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키 실력 과신이 사고 주범

점프·스피드 즐기는 스키장 마니아/뇌출혈·만성관절염에 치아까지 빠져

스키·스노보드가 국민 스포츠로 각광받는 사이 스키장 부상사고도 함께

늘고 있다. 한국스키장경영협회가 전국 14개 스키장을 분석한 결과, 지난 한 해 슬로프

이용객은 603만3597명이었고 사고는 1만1,874건으로 집계됐다.

추운 겨울에는 평소보다 관절이 굳어 있어서 가벼운 충돌이나 낙상사고에도 부상이

악화될 수 있다. 특히 혈기 왕성한 20~30대의 겨울 스포츠 마니아들은 빠른 속도와

현란한 점프를 즐기면서 본인은 물론 주위 사람에게도 사고 위험을 안긴다.

스키장 마니아들은 위험한 상황에서 사고를 예방하는데 능숙하지만, 예상치 못해

사고가 났을 땐 보통 사람들보다 더 큰 사고로 이어질 위험이 높다.

스키, 뇌출혈 위험

스키는 크고 작은 S자를 그리며 비탈진 언덕을 내려오는 운동이다. 스키는 일자로

곧게 뻗은 모양의 노말스키와 콜라병처럼 볼륨이 있는 카빙스키 크게 두 종류로 나뉜다.

노말스키는 일자모양이기 때문에 S자를 작게 그리는 것이 어려워 회전반경이 크다.

반면 카빙스키는 회전반경이 작아서, 속도를 즐기는 마니아들은 노말 스키를, 회전을

즐기고 싶을 땐 카빙 스키를 선택한다.

그러나 스키는 양손에 폴대를 잡고 타기 때문에 충돌 사고가 벌어졌을 때 양 손으로

바닥을 짚을 수 없어 머리나 어깨가 먼저 땅에 떨어질 확률이 높다.

한국스키장경영협회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스키 사고 전체의 37%가 타박상으로

가장 많았고 골절(20%), 인대손상(18%) 등의 순을 보였다. 신체 부위별로는 타박상은

머리, 골절은 전완근(손목과 팔꿈치 사이)에서 가장 많이 발생했다.

한림대 의대 강동성심병원 신경과 송홍기 교수는 “머리가 부딪쳤을 땐 의식이

있느냐 없느냐가 가장 중요하다. 의식을 짧게 잃었다면 위험이 높지 않지만, 의식을

잃은 시간이 길어질수록 뇌출혈의 가능성이 높다”며 “당시엔 괜찮아도 뇌출혈이

2~3일 내에 서서히 나타날 수도 있는데 정맥출혈은 몇 달에 걸쳐서 나타난다. 두통이

지속되거나 말을 더듬고, 토하고 어지러울 땐 빨리 병원을 찾아야 한다”고 설명했다.

성균관대 의대 강북삼성병원 응급의학과 최필조 교수는 “잘못된 응급처치는 더

큰 손상으로 이어질 수 있으니 팔 부상은 다친 그 상태 그대로 병원에 오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며 “팔은 뼈가 2개인데 둘 다 부러지면 수술을 해야 하고, 하나만

부러지면 다른 하나를 부목 삼아서 깁스를 하는데 보통 뼈가 붙는데 보통 4~8주정도

걸린다”고 말했다.  

스노보드, 무릎관절염 만성병 될수도

스노보드는 한 개의 데크(deck, 판)에 두 발을 고정시켜서 타는데, 부츠종류와

타는 방법에 따라 알파일 보드와 프리스타일 보드로 나뉜다.

알파인 보드는 스키처럼 딱딱한 부츠를 테크에 고정시켜서 한 방향으로만 내려오는

것으로, 몸이 축이 돼 두 발이 동시에 움직이기 때문에 빠른 속도를 즐기기에 안성맞춤이다.

반면 프리스타일 보드는 운동화처럼 편안한 부츠를 테크에 조여서 고정하는데

양방향으로 움직이면서 점프를 할 수 있고 날을 세워서 내려오는 카빙과 같은 테크닉을

즐길 수 있다.

하지만 스노보드는 엉덩이나 무릎으로 넘어지기 때문에 잦은 타박상이 만성으로

이어져 관절염이 올 수 있고, 손목 골절사고가 가장 많이 일어난다.

성균관대 의대 삼성서울병원 정형외과 박윤수 교수는 “스노보드를 타다가 잘못

넘어져 꼬리뼈와 엉치뼈에 부상을 입은 경우 거의 대부분은 단순 타박상이기 때문에

1시간 정도 의무실에서 안정을 취하면 보행이 가능하다”며 “그러나 드물게 엉덩이

관절 탈구나, 골절 등이 발생할 수 있는데 이럴 때는 보행이 불가능하고 통증이 지속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성균관대 의대 삼성서울병원 스포츠의학센터 박원하 교수는 “무릎 관절의 연골이나

인대가 손상되면 무릎이 제멋대로 흔들리거나 붓고, 무릎에서 소리가 나며 펴고 구부리는

것이 어려워지는데 방치해두면 만성적인 무릎 관절염으로 이어져 치료가 힘들어진다”며

“또 손목 골절은 부러진 모양이나 관절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보통 수술 후에 회복이

빠른 편이다”라고 말했다.

4시간 이상타면 다리풀려 정면충돌 위험

스키·스노보드는 ‘힘든 운동’에 속하기 때문에 국가대표 선수들도 하루

4시간 이상 타면 체력적인 한계를 느낀다. 욕심이 앞서 무리하게 운동을 즐기다 보면

다리에 힘이 빠져 슬로프를 일직선으로 미끄러져 내려오는 이른바 ‘활강’을 하게

돼 정면충돌의 위험이 높아진다.

정면충돌 했을 땐 안면 부상을 조심해야 하는데, 특히 치아와 눈 부상에 주의해야

한다.

경희대 동서신의학병원 치과 류동옥 교수는 “갑작스런 충돌이 일어나면 치아가

부러지거나 빠지고 잇몸으로 밀려들어가기도 한다"며 "치아가 빠졌을 땐

치아에 묻은 먼지를 털어 내거나 씻지 말고 그대로 식염수나 우유에 담가 1시간 내에

치과에 가져가면 치아세포가 유지돼 다시 잇몸에 넣어 살릴 수 있다”고 말했다.

한길안과병원 최재완 과장은 “안면 충돌로 눈동자가 붓거나 사물이 두 개로 보이는

복시증상이 나타나면 곧바로 병원에 가야한다"며 "복시증상을 방치하면

눈동자가 원하는 대로 움직이지 않는 안구운동장애나 안구함몰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조경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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