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학연구 토대서 선진국 수준으로

유전체 코호트 연구가 밑거름 - 투자 절실 / 연구 인원 - 대상 늘리고 시스템 확충해야

세계 각국은 만성질환 예방의 열쇠를 쥐고 있는 유전체 코호트(genomic cohort)

연구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미국, 유럽 등 선진국뿐만 아니라 일본, 멕시코, 중국, 말레이시아에 이르기까지

많게는 수백만 명을 대상으로 한 대규모 연구가 진행 중이며 연구결과를 표준화해

통합적으로 관리하려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처럼 세계가 적극적으로 코호트 연구에 나서고 있는 반면 국내 현실은 열악하다.

 국내 에서는 1993년부터 유전체 코호트 연구가 시작됐지만, 체계적인 지원이

없었으며 조사방법이 모두 제 각각이고, 결과도 통합 관리되지 못하고 있어 정보의

신뢰성과 활용도가 떨어진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연구비 지원의 한계로 연구에 참여한 조사 대상자들의 수도 적어 2006년까지 10만

여명에 그치고 있고, 2007년도에는 3만명 정도를 새롭게 모집하는 수준에 불과해

외국에서 시행되는 유전체 코호트 연구와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

■ 연구결과 있지만 활용가치 떨어져

국내에서 유전체 코호트 연구를 활성화하고 그 결과를 만성질환 극복의 근거자료로

활용하기 위해선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우선 코호트 연구의 실현가능성 높은 목표를 구체적으로 세우고 유사한 질병 특성을

가진 조사 대상자들을 모아야 한다.

미국 등 선진국에선 코호트 연구의 목표나 추구하는 내용을 구체적으로 세우고

여기에 맞는 대상자를 모집한다. 그러나 국내에서는 연구지원의 한계로 연구의 장기적

목표와 내용 수립이 어려운 실정이다.

또한, 수집된 자료도 생활습관에 관한 정보가 광범위하지 못하고 생체시료나 DNA

등의 유전체 정보가 제한적으로 수집돼 있으며 DNA 시료를 갖고 있더라도 코호트

출발 당시 연구 대상수가 적어 향후 성과를 얻기까지 상당한 기간이 소요되어야 하는 등 치명적 문제점을 갖고 있다.

이러한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질병관리본부 유전체센터에서는 2001년부터 국내 역학전문가들이 참여하는 40세 이상

70세 이하 정상인을 대상으로 한국인유전체역학조사사업을 수행 중이지만 국내에서

신뢰성 있는 코호트 연구결과를 얻기 위해선 연구 대상자를 현재 수준에서 대폭 늘려야

한다.

질병발생의 원인이 환경, 유전자, 환경-유전자 상호작용, 복합유전자 관여 등

복잡하게 얽혀있기 때문이다. 같은 당뇨나 고혈압이라고 진단 돼도 질병의 유전자적

특성이 모두 다르고 이에 따른 치료방침도 달라지는데 이를 규명하기 위해선 적어도

30만 명의 생활습관과 유전자 정보가 필요하다.

아울러 국내에서도 코호트 연구가 활성화되기 위해선 연구 참여자 수를 현재보다

2~3배 늘리고 △충분한 재정 확보 △연구결과의 핵심이 돼야 할 유전자(DNA) 정보

수집 확대 △광범위한 생활습관 정보 확보 등이 필요하다.

코호트 연구의 대국민 홍보도 빼놓을 수 없는 요소다. 국민에게 코호트 연구는

만성질환의 원인을 규명할 수 있는 토대가 되고 다음 세대의 건강을 위해 필수적인

건강조사라는 점을 인식시켜 적극 참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 연구결과 통합관리 시스템 필요

양질의 대규모 유전체 코호트 연구자료가 수집되면 자료를 종합하고 분석할 수

있는 통합관리 시스템이 마련돼야 한다. 과거 국내에서 진행된 코호트 연구가 이

같은 결과를 잘 보여주고 있다.

한국인 다기관 암 코호트(KMCC) 연구는 한국인에서 빈발하는 암의 원인을 역학적으로

규명하기 위한 지역사회 단위의 대규모 연구로 1993년 시작해 2004년 대상자 모집을

마쳤으며 약 1만8000여명을 조사했다. 이 코호트는 미국 국립암연구소 암유전역학과

연구진으로부터 조직은행과 역학적 설문조사 데이터 베이스(DB)를 갖춘 우리나라

최초의 유전체역학 코호트이며 세계적으로 주요 암 코호트의 하나로 채택되기도 했다.

그러나 자료 관리 및 통합과정에서 문제점을 드러내 연구결과 활용도가 떨어지고

있다. 2002년 웹을 기반으로 한 통합 DB를 구축하며 2002년 전의 자료는 업로드 방식으로,

이후의 자료는 통합 DB에서 입력했는데 두 정보의 공유가 원활치 않고 자료의 관리와

수정도 힘들었다. KMCC는 결국 2006년까지 모두 5차례에 걸쳐 시스템을 수정하는

고초를 겪었다.

국내 유전체 코호트 연구의 양적, 질적 수준을 높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유전체 코호트 연구의 기반을 다지기 위해 정부와 국내 전문가들의 공동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 만성질환 극복 첫발 내딛다!

국내에서도 만성질환 극복을 위한 체계적인 유전체 코호트 연구의 첫 문이 열리고

있다.

질병관리본부 유전체센터가 한국인유전체역학조사사업으로 모아진 자료를 통합하는

 ‘유전체 코호트 역학자료 통합 및 분석전략 수립’은 유전체센터 연구용역사업으로

서울의대 박수경 교수가 맡아 진행하며, △질병관련 자료 연계체계 개발(가톨릭대의대

이원철 교수) △설문조사 항목의 타당성(성균관대의대 정해관 교수) △표준화 교육자료

개발 및 교육(서울대의대 신좌섭 교수) △질병관련자료 연계체계 개발(울산대의대

강영호 교수) △역학정보의 활용 전략수립(서울대보건대학원 조성일, 고려대의대

이원진, 경북대의대 이덕희, 성균관대의대 박지완 교수) 등이 공동으로 내년 2월까지

진행한다.

이번 유전체 코호트 역학자료 통합 및 분석전략 수립은 질병관리본부 유전체센터

연구용역사업으로 수행된 지역별 수 천명 규모에 당뇨병, 고혈압, 대사증후군 등

만성질환의 유전체 연구 자료를 종합하고, 의료를 포함한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될

수 있도록 2008년도 하반기 공개를 목표로 하고 있다.

유전체 코호트 역학자료 통합이 이뤄지면 그 동안 단위지역별로 진행된 우리나라

사람의 식생활과 생활습관 연구를 종합해 만성질환의 원인을 규명할 수 있는 귀중한

기초자료로 활용되며 유전정보를 바탕으로 다양한 질환의 조기질병 지표(바이오마커)를

개발하고 이 지표들이 질병발생과 어떻게 연관되어 있는지를 밝혀, 만성질환 극복의

열쇠를 만들 수 있다.

질병관리본부 유전체센터 김형래 센터장은 “자료 통합을 위한 연구용역사업의

핵심은 단위과제별로 제 각각이었던 유전체 자료를 연구에 손쉽게 활용할 수 있도록

통합하고, 통합된 자료에 효율적인 분석전략을 수립하는 것”이라며 “국내 코호트

연구자료의 통합과 분석으로 향후 만성질환 예방을 위한 연구에 박차를 가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황운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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