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헬스, 한국타이어 사태 막는다

작업장 유해물질-근로자 심박수 병원 전송

12월 14일 오후 1시. 경기도 화성시 장안면 사랑리에 있는 서진산업(주)의 판금(板金)공장.

국내서 출고되는 자동차의 문짝을 생산하는 곳이다.

‘오늘 목표 대수 139대, 현재 85대 완성’이라고 적힌 작업장 전광판이 깜빡인다.

오후 작업이 시작됨과 동시에 굉음을 울리며 기계가 돌자 공장 중앙에 설치된 소음

센서의 측정치가 춤을 춘다.

자동차 문짝을 만드는 기계 수십대와 용접공들이 바쁘게 움직인다. 용접을 할

때마다 튀는 불꽃이 온도기의 수은주를 높인다. 옆에선 용접돼 나온 문짝에 페인트를

뿌리는 도장 기계가 색을 입히기 시작하자 코와 기도를 자극하는 매캐한 냄새가 공장을

덮는다.  

판금공과 도장공들은 가슴에 심장 박동수를 측정하는 ‘심박 벨트’를, 손목에는

심박벨트에서 보낸 심박수 정보를 무선으로 컴퓨터에 보내는 ‘심박 시계’를 차고

있다.

자동차 문짝이 만들어지는 동안 직원들의 심박수와 소음·진동·온도·습도·분진

등 공장 내부 환경 정보가 무선센서로 실시간 측정 돼 아주대병원 U-헬스 정보센터로

보내진다. 이 정보는 정밀하게 분석돼 작업장 환경 개선 및 근로자들의 건강관리에

이용된다.

사무실 한 쪽에 마련된 화상진료소에는 피부 상태를 관찰하는 ‘전자확대경’,

심장 활동을 측정하는 ‘심전도계’, 혈압맥박계, 전자청진기, 의사와 화상 진료를

할 수 있는 모니터 3대가 마련돼 있다.

근무 중 몸에 이상을 느낀 직원은 화상진료소를 찾아 건강 상태를 점검하고 아주대병원

담당 의사에게 상담을 받을 수 있다. 아직 의료법의 제약을 받아 실질적인 처방은

불가능하지만 파견 나온 간호사가 원격진료를 도와 언제든 원하는 시간에 검진을

받을 수 있다.

유기화합물 센서 ‘솔벤트’ 감지

산업현장에 ‘U-헬스(유비쿼터스-헬스)’ 서비스를 적용하면 한국타이어 직원

돌연사와 같은 산업 재해를 예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U-헬스는 정보통신과 보건 의료를 연결해 언제 어디서나 진료를 받을 수 있도록

하는 서비스다.

정보통신부는 4개 컨소시엄(경기도, 충청남도, 부산시, 마산시)에 각 4억 7000만

원을 지원해 U-헬스 시범사업을 벌이고 있다. 경기도는 아주대의료원, 대우정보시스템,

화성시와 연계해 ‘산업장 환경측정’을 중심으로 진행하고 있다.

경기도 U-헬스 컨소시엄의 시스템을 담당하고 있는 대우정보시스템 장형호 부장은

“내년에는 솔벤트 등 유기화합물을 점검하는 센서도 부착할 예정”이라며 “그러면

공장 내부의 공기 중 유해물질 수치가 높아질 때 직원들을 안전하게 대피시킬 수

있다”고 설명했다.

장 부장에 따르면 유기화합물용 센서는 약 2000만 원으로 고가지만 각 산업 생산라인

근로자들의 쾌적한 근무환경을 위해 꼭 필요하다.

아주대병원 U-헬스정보연구소 박래웅 소장은(아주대병원 의학정보학과 교수) “산업장

유기용제 수치까지 측정하면 한국타이어의 솔벤트 사건 같은 문제는 미리 예방할

수 있다”며 “노동부에서 연 1~2회 실시하고 있는 ‘작업환경측정’도 U-헬스 시스템을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산업장 U-헬스 서비스는 아직 초기단계라 상용화를 위해 개선해야 할 점이

남아있다.

서진산업은 공장이 화성시 외곽에 위치해 무선인터넷 연결 상태가 좋지 않다 보니

원격 화상진료가 원활하지 않다. 또 U-헬스 서비스에 대한 직원들의 인식개선과 장비의

소형화 및 경량화도 풀어야 할 숙제다.

서진산업 직원 김 모 씨(40)는 “심박 벨트를 종일 가슴에 차고 있어야 해 번거롭고,

점심 및 휴식 시간을 이용해 건강 상담을 받아야 하기 때문에 시간이 부족하다”고

토로했다.

현재 아주대병원은 작업장 환경 변화에 따른 노동자의 건강 자료를 모으는 중이다.

내년 6월 시범사업이 끝나면 각 정보들의 상관관계를 분석해 실제 ‘작업환경측정’에

어떻게 활용할지 연구할 예정이다.

[산업장 U-헬스 서비스 개념도]

 

    이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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