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 수술中 얼마나 깰까?

美, 영화서 “3만명” 언급해 논란

최근 미국에서 수술 도중 환자의 의식이 깨어나는 이른바 ‘수술 중 각성’을

다룬 영화가 개봉되며 과연 고통 없이 수술을 받을 수 있을지 논란이 일고 있다.

문제의 중심에 서 있는 영화 ‘어웨이크(awake)’는 수술 중 각성상태에 빠져

고통 받는 남편과 그런 남편을 간호하는 아내가 등장하는 심리스릴러물이다.

‘수술 중 각성’이란 환자가 수술 중에 눈을 떠 앞을 보고, 의료진의 대화를

들을 뿐만 아니라 육체적으로 가해지는 수술의 고통까지 고스란히 느끼는 것을 말한다.

그러나 환자는 몸에 남은 마취제 때문에 말도 할 수 없고 몸을 움직일 수도 없다.

영화 내용 중 논란의 불씨가 된 것은 미국에서 한해 평균 약 3만명이 수술 중

각성을 겪는다는 대목이다.

미국마취과학회(ASA)와 마취간호사협회(AANA)는 영화 어웨이크로 수술 중 각성에

대한 우려가 확산되자 미국 애틀랜타 에모리의대 마취과 피터 세벨 교수가 2004년

《국제마취연구학회(The International Anesthesia Research Society)》에 발표한

‘수술 중 각성 현황’을 근거로 들며 연 평균 각성 환자가 3만 명이라는 영화내용은

잘못된 것이라고 2일 공식 입장을 밝혔다.

세벨 교수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미국에서 외과 수술을 위해 마취를 받는 환자는

한해 평균 약 2100만 명인데, 이중 약 2000~4000명이 수술 중 각성상태를 경험했다.

그러나 ASA와 AANA는 수술을 위한 마취가 100% 안전한 것은 아니라고 덧붙였다.

수술 중 각성상태는 몸의 신진대사가 원활치 않은 심장병환자와 출혈이 많아 마취제의

위험이 높은 임산부의 제왕절개시 많이 나타난다. 특히 외상후스트레스장애(PTSD)

환자는 심리적으로 불안하기 때문에 마취를 해도 각성 상태를 보일 확률이 높다.

 

세벨 교수는 이번 논란에 대해 “각성은 ‘생(生)지옥’만큼 고통스러운 일일

수 있다”며 “의료진의 숙련된 경험과 충분한 상담만이 환자의 수술 중 각성을 예방하는

최선의 방법”이라고 설명했다.

우리나라에서도 지난 8월 수술 중 각성을 소재로 한 영화 ‘리턴(return)’이

개봉하며 사회적으로 파장을 일으킨 적이 있다. 일부 국민은 수술 중 각성 사실을

접하고 고통 없는 수술을 받을 수 있을지 걱정한 반면 일부 의료계는 의학적으로

각성 상태를 부정했던 것.

대한마취과학회는 ‘수술 중 각성’을 의학적으로 인정하지 않지만 피해 사례는

보고하고 있다.

대한마취과학회는 1996년 각성 환자 26명을 대상으로 피해 유형을 조사한 결과

수술부위 통증이 가장 많았으며 의료진 대화 등 소리 인식, 목에 관을 넣을 때 통증,

눈 떠짐 등 순을 보였다고 《대한마취과학회지》에 발표했다.

대한마취과학회 이병호 홍보이사(가톨릭의대 성바오로병원 마취과)는 “수술 받고

있는 환자가 각성인지 아닌지를 객관적으로 증명할 수 있는 방법이 없고, 실험적인

데이터도 없기 때문에 국내에서는 의학적으로 수술 중 각성을 인정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병호 이사는 이어 “수술 전에 마취과 의사는 종합적인 평가를 통해 개인에게

적절한 약재와 농도를 정한다”며 “통계를 봐도 수술 중 각성을 보일 확률은 0.2~2%에

그치기 때문에 수술을 받는 환자들은 두려워하지 않아도 된다”고 덧붙였다.

 

    조경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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