 포함되지 않는 사람

-인체면역결핍바이러스(HIV) 감염 또는 에이즈(AIDS) 환자

-조절이 안 되거나 입원이 필요한 정도의 천식 환자

-각종 악성 종양의 과거력이 있는 사람

-투약이 필요한 당뇨병 환자

-지난 1년 안에 2회 이상의 발작 경험이 있는 간질 환자

-심장병이 있거나 심장혈관 우회로 수술을 받은 사람

-간질환, 간염, 매독, 결핵 등 앓았던 사람

-빈혈, 고혈압, 저혈압, B·C형 감염, 허리 디스크 환자와 저체중(남:50Kg 미만,

여:45Kg 미만) 및 매독, 결핵 등을 앓았던 사람

[절차]

1. 골수기증자 모집 기관에 기증희망자로 등록

2. 건강 진단을 포함한 정밀 검사

3. 골수기증후보자와 조직적합성항원(HLA·Human Leukocyte Antigen)이 일치하는

백혈병 환자 나타나면 최종 기증동의 받고 골수기증

4. 골수를 엉덩이뼈에서 채취하면 2박 3일 입원이 필요하고 말초혈조혈모세포는

하루면 된다. 골수기증자는의료비, 교통비, 식사비 등 모든 비용은 부담하지 않음

[골수기증자 모집 단체]

단체명 전화번호 홈페이지

대한적십자(헌혈의집)

080-722-7575

www.redcross.or.kr

한국조혈모세포은행협회

02-737-5533

www.kmdp.or.kr

생명나눔실천본부

02-734-8050

www.lisa.or.kr

천주교한마음한몸운동본부

02-774-3488

www.obos.or.kr

한국백혈병환우회

02-761-5854

www.hamggae.net

 

 

 

 

    조경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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